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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Jul 17. 2022

24절기 - 하지 | 포슬포슬 감자를 먹자!

해가 길어져 낮이 가장 긴 때, 하지(夏至)

겨울에 동지가 있다면, 여름에 하지가 있다.

밤이 가장 긴 때와 낮이 가장 긴 때가 마주한다. 당연하다.

그리고 동지에 팥죽이 있다면, 하지에 감자가 있다. 잊지말자, 하지 = 감자다!


'김혼비'님의 '다정소감'이라는 책에 '제철음식 챙겨 먹기'라는 글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주제의 글이라 정말 아낀다. 이 글에서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하지감자. 내 생각에 이건 완벽한 고유 명사다.



하지는 질 좋은 감자와 보리를 수확할 수 있는 적기이자, 수확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져왔다. 하지가 지나면 보리 알이 잘 영글지 않아 보리가 마르고 감자 싹이 죽어서 그렇다는데, 그래서 '보리환갑'과 짝을 맞춰 '감자환갑'이라고도 부른다.

그 시대에 비해 부쩍 늘어난 인간의 평균수명을 감안하면 지금은 '보리팔순' '감자백세' 정도로 불러야 마땅하겠지만, 어쨌나 하지는 보리와 감자의 환갑잔칫날인 것이다.

그러므로 하짓날 보리로 만든 맥주를 마시는 건 하지를 기념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맥주 마실 명분이 이렇게 뚜렷하면서 미풍양속적이기까지 한 날이 또 있을까.

김혼비, <다정소감> '제철음식 챙겨 먹기' 중에서






감자는 워낙 일상적인 식재료이고 할 수 있는 요리도 무궁무진, 사시사철 구매 가능하니 왠 제철감자?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을 자주 다녀본 사람은 알 수 있다. 꼭 이 시기에만 '햇감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분내 나는 감자'라는 소개를 받기도 한다는 것을.




#하지감자 가장 맛있게 먹는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포카칩, 구운감자, 예감, 눈을감자 .. 만한 감자 스낵과 겨뤄도 지지 않을 확신의 맛이다.


1. 감자를 손가락 두께로 썬다. (깨끗히 씻어 껍질을 그대로 둬도 좋고, 벗겨도 된다.)
2. 오일, 후추, 소금을 뿌려 조물조물 버무린 후
3. 에어프라이어 160-170도에 맞추고
4. 20분 구운 후 한 번 뒤집어 20분, 총 40여분을 굽는다.
5. 표면에 분이 올라와 갈색 빛을 띄는 감자 위로 파마산 치즈 가루를 솔솔 뿌린다.


맥주 안주로 기가 막힌 맛이다. 감자 특유의 입에 들러붙는 고소함과 단맛, 탄수화물 특유의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몸이 땡겨하는' 중독성이란. #하지감자에게만은 고구마(Sweet Potato)가 영어 이름에 든 '스위트'를 떼어 줘야 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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