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요.
지난 9월이 나와 남편이 영주비자를 취득한 지 일주년이었으니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간다.
어느 정도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그것만을 목표하고 달려왔던 만 5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낯선 타향살이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그는 여전히 새벽에 일어나 현장에서 타일러의 일을 하고
나 역시 일주에 서너 번 알바를 가는 것도 동일하다.
영어는 여전히 원하는 말을 만족스럽게 뱉어낼 수 없고
통장잔고가 순식간에 엄청 많이 늘어나지도 않았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학비가 면제되고 일부 정부 지원을 받게 되었겠지만
우리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아니었고
자주 다치고 아픈 사람들도 아니어서 무료로 병원을 갈 일도 없었다.
함께 영주비자를 향해 출발하던 사람들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고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다.
근심 걱정이 취미이자 특기인 나로서는
우리가 견고하고 켠켠히 쌓아 올린 우리만의 성에
덩그라이 남겨버려 진 것은 아닌지 이따금씩 두려움을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점을 찾아보자면
목표한 것을 이루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
그리고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할 만큼 큰 변수가 없었던 삶에 감사한 태도 정도일 듯싶다.
이 길을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우 단단하고 촘촘하게 굳어진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함께한 지 7년이 흘렀고 우리는 잘 헤쳐나가고 있다.
알 수 없는 불안한 미래의 소용돌이 속에서 둘이 손 꼭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