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를 가다
앵강만 물빛은
죽방렴의 은멸치를 그리며
투명하게 번지고 있다
설흘산 자락을 따라
층층 다랭이논이 펼쳐지고
햇살은 천천히
발끝에 스며든다
잠시 쉬어가도 될까
붉어진 발걸음을 이어주는 길
쪽빛 바다를 눈에 담은 채
지겟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몽돌 해변에서 들려오는
자글자글 자그르르
파도와 조약돌의 파란 소리
맑음으로 씻는 하루가 잔잔하다
가천 마을에서 걸음 멈춘다
석축을 쌓아 만든 계단논의
거친 숨소리
철썩이는 푸른 파도 위로
삶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사람은 그 사이에
쉼표처럼 잠시 머물러 앉는다
#작가노트
남해를 자주 갔던 시절이 있었다. 남해로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
느리게 걷고, 넋 놓고 바다만 바라볼 수 있는 인적 없는 곳들이 많아서 좋았다.
설흘산 자락과 다랭이논, 바다의 소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이어지는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