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다친 부위는 아름다움에 가까워진다.
멍
다친 부위는 아름다움에 가까워진다. 노랑, 초록, 파랑, 보라, 절반 이상이 무지개와 같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 김소연 시인의 <한 글자 사전> 중에서
나는 또 울었다. 울기 싫어 눈물점까지 뺐는데 또 울었다. 그것도 회사 사람들 앞에서 울었다. 나는 그만 울고 싶다. 울면서 나는 느꼈다. 멍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 같았던 상처가 아직도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3년 전 상처는 나를 계속 울리고 있다. 예전에 간단하게 글로 썼지만 자세히 쓰지 못하여 보내주지 못한 상처다. 회사 사람들에게 이 내밀한 상처를 보여줘도 되는 걸까? 나는 또 간단하게 설명한다. "상견례, 결혼식, 혼주석" 이것만 말씀드릴게요. 또 덧붙인다. "사실 혼주석에는 엄마 대신 친척이 앉았어요."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의 마늘밭에 갔다. 나는 아이같고 단순한 엄마가 사는 내내 불만이었다. 엄마의 마늘밭에서 마늘을 캐며 물었다. "엄마는 누가 제일 좋아?" 엄마는 단호하게 말한다. "다 좋지" 엄마는 우리 남매를 다 사랑하는 거 같다. "자야 팔 아프다. 살살해라. 이제 집에 가야하는데 그만해라" 엄마는 나를 아끼는 거 같다. 엄마에게 호미가 상처 낸 마늘은 내가 들고 가겠다고 했다. 엄마는 "안된다. 예쁜 거 들고 가라. 좋은 거 들고 가서 시어머니도 줘라"라고 한다. 엄마는 다 아는 거 같다. 나의 멍은 엄마와의 대화로 조금은 아름다워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