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가 정말 비즈니스를 타고 다닌다면 또 다른 세력들이 나를 비난할 거다. 회사에는 쓸데없이 말로만 일을 하고 남을 깎아내려야 자존감이 올라가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나는 어느 출장이건 이코노미를 끊고 다닌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빠 찬스로 대한항공 비즈니스로 '인천-방콕'까지 가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부모 잘 만난 것도 시샘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 또한 아무한테 말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나는 모든 출장 준비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면세품을 찾은 후 라운지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나는 음식을 할 줄 아는 게 없고 예쁘게 담을 줄도 모른다. 그냥 먹고 싶은 거 막 담음
두부김치랑 새우 그리고 맑은 두부찌개랑 쿠키, 닭강정 그리고 크로켓이다.
해외 떠나기 전 푸라면은 필수다. 손흥민 이번 월드컵도 정말 고생 많았어요. 존경합니다 정말
토마토도 먹고 대한항공 땅콩과 녹차 그리고 바나나까지 먹었다
라운지에서 2시간 30분을 시간 보내고 면세점으로 나왔다.
갖고 싶은 거 몇 개 구입하고 영수증을 챙겨서 뽑기 하는 곳으로 왔다.
3번 시도 중 2번 뽑기 성공해서 선물 받았다. 그런데 나한테 별로 필요 없는 거라서 방글라데시 거래처 사장 딸내미한테 전부 줬다
그리고 방콕으로 향하는 게이트로 부지런히 이동했다.
원래 비행기를 탈 때 최대한 늦게 탑승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비즈니스석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들어갔다.
마치 인생의 갈림길 같다. 살짝 울컥함. 이번에는 왼쪽으로 이동한다. 마치 나 혼자만을 위한 곳 같다
내 자리는 이코노미 바로 앞이다.
엄마는 왜 비싼 돈 내고 이코노미 바로 앞을 선택했냐고 카톡으로 뭐라 하셨다. 그런데 맨 뒤에 있어야 비즈니스 석 사람들이 화장실 간다고 이동하는 거에 불편함이 없다. 어차피 이곳은 이코노미 사람들은 들어오지도 못하니까.
여기가 내 자리다. 난 복도석으로 했다. 내 옆자리에 아무도 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창문 3개가 다 내 것임. 너무 신났다. 타자마자 저녁 식사 메뉴를 고르라고 하더라. 라운지에서 배 터지게 먹어서 더 먹을 자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먹어야 한다
쌀밥은 도저히 못 먹을 거 같아서 스테이크로 골랐다.
몸이 편하니 바깥 풍경도 멋지다. 이코노미석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다
1년에 술은 3잔 마실까 말까 한 나도 비즈니스석에서는 웰컴 샴페인을 꼭 마신다. 수분 섭취는 필수니 물도 주문했다. 슬리퍼도 고급지다
헤드셋은 무조건 착용해야 한다. 이 헤드셋을 쓰는 순간 모든 소음이 사라진다. 담요도 너무 두꺼워서 5분만 덮고 있어도 덥더라
누워서 갈 수 있는 버튼이다. 옆좌석에는 결국 아무도 안 타서 내 가방을 뒀다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밖을 구경하면서 갔다
어느 순간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이제 나는 인천을 떠난다
내 옆좌석 빼고 전부 만석이었다. 대각선에 있는 꼬맹이가 자꾸 두리번거리면서 나랑 눈이 마주치는데 너무 귀여웠다
라운지에서 과식해서 배불러 죽겠는데 벌써 밥을 준다고 한다.
식탁보도 스튜어디스가 깔아주고 에피타이저를 준비해 준다. 물수건도 두텁고 고급지다
일단 차 한잔도 시켰다.
숙면을 위해 카모마일 티를 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웨지우드 브랜드다. 빵도 선택이 가능한데 나는 감자빵을 골랐다. 빵을 뜯어서 수프에 찍어먹으면 정말 맛있다
평소 탄산음료 안 마시는데 비행기 안에서는 꼭 진저에일을 마신다. 알아서 얼음도 갖다 주네
스테이크는 미디움 치고는 너무 안 익혔다. 난 원래 안 익혀서 먹으니 상관없는데 다음번 엄마랑 비즈니스 타면 웰웰웰돈이라고 꼭 강조해야지. 아이스크림은 하겐다즈다!
비즈니스석에서는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간다.
비즈니스석에서 얼마 안 즐긴 거 같은데 벌써 반절이나 왔다. 지도를 보니 엄마랑 내년에 대만을 가봐야겠다
180도로 누워서 '안나'를 봤다. 정말 재밌더라
중간에 화장실 가서 양치질을 하고 (칫솔도 비즈니스는 다름) 내 자리로 돌아왔다. 빈 좌석에서 서서 아로마테라피 하는 중이다
벌써 태국에 도착했다.
이제 비즈니스도 끝이다......
참고로 타이항공 티켓팅을 하려면 입국 심사를 거치지 말고 환승 존에 가서 티켓팅을 할 수 있다.
절대 입국 출국 심사를 다시 거칠 필요가 없다. 이거 잘 모르는 직원이 나보고 입국 심사 다시 하라고 했는데 너무 황당하더라. '너 지금 무슨 헛소리냐고 너 말고 다른 직원 나오라' 고 해서 다른 직원 붙잡고 다시 물어본 후 환승 존에서 타이항공 티켓팅도 무사히 했다. 외국에는 무지한 직원들이 많으니 절대 한 사람 말만 믿으면 안 된다.
게이트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앞으로 2시간 35분을 더 가야 방글라데시에 도착한다. 진짜 고생 많다 나 자신아
이번에는 한국 사람들이 꽤 많더라. 사업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방글라데시에 놀라가는 한국 아줌마들 7인도 있었다. 도대체 여길 왜 놀러 가지?
탑승 시간이 다가왔다.
이코노미라고 쓰인 내 티켓이 너무 싫다. 비즈니스면 이렇게 줄도 안 서도 되는데......
식사의 질도 떨어져 버렸다. 나는 그냥 과일하고 물만 마셨다
심한 연착으로 3시간 이상 비행 끝에 다카에 도착했다.
이코노미석에서 연착으로 30분 이상 비행기 안에 더 갇혀 있는 게 너무 짜증 났다.
어쨌든 정신 똑띠 차리고 다카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무사히 마쳤다.
이제 수하물을 찾으려고 기다리는데 한참 기다려도 내 짐이 안 나왔다. 지금까지 해외여행 다니면서 온갖 변수는 거의 다 겪었기 때문에 (오버부킹까지) 이제 딱 하나 남은 변수는 내 수하물의 분실 사건이다. 내 수하물이 안 보일 때마다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 짐은 무사히 나왔다. 다카 공항에는 한국에서 절대 맡을 수 없는 냄새가 난다. 2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방글라데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