시간 없는 직장인을 위한 효과적인 공부법
갑자기 오픽 성적을 내라구요?
회사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영어 수업을 듣게 됐습니다. 수업을 듣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종료 후에 영어 성적을 강제로(ㅠㅠ) 내야 했어요. 마지막으로 오픽을 본 게 무려 7년 전이었고, 그 후로 영어 공부를 각 잡고 한 적이 없었습니다. 업무에서도 영어를 쓸 일이 크게 없어서 휴가 때 여행을 가서 대화를 하는 정도가 다였어요. 오랜만에 영어, 그것도 말하기 시험을 볼 생각을 하니까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공부 계획을 촘촘하게 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3주 만에 AL을 달성했습니다! (쨕쨕)
저처럼 갑자기 영어 성적이 필요할 난처한 직장인들과, 학생 혹은 취준생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후기를 적어봅니다.
Q. 책 사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사셔도 됩니다. 그치만 저는 일단 하나 샀습니다. 공부할 땐 종이에 인쇄된 활자가 더 익숙해서 구매했어요. 옛날 사람 책을 산 목적은 시험 전반, 답변 구조 이해입니다. 사실 책 내용의 대부분인 '모범 답안'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됐습니다. (내가 말하기 편안한 어휘로 말할 수 없으니 교재 스크립트 달달 외우기는 결코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건 공부법에서 다시 설명할게요.
Q. 유튜브 많이 보면 되나요?
오픽 시험에 대해 검색해 보면 필수 시청 콘텐츠 리스트가 있는데 이런 채널들은 대부분 도움이 되긴 해요. 다만 영상을 몇 개나 볼 지는 개취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저는 여가시간에도 유튜브를 오래 보는 타입이 아니라서 모의고사 콘텐츠 위주로만 봤어요. (한 5개 정도?) 7년 전에 시험 볼 땐 오픽노잼 많이 봤는데, 좋은 팁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단시간에 내 것으로 만들긴 어려웠어요. (ex. filler words) 다만, 오픽 응시 경험이 거의 없다면 짬이 날 때 자주 보시는 걸 추천해요. 감 찾는 용도! 최근 시험 경향이나 팁을 가장 잘 설명해 주니 좋습니다.
Q. 공부는 몇 시간 해야 하나요?
일단 직장인은 하루 1시간 이상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학생, 취준생이 아닌 이상 5일 만에 IH, 일주일 만에 AL 이런 거 사실 쉽지 않습니다. (공부하다 보면 생각보다 더 머리가 굳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책을 좀 깔짝대다 보니 현실적으로 2~3주 정도는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저는 시험을 좀 여유롭게 텀을 두고 신청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매일 1.5시간 이상 공부 하려고 했고, 주말엔 3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 정도 했어요. 꽤 오랜 시간 투자한 편이죠.. 물론 계획 세워놓고 패스한 날도 많습니다ㅠㅋ 퇴근하고 집 가면 걍 누워서 자고 싶고 특히 운동가는 날은 째고 회피하고 싶고 그랬어요.. 그래서 준비하는데 총 3주 정도가 걸린 것 같습니다.
Q. 어떻게 공부하나요?
1. 시험 구조 익히기, 서베이 항목 확정하기
우선 시험 구조를 파악합니다. 너무너무 오랜만에 보는 오픽이라 저는 책과 유튜브로 먼저 시험 구조를 훑었습니다. 시험 시간은 몇 분이고, 문제는 어떤 주제로 나오고, 서베이는 어떻게 해야 하고.. 이런 기본적인 정보조차 낯설다면 일단 구조부터 이해하세요. 서베이 선택 항목만 확정해도 준비가 절반정도는 끝난 셈입니다.
제가 선택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 경험 없음 / 학생-아니요 / 가족과 함께 주택이나 아파트에 거주
공연보기 / 콘서트 보기 / 공원 가기 / 스포츠 관람 / SNS에 글 올리기 / 음악 감상하기 / 독서 걷기 / 헬스 /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음 / 국내여행, 해외여행
우선 직장 선택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확실히 위와 같이 선택하는 게 준비할 범위를 확실히 줄여줘요. (7년 전에는 솔직하게 선택했다가 직장 문제 많이 나와서 엄청 당황했던 기억) 단, 평소 비즈니스 영어를 많이 쓰시는 분은 직장인으로 선택하셔도 좋아요. 오픽은 어차피 말할 거리가 많은 주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취미, 운동 항목은 잘 말할 수 있는 주제로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영화를 거의 안 봐서 아예 배제했고, 야구 경기는 매일 시청해서(..) 스포츠 관람을 선택했습니다. 어떤 주제가 들어와도 일단 내가 어떻게든 설명할 수 있는 항목을 고르는 게 관건입니다. 마치 오타쿠처럼.. 참고로 SNS에 글쓰기는 돌발주제 (인터넷 등)과 연결하기 좋아서 준비하면 이득이에요. 요리는 제가 좋아하지만 특정 용어나 어휘가 잘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제외했어요. 이런 식으로 선택 항목을 세팅하고 그 범위 안에서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2. 내 스크립트 작성하기
이제 모든 주제에 맞춰 스크립트를 준비합니다. 책의 모범 답안은 참고는 할 수 있지만 나의 답변이 되긴 어려워요. 저는 그래서 책에서 주제별 질문 항목만 보고 답변은 모두 AI와 함께 따로 준비했어요.
우선 AI에 프롬프트를 작성합니다. [나는 오픽에서 ㅇㅇ 레벨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 내 답변에 간단한 피드백을 주고 ㅇㅇ 레벨에 맞는 답변으로 워싱해 줘] 등등을 세팅하세요. 저는 지금 기준으로 내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고 싶어서 피드백을 달라고 했지만, 모범 답안만 필요하면 삭제해도 무방해요.
세팅이 됐으면 질문에 맞게 1분 30초 안에 내 답변을 발화해 봅니다. 타이머를 같이 세팅하고 시간에 대한 감을 익히세요. 저는 처음엔 엉망진창이었는데(..) 어찌어찌 답변을 끝내면 피드백을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시제나 단어가 틀렸거나, 결론 문장이 부실하거나, 감정이 더 들어가야 한다거나, 질문에 답변을 다 못했거나 등등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후 자동으로 워싱된 답변을 크게 따라 읽습니다. 내 답변을 기준으로 수정을 해줘서 외우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이 방식으로 주제별, 돌발주제, 롤플레잉 등 모든 항목에 나만의 스크립트를 작성해 둡니다.
3. 스토리텔링 보강하기
오픽은 특정 주제를 던져주고 화자가 막힘없이 술술 말할 수 있는지를 보는 시험이에요. 암기보다 프리토킹에 강점이 있는 사람이 유리한 만큼, 말하는 방식도 시험 결과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1) 에피소드 강조하기
영어 실력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AL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죠? (저도 그랬습니다. IH 인생) 그럴 땐 일단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시트콤 같은 스토리를 잘 되새겨봅니다. EVA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해준다고 생각하면 돼요. 예를 들어 '친구'에 대해서 소개하라고 할 때 이름은 유진이고 머리는 단발이고 얼굴은 꽤 동안이야.. 보다 유노왓? 내가 걔 어디서 알게 된 지 알아? 오디션 프로그램 온라인 팬 커뮤니티에서 같은 연습생 투표하다가 만났어(ㅋ)로 이야기했습니다. 진짜임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가 유명한 배우 마주친 썰, 해외에서 휴대폰 배터리 나간 썰, 집에서 수도관 고장으로 물이 역류했던 썰, 폭설 와서 고립된 썰 등등 마치 릴스에서 흥할 것만 같은 내 얘기를 스크립트로 만들면 좋습니다. 임팩트 있는 답변이 되기도 하고, 내가 기억하기도 쉬워요.
(2) 감정을 풍부하게 넣기
슬펐으면 세상 무너진 것처럼 슬펐다고 하고 웃겼으면 배가 아플 정도였어라고 하고 짜증 났으면 나 너무 거슬려서 걔 다시 안 보고 싶었어라고 하고 놀랐으면 나 거의 패닉이었어라고 하고 운동하다가 넘어졌으면 거의 쓰러졌다고 하기. 한국인의 양반 자아를 버리고 대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3) 내 생각으로 마무리하기
오픽 콘텐츠에서 많이 짚어주는 팁이죠? 모든 답변은 내 생각으로 마무리합니다. 마지막은 그래서 내 생각은~ 이렇다는 거야.로 결론을 지으세요. 그 밖에도 맨 처음에 질문을 Repeat 하면서 시간을 벌고, 말을 구조화라는 팁이 많았는데요. 저는 답변할 시간도 부족하고 질문을 재정리해서 말하는 게 더 어려워서(ㅠㅠ) 그냥 안 했습니다. 희희..
4. 주요 표현 암기하기
저는 옛날 사람이라 또 줄 그으면서 공부해야 해서.. 완성한 스크립트를 프린트해서 들고 다녔습니다. 한 80p 됐어요.
스크립트가 완성되면 이제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지는 대충 그려질 거예요. 자주 읽으면서 어휘를 익히세요. 저 같은 경우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영어로 바로바로 전환이 안 되는 문제가 제일 컸어요. (영어 내려놓고 자란 티..) 그래서 스크립트의 표현들이 입 밖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여러 번 읽으면서 흐름을 익혔습니다. 막상 시험 보러 가면 모든 게 기억나진 않잖아요. 질문을 들었을 때 준비했던 답변 스토리가 기억날 정도+주요 어휘들이 기억날 정도로 외우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그래서 시험 당일에도 자연스럽게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5. 돌발주제/롤플레잉
돌발주제도 스크립트를 쭉 썼고 스토리텔링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서베이 주제랑 연결할 수 있는 건 재탕을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SNS-인터넷, 기술 / 독서-프로젝트, 도서관 / 여행-호텔 / 헬스-건강, 병원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외울 스크립트도 줄어들고 기억이 안 날 때 다른 걸로 대응이 가능해져요.
롤플레잉은 메인 답변에 집중하되 가벼운 인사나 감탄사를 같이 썼어요. 특히 전화 통화 롤플레잉은 안녕~ 이따 보자. 너도 알지만 내가 이랬잖아~ 같은 말들을 섞어서 자연스럽게 답변하려고 했어요. 단, 질문 3개 하라고 하면 질문에 집중하고 이외 인사 빼고 불필요한 말은 안 했어요.
(+) 자기소개 tip
자기소개는 시험 성적에 크게 영향은 주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항목 중 하나 같아요. 무조건 짧게. 가볍게. 자신감 있게. 작성 팁은 유튜브에 많으니 하나만 덧붙이면, 자기소개는 특히 녹음해서 듣는 것을 추천해요. 낯선 시험장 환경에서도 툭치면 바로 나올 수 있어야 해서 그래요. 시험 도입에 긴장을 푸는 타이밍이기 때문에 자기소개에서 버벅거리면 뒷 문제도 놓치기 쉬워서 저는 시험 전날엔 제 목소리 녹음 버전으로 20회 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이 외에도.. 며칠은 영어가 익숙해졌음 해서 팟캐 헤이타블로 듣고 다녔어요. (ㅋㅋㅋ) 다른 무거운 주제의 팟캐스트 듣긴 또 싫어서(?) 그냥 즐겁게 틀어놓고 다녔네요 한 1/4이 욕인 것 같지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실제 시험 후기는 다음 편에서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