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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Feb 04. 2022

24절기 - 입춘 | 봄의 시작을 알리는, 냉이와 숭어

 새해에 드는 첫 절기를 맞아, 立春大吉 建陽多慶



"아들이 복이 많다! 냉이가 한 무더기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네~ 냉이가 얼마나 좋은지!"


밀양 '안재본가'에서 어머니가 안선생에게 소식을 전하셨다. 안선생은 "내가 아니고, 엄마가 일복이 많으시네~" 받아쳤지만,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함박웃음도 같이 들려온다.


겨울이 가고

봄으로 들어서는 소리, 입춘이다.









이 맘때 즈음이면 밀양의 어머니는 손수 노지의 냉이를 캐서 안재식당으로 올려보내신다. 흙밭에서 캐고 깨끗이 씻어 올려보내는 어머니의 노고를 가만히 생각하면 숙연해지지만, 봄내음이 향긋한 냉이가 펼쳐진 밥상을 막상 받으면 호들갑을 떨 수 밖에 없다.


우리 먹으라고 조금만 보내시던 것을 손님 상에 냈고, 반응이 좋다고 하니 일이 이렇게 커져서 매년 어머니의 일감이 되어 버렸다.


전굽달 안선생은 냉이를 받으면 한우를 섞어 '오늘의 메뉴'로 냉이육전을 낸다. '한우 냉이전'으로 이름을 붙이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냉이육전 해시태그를 타게 되었다는 웃픈 사연을 가졌다. 제 아무리 한우가 담뿍 들었다 해도 이 음식의 주인공은 단연, 냉이다.


겨울의 양분을 잔뜩 머금은 냉이 뿌리가 쌉싸름하게 씹히고, 이파리가 바사삭 크리스피하게 씹히는 맛이 향긋함을 배가 시킨다. 한우의 고소함까지 더해졌으니 이건 그냥 맛이 없을 수 없다. 그야말로 #맛없없









입춘 즈음에 육지에서 냉이가 봄 소식을 알린다면, 바다에는 참숭어가 철을 맞는다.

 

숭어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보리가 익는 계절인 5-6월에 철을 맞는 '보리숭어'가 있고 입춘이 철이라 '봄의 전령'으로 보이는 '참숭어'는 '가숭어' 혹은 '밀치'라고도 불린단다. (출처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41415144439296) '참'과 '가'를 같은 존재에 이름 붙이다니, 헷갈린다. 남해 친정 아버지는 '몽숭어'라고도 부르시더라.


바닷가에서 자란 아빠는 어릴 때 나더러 "숭어는 얕은 물에 사는 종이라 잘못하면 기름을 먹은 상태라 위험하다. 물고기 먹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먹는 싼 횟감"이라고 겁을 주곤 했다. 그런데 제철 맞은 숭어회는 놀랍게 맛있었다. 산란기를 앞두고 살을 찌워 지방질이 오른 숭어는 단백질과 철분도 풍부하단다. 아빠를 포함한 가족들은 젓가락을 쉴새 없이 놀리며 맛있게 먹었다. 배가 두둑한 만큼 봄의 기운이 차오른 것은 기분 탓일까. 제철 식재료는 역시 참으로 맛있고, 보약이 된다. '#약식동원'이어라.





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 하였다. 입춘을 맞아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다. 새해를 맞는 첫 절기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복을 빌고, 우리 모두 그 어느 때보다 환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새 봄에는 호랑이 기운으로 좋은 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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