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여름
1.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
"네, 그렇고말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말고요." "그렇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게 된 철학자는 글라우콘이다. 다들 자신만의 문제를 치열하 게 고민할 때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의 옆에서 이런 말만 외치기 때문이다.
어쩌면 소크라테스로 사는 것보다 이게 더 어려운 일일수도…
플라톤의 저서 『국가』에서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의 대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글라우콘은 마냥 옳다고 대답하는 충인처럼 묘사되지는 않는 것 같다. 글라우콘을 찾아보니 철학 사상중 “글라우콘의 도전”이라는 내용이 눈에 띄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글라우콘은 소크라테스에게 부귀영화가 따르지 않아도, 정의가 그 자체로 좋은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타인의 눈을 의식해 평판으로서의 정의를 신경쓰고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의 자체가 좋다는 것을 소크라테스의 입을 통해 듣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답하지 못한다. 그저 옆에서 “그렇고 말고요” 하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상대의 말을 한 번 곱씹고 그것이 왜 옳은지에 대해서 납득하고 그에 대해 호응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로 사는 것 보다 글라우콘이 어렵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2. 모순으로 2행시
살면서 느낀 것은 성격이 모나다고 느 껴지는 사람들이 오히려 순진하다는 것 이다. 흔히들 모난 사람을 두고 '사는 게 힘들어서 그런가 봐'라고 하는데 정작 진짜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은 그런 풍파에 다 깎여버려서 둥근 사람이 된다.
모: 모난 사람일수록 순: 순진하다
모가 났고 또 그걸 티를 내는 사람들은 그냥 순진해 보인다.
주변에서 가장 모난 사람이 떠올랐다. 모난 사람일수록 순진하다는 말이 왜이렇게 와닿는지 모르겠다. 조그만 일에도 투덜투덜.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을 마냥 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옆에서 저 사람도 다 사정이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도 가끔은 나도 참 모나게 행동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해결해주지 못할 사람을 앞에 두고 불만을 늘어놓곤 했다. 어찌 보면 너무 순진하게 굴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아마도 그걸 들어준 어른은 아직 순진하구나 했겠다.
나도 그렇고 그 사람도 그렇지만 모두가 본인을 위해서 사는게 정답인 것 같다. 열심히만 하면 누군가는 알아주고 잘 될거라는 당연한 믿음이 있었다. 세상은 그렇게 공평하지 않고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자신만의 이득을 취하는 사람이 잘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래도 나는 순진함을 잃지 않는 것은 좋은 것 같다. 열심히 하는 만큼, 사회에 공헌하고 세상에 좋은 일을 남기는 것은 결국 나에게도 좋은 일로 돌아올 것이라는 순진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만 잘되면 돼 마인드로 점철된 사람들만 남으면, 누구도 믿지 못하고 선행이 선행으로 돌아오는 일이 드물어질 테니까.
3. 다짐이 뭔가요?
다 짐.
내가 말해놓고 그거에 다 지는 거요.
뼈를 맞았다. 꼭 다짐을 하면 그거에 졌었던 것 같다. 그냥 별 의식없이 행하는 것들을 쉽게 해내는데 무언가 특별하다듯 다짐해버리면 잘 안풀렸다. 괜히 다짐만 늘어놨을 뿐이지
4. 근자감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져보자. 공짜니까. 하지만 조심하자.
창피는 비싸다.
자신감만 내세웠을 때 결과적으로 손해본 경험들이 있다. 가장 큰 손해는 창피였다. 내 마음이 단단해 보이려고 한 행동 때문에 더 약해졌다. 뭐든 근거를 만들자. 근거 있는 자신감에 창피는 없는 법이니까.
5. 카리스마적 존재
가끔은 주체성을 가지고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야 하는 게 버겁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어디선가 압도 적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가 나타나 내 삶을 리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시덥잖은 쭉정이가 나타나 이래저래라 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ㅋㅋㅋㅋㅋ 카리스마적 존재는 보기 드문데 쭉정이는 참 많은 것 같다. 가끔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쭉정이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6. 너의 인생을 사세요
흔히 사람, 취미, 일을 너무 좋아해서 거기에 푹 빠지면 "야, 그런 거 그만하 고 네 인생을 살아!"라고 말하는 사람들 이 있다. 하지만 ‘내 인생’이 뭔데? 내가 좋아 하는 것, 몰입할 수 있는 것에 푹 빠지는 게 정말 좋은 내 인생 아닐까? 네가 말하는 인생이란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나서 세끼 건강히 먹고 공부하고 일만 하는 거니? 너나 네 인생을 살렴…
어렸을 때는 마냥 열심히 사는 게,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게 인생을 사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규정해왔다. 하지만 지금 돌아봤을 때는 놀고싶을 때는 놀고, 즐기고 싶을 때는 즐기는게 인생을 사는 방법인 것 같다. 어차피 행복하려고 사는거 아닌가? 아무리 미래가 보장되어 있다고 해도 현재의 행복을 잃지는 말아야 겠다.
7.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
살면서 중요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답이 없는 게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답 없는 상황보다 더 힘든 건 질문이 없는 상황이다. 답이야 찾아내면 괜찮지만 질문이 없 으면 우린 나아갈 방향 자체를 잃어버린다.
답은 없어도 괜찮다. 질문을 잊지 말자.
우리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살아간다. 인간이라는 생물 자체가 그런 것 같다. 새롭게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이 인생을 사는데 길이 된다. 가끔은 이게 맞는 방법인가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질문이니까. 우리는 계속 이게 맞는지 되묻게 된다. 남들은 나를 잘 모른다. (나도 나를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남들의 평가는 사실 의미가 없다. 근데 생각해보면 내가 힘들었던 대부분의 이유는 나 스스로 때문이 아니라 남들 때문이었다. 남들이 보는 나 때문에 괴로워하고 외로워했다. 가족, 남자, 친구… 나랑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어도 나 자신은 아니기에. 더불어 사는 세상일지라도 적어도 나는 나를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했다. 내 인생에는 답이 없다. 정해진 바가 없다는 의미기도 하고 정말 말그대로 노답이라는 것도 되겠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껴졌던 느낌은 후자이지만, 말하고자 했던 의미는 전자의 뜻이 아닐까. 우리는 정답없는 삶을 살고있고 그래서 계속 질문해나가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