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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김 Sep 03. 2024

프롤로그: 요리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올해 9월부터 12월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다. 시작은 아는 지역아동센터 센터장님의 제안이었다.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 있냐는 말에 머뭇거렸다. 이유는 단 하나, '나 자신을 믿지 않아서'였다. 언제 힘들다고 징징 댈지 모르는 내가 갑자기 프로그램 강사로 일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인턴으로 일하기로 한 시기랑 겹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한계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급은 불가항력적으로 매우 높았고, 가족들은 해보라며 응원해 줬다. 그렇게 나는 프로그램 강사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


 프로그램 시작하기 이틀 전, 나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프로그램 때 만들 요리도 미리 해보며 레시피를 수정해 갔다. 가장 큰 준비는 책상 앞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루종일 하는 것이었다. 계속된 프로그램 계획서 수정, PPT 제작 및 수정, 자료 수정 등 온갖 수정을 다 하다 보니 눈이 뻑뻑하니 아프더라. 워낙 성격이 일을 계획대로 완벽하게 해야 하는 성격이다 보니 더욱더 꼼꼼하게 보는 것 같다. 계획대로 안되면 자책하는 성격. 어쩌면, 나의 이런 성격은 다소 피곤한 성격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타고난 기질이 이런 것을. 기질을 바꿀 수는 없으니 나는 해결책을 모색했다. 그것은 바로, 남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않고 나 혼자 스트레스받으며 끙끙 앓는 걸로 끝내면 된다는 것이다.


 사실 14주간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을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리고 경력이 없는 나를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까 봐 더욱더 준비를 하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결국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예민하게 구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초반인 나는, 아직 남들의 시선이 두렵다.


 처음으로 내가 스스로 주도해야 하는 프로그램이기에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죽하면 담당자 선생님께 메일을 보냈을 때 평소에 내지도 않는 오타를 냈을까. 확인한다고 여러 번 확인했지만, 떡하니 있는 오타에 발송취소를 눌렀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장소는 지역아동센터다. 제한된 장소에서 제한된 도구로 해야 하기 때문에 며칠 전에는 좀 후회했다. 맞다, 이게 관련 경력이 없는 나 자신의 한계점이다. '처음'이라는 이유로 나는 머뭇거리고 후회하고 힘들어한다. 어느 날은 도전하는 마음으로 살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최선을 다 하는 것과 노력하는 것만이 '처음'이라는 단어를 '경험'이라는 단어로 바꿔줄 것이다. 그리고 '경력'으로 또 한 번 바뀔 것이다. 결국 이 세상에 헛된 경험은 없기에 나는 후회를 접고 구겨져있던 도전하는 마음을 펴본다. '무경력' 단어에서 '무'가 빠지는 날까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들로 구성했다. 물론 내일모레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다시 한번 수정하거나 아예 프로그램을 뒤엎을 수 있다. 하지만 끝까지 잘 마쳐야 한다. 마치 인터넷 쇼핑 후 '상품 준비 중'이면 쉽게 주문을 취소하듯이 그만둘 수는 없기에 내 인생의 첫 프로그램이 무탈하게 잘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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