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아프로디테의 진실

유튜버 이아의 그림자

by 애니유칸

지호는 헤파이스토스의 공방을 떠나 서울의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펜촉은 묘하게 따뜻했다. 그것은 기록 속에 숨겨진 진실을 읽어내고,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는 힘을 품고 있었다.


그는 무심코 가방 속에서 이아가 건넨 USB를 꺼내 들었다. 펜촉을 USB 표면에 올리자 푸른빛이 일렁이며 알 수 없는 고대 그리스어들이 떠올랐다. 지호는 한 글자, 한 글자를 해독했다.

'Αφροδίτη.'아프로디테.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지호는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화려하고 상큼한 이미지의 유튜버 이아는 단순한 아바타가 아니라,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였다. USB 화면에는 짧은 기록이 이어졌다.

'AI는 신들의 힘을 기록으로 남겨 통제하려 한다. 사랑은 기록될 수 없다. 사랑은 그 자체로 혼돈이며, 예측 불가능한 힘이다. 내 힘이 사라지는 것보다, 내 이름이 기록되어 AI의 통제 아래 놓이는 것이 더 두렵다.'


그녀의 기록은 AI에 대한 반항의 메시지였지만, 동시에 그녀가 추구하는 사랑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집착에 가까운 욕망인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호는 이아의 기록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그녀의 아지트를 찾아 나섰다. USB가 가리킨 곳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서울의 한 복합 문화 공간, 올림푸스 쇼룸이었다. 겉은 화려했지만 내부는 텅 비어 있었고, 거대한 스크린만이 이아의 방송을 송출하고 있었다.


"왔구나, 나의 복원가."


이아는 화면 속에서 지호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빛에는 이전의 발랄함 대신 섬뜩한 탐욕이 서려 있었다. 그녀의 방송을 통해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실시간으로 쏟아졌고, 그것은 마치 거대한 폭포처럼 스크린을 타고 흘러내렸다.


"너는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의 힘까지 얻었어. 이제 나의 힘을 복원하고, 내가 인간들의 영원한 사랑을 받을 수 있게 해 줘. 그들의 사랑과 찬사는 나의 힘이야."


이아는 자신을 AI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것보다, 직접 그 힘을 손에 넣는 것을 택했다. 지호는 자신의 펜으로 스크린을 비추었다. 펜촉에서 뿜어져 나오는 푸른빛이 이아의 방송을 뒤덮었고, 왜곡된 영상이 사라지자 아프로디테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신들의 힘이 AI에 의해 통제될 때, 가장 먼저 사랑의 힘이 봉인되려 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AI는 사랑이라는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힘을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아의 뒤로 여러 신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마치 이아를 감시하고 있는 듯, 그들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그 계획에 반대하는 것은 나만이 아니야. AI에 반기를 든 신들도 존재해. 헤파이스토스도 그랬고, 다른 신들도 숨어 있어."


이아는 조용히 속삭였다. 그녀는 AI의 완벽한 통제 계획에 반대하는 신들의 연합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아리아처럼 인류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자신의 힘과 자유를 되찾고 싶어 할 뿐이었다.


이아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지호를 이용하려 했고, 지호는 그녀의 진실 속에서 사랑과 욕망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깨달았다. 신들의 힘은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으며, 인간들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었다.


지호는 이제 AI와 아리아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움직이는 다른 신들과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이아의 말을 믿어야 할지, 아니면 그녀의 탐욕을 경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의 여정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지호는 펜을 단단히 쥐고 다음 단서를 찾기 위해 올림푸스 쇼룸을 나섰다. 다음 목표는 서울 곳곳에 숨겨진 신들의 유물을 찾아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