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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 쑤 Feb 19. 2016

저녁 산책

그날 저녁, 우리는 어두워진 밤거리를 따라 걸었다.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했다. 오랫동안 우리는 지쳐있었다.

같은 반 친구들과 만나 근황을 묻고 농담을 하고 밥을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얘기를 나눈 것도 아니었다.

긴장되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았다.

친구들이라는 안전한 환경 속에 방어도 경계도 필요없었다. 함께 있어도 된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뭉친 우리의 마음 한구석을 풀어주었다.

일찍 자리를 나온 우리는 지하철역 앞에서 멈추었다.

조금 걸을까?

처음 만난 그날처럼

다시 만났던 그날처럼

우린 함께 걸었다.

발걸음을 맞추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밤의 정령들이 다정하게 우리를 감싸주고 있음을 알았다. 낮에 있었던 오해는 빛이 떨어지면서 사라졌음을 알았다. 축처진 우리는 오늘의 무게를 지고 있었지만 위로 또한 받고 있었다.

친구들이 준 위로, 밤이 준 위로로 너와 나는 따뜻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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