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전자책, 교보문고에서 출간. 이제 작가입니다

by 길벗의 앤 Anne

출판 법인을 세워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6월 23일.


6월 24일에 법인 설립 신청서를 작성하고 1주일 사이에 법인 설립, 출판사 등록, 사업자 등록, 전자책 편집 프로그램 확인, 폰트 확인, 원고 작성, 4대 보험 가입 등 모든 절차를 온라인에서 마치면서 했던 수많은 행정 절차와 고민을 블로그에 하나씩 올리고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이것으로 책을 쓰지 그러냐는 조언을 주셨다.

원래 다른 책을 집필하던 중이었는데 그런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럼 법인설립기를 아예 책으로 내볼까 마음먹었던 것이 7월 초.


7월 14일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해서 7일간의 기록 중 첫날의 기록을 완성한 후, 내가 정말 책을 내도 되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어서 자신을 검증하는 목적으로 시도한 것이 브런치 작가 신청이었다.


신청 다음날인 7월 18일에 바로 승인이 되어서 일단 첫 번째 관문은 통과했다는 생각으로 첫째 날에 관한 내용만 브런치에 올려 브런치 북을 만들었다.

그 후로도 열심히 원고를 작성해서 초고를 완성한 것이 7월 19일. A4 100페이지 분량이었다.


원고를 쓰고 프롤로그와 day 1 분량만 교정 교열 윤문을 마친 후에 Sigil로 EPUB 파일을 만든 것이 8월 1일.


Sigil은 처음 써 보는 프로그램이었지만 html 태그를 원래 알고 있기도 했고, 또 챗지피티와 클로드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니 사용법에 금세 익숙해졌다.


Sigil로 Epub 파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계속 퇴고에 매진해서 탈고를 한 것이 8월 10일.

퇴고를 하면서 내용이 추가되기도 하고 빠지기도 하고, 교정과 교열, 윤문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전문 온라인 업체를 통해 윤문을 해봤다가 실망해서 챗지피티와 클로드를 최대한 활용해서 교정 교열 윤문을 하고 마지막에 맞춤법 검사기로 최종 검사를 2차례 한 후 원고를 탈고했다. 총 93페이지였다.


이 탈고의 의미는 Epub 파일을 동시에 만들었다는 의미다. 처음 Epub파일을 만들 때 트리 구조를 다 짜 놓았기 때문에 원고는 복사해서 붙이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라 파일 자체는 손쉽게 만들었다(나중에 계속 이런저런 에러가 떠서 수정하느라 힘들었지만)


원고 탈고까지는 작가의 영역이었다면 원고 탈고 후에는 출판사 직원으로 할 일이 정말 많았다.


(1) 표지 제작하기(8월 10일)

(2) ISBN 발급받아 판권지 만들기(8월 10일)

(3) 이북 리더기로 epub 파일 오류 체크하기(계속)

(4) 기업용 범용 공인인증서 발급받기(8월 10일)

(5) 서점 계약하기(8월 11일)

(6) 작가 소개, 책 소개, 출판사 서평 쓰기(8월 12일)

(7) 도서 소개용 상세이미지 제작하기(8월 12일)

(8) 교보문고에 도서 등록 후 판매(8월 13일)

(9)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하기(8월 13일)

(10) 납본보상요구서 신청하기(이후)


현재 알라딘과 예스 24는 계약서에 사인을 완료했는데 후속 메일이 없어서 대기 중이다. 조만간 이 두 곳에도 책이 올라가겠지.


지난 한 달간, 정말 정신없이 바빴다.

노트북은 하루에 적어도 8시간, 많으면 12시간 이상 일을 하느라 늘 뜨거워진 상태였고, 나는 식음 전폐까지는 아니더라도 끼니를 거르거나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점점 늘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나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그야말로 내가 좋아서, 이 책을 만든다고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냥 좋아서 그렇게 한 것이다.


나는 아무리 좋다고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매달리는 나 자신에 놀랐고, 건강 상의 이유로 퇴직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이렇게 몰입해서 해낼 수 있는 정도로 건강이 회복된 것에 감사했고,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Sigil이며 전자책 표지나 상세 이미지 제작 등, 거의 문외한인 영역에 도전하면서 몰라서 답답하고, 알아가며 행복하고, 배워서 즐겁고, 시간을 들인 만큼 실력이 향상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다시 한번 겪을 수 있는 것도 너무 좋았다.


나는 내가 AI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네이버를 검색해서 정보를 넣고, 챗지피티와 클로드에게 물어서 또 새로운 정보를 넣고, 되든 안 되는 이것저것 해 보다가 결국 원리를 파악하고, 그러면서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듯 나 역시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체화하여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내가 바로 AI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것이다.


1주일 만에 법인 설립하기 책을 냈으니 한 달 만에 원고에서 출판까지의 여정도 책으로 내 보라는 길벗의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책으로 낸다면 정말 쓰고 싶은 내용이 많다. 챗지피티와 클로드 활용법, Sigil 사용법, 캔바 사용법, 서점 계약 관련 내용 등등. 하지만 이 내용을 담으려면 Epub보다는 pdf가 어울릴 텐데, pdf로 제대로 된 책을 만들려면 인디자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또 배워야 해서 당장은 쉽지 않을 것 같아 일단 기록만 먼저 남겨 놓는다.

(이러다 갑자기 인디자인도 섭렵하겠다고 밤을 새울 수도 있다)


나는 운이 좋았다.

어려서는 인형 대신 책을 아낌없이 사주신 부모님 덕에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심지어 아빠의 회사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있어서 교보문고는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책을 좋아하니 글쓰기를 좋아하게 되었고, 수포자였지만 국어만큼은 전교 1등이었다. 늘 글에 예민했고, 주술관계의 호응이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진심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면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엉망이 되었지만 어쩌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다시 한번 어문 규정에 대한 공부를 새로 할 수 있었다.(그래도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고 잘못 쓰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런 배경 덕에 최소한 초고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교정과 교열, 윤문의 단계도 다행히 예전에 교정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고 윤문이야 학생들 논문을 봐주면서 수도 없이 했던 것이고(성격은 다르지만) 그리고 다행히도 요즘엔 AI들이 있었다.

챗지피티와 클로드 유료 버전을 상호 교차해서 사용하면 기본적인 오류는 잡아낼 수 있었다.

물론 이 두 AI가 나보다 실력이 떨어져서 내가 하나하나 오류를 다시 잡아내며 가르쳐야 했지만, 그래도 이 두 녀석 덕분에 일이 진행되었다.


편집은 또 어떤가. 나는 운 좋게 중학교 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그게 1983년의 일이다) 아주 기본적인 지식이었지만 그 덕에 컴퓨터 언어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었다.


또 대학교 때 길벗을 만나면서 길벗에게서 dos를 배웠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부터는 직접 html 태그를 배워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했고, 몇 년 전에는 파이썬을 배우기도 했다. 컴퓨터와 IT 쪽에 관심이 많아서 다양한 프로그램도 조금씩 써 보았기에 노트북으로 하는 작업에 두려움이 없다.


또 학회에서 출판이사로 일하면서 논문 편집을 수도 없이 했고, 학교 수업을 위해 ppt도 엄청나게 많이 만들었다. 그때는 전부 고생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훈련 아닌 훈련들이 이번에 책을 만드는 데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다.


Sigil의 html 코드는 잘 알지는 못해도 구조가 눈에 들어왔고 챗지피티와 클로드를 적절히 활용하니 epub 파일을 하루 만에 만들 수 있었다. 모르는 것은 무엇이든 이 둘에게 물었다.

물론 네이버도 최대한 활용했다. 출판인들이 모여 있는 카페의 글을 정독했고, 다양한 키워드로 수많은 정보글을 탐색했다.


epub 파일을 만드는 것까지는 오히려 괜찮았다. 문제는 이미지였다. 이미지만큼은 챗지피티나 클로드로 할 수 없었다. 이미지를 만들기는 하지만 한글 폰트 구현에서 계속 에러가 났고, 누가 봐도 AI로 만든 이미지 느낌이라서 쓸 수가 없었다.


구세주처럼 캔바를 만났다. 미리캠퍼스도 있지만 캔바가 더 저렴해서 일단 캔바로 시작했다. 캔바 활용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이것저것 손을 대다가 금세 캔바에 익숙해졌다.


익숙해진 후에는 나의 디자인 감각이 괜찮기만을 바라야 했다. 표지만 해도 이미지를 수도 없이 만들긴 했는데 어떤 이미지가 괜찮은지 도무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그때 도움이 된 것이 20년간 운영해 온 네이버 블로그였다. 물론 네이버 외에 위챗과 카톡도 활용했지만, 많은 분들의 의견을 주신 덕에 이미지를 최종 확정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 길이었는데 막상 서점과 출판 계약을 하려니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추가로 만들어야 했다.

책 소개, 저자 소개, 출판사 서평, 그리고 상세페이지(상세이미지) 제작.


가장 힘든 것은 상세페이지였다.

도무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막막하고 감이 오지 않았다.

교보문고 같은 경우에는 페이지 한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긴 페이지를 어떻게 한 번에 만들지? 여기에서부터 막히니 막막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일반 이미지를 8-10장 정도 만들어서 포토스케이프로 붙이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시안부터 짜기로 하고 또다시 챗지피티와 클로드를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마누스도 써 봤는데 결과물이 가장 좋은 것은 역시나 클로드였다.


클로드가 만든 이미지 시안을 가지고(이미지 자체는 쓸 수 없었다) 또다시 나의 부족한 디자인 감각에 의존하여 상세페이지를 만들었다.

기본 원칙은 책 표지의 색감을 살리자는 것이었고,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은지, 이 책을 읽고 나면 무엇을 알게 될지, 이런 점에 포커스를 두고 작업을 했다.


그 사이에 교보와는 계약이 끝났기 때문에 상세페이지까지 다 만들고 교보에 등록을 하려다가 내가 pc 뷰어로만 확인을 하고 모바일 뷰어로는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 생각나서 급하게 모바일로 확인을 해 봤는데 표지 썸네일이 보이지 않았다.


리디북스에서는 보이는데 알라딘과 교보의 모바일 앱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왜???

챗지피티와 클로드를 동원했지만 알 수 없었다. 이 문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html 내용을 변경하니 이번엔 다른 오류가 났다.

몇 시간을 애를 먹은 후 내린 결론은 교보의 모바일 앱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일단 교보, 리디북스, 알라딘, 예스 24의 pc 뷰어에서 정상 작동하고 모바일 앱에서도 표지 썸네일을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어제 새벽 4시에 교보에 등록을 해버렸다.


에라, 모르겠다, 저지르는 기분으로 등록했는데 오늘 일어나 보니 책이 판매 중이었고, 구입해서 다운로드하여 보니 썸네일이 멀쩡했다.


교보에 문의메일을 보냈던 답에 의하면 epub에 이미지를 넣었을 때 cover.png가 아니라 cover1.png로 넣어서 보이지 않았을 것, 그리고 책을 등록할 때는 어차피 내가 만든 epub 그대로가 아니라 따로 제출한 이미지 jpg 파일을 올리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원고를 쓰기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교보에서 책을 판매할 수 있었다.

말이 한 달이지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씩 일을 했으니 다른 사람들의 두 달치는 일했을 것이다.

나는 첫 책이 너무나 궁금했다. 과연 내가 책을 만들 수 있는지, 내가 정말 전자책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저자의 자격이 있는지 궁금해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운 좋게, 거기에 내 노력이 더해져 이렇게 책을 판매까지 하게 되니 원고만 있다면 최소한 책은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디자인으로 편집해야 하는 pdf 책은 다른 문제지만(사실 pdf도 대충 만들려면 얼마든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이미지가 없고 글밥이 위주인 epub 책은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 싶다.


새로운 도전을 했던 지난 한 달. 원고에서 출판까지 쉼 없이 달려온 한 달이었다.

첫 책이라 부족한 것이 많겠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읽어봐 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뭐 이런 책이 다 있어, 라든가, 돈이 아깝다, 이런 평가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만든 책인 만큼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이 되는 책으로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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