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가을 - 아직도 읽는 중
1. 프리드리히 니체_르상티망
엊그제 이케아에 가서 쇼룸을 구경하고 가구를 샀다.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닌데 이상하게 그곳에만 있으면 모든 물건들이 쓸모있어 보인다.
르상티망에 관한 글을 읽다가 뜨끔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르상티망에 휩싸여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모았을까.
잘 가꾼 집을 가진 사람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과 질투가 있었다. 우리집은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운 옥탑방이다. 그래서인지 집을 바꿀 수 없다면 집을 더 잘 꾸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여차 하면 인테리어 소품을 사고, 수납을 사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괜찮아 졌다 싶다가도 또 다른 멋진 집을 보고 그와 비교했다.
진짜 진심으로 필요해서 소비를 하는가. 필요하지 않아도 인테리어와 관련된 포스팅에 있던 글을 보며 그 물건을 구매한 적이 있다. 그러고는 난 큰집보다 작은 내 집이 좋아라며 자위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스스로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내 마음이 이끄는 동기가 과연 합리적이고 이상적인가. 단발성이면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이라면 반성하고 수정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계속해서 상황을 보고 비판하고 그를 수정해 나간다면 언젠가 나도 온전히 즐겁고 편안한 날들을 보내지 않을까.
2. 칼 구스타프 융_페르소나
나의 자아는 통일되어 하나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 페르소나가 구분된 사람을 앞뒤 다른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때도 있었다. 오히려 책에서는 사일로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이것도 어찌보면 사회적 능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솔직하고 분명한 내 본질적 성격을 아무때나 아무렇게 보여줬을 때 분명 손해보았던 경험이 있다. 언제는 나에게 이런 점들이 약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나의 페르소나를 균형있고 올바르게 가져가는 것에 신경 쓰려고 한다. 경계를 두고 근로자인 나, 친구인 나, 딸인 나, 애인인 나 자신이 서로 다른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겠다.
3. 에드워드 데시_예고된 대가 / 장 칼뱅_예정설
창조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풍토속에서 사람이 주저 없이 리스크를 무릅쓰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당근을 얻고 채찍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들은 결국 나의 창조성을 방해하는 일일 뿐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늘 잘보이려고 애쓰고 난 다른사람에 영향을 잘받는다는 둥의 소리를 해대면서 매번 나는 왜이렇게 행복하지 않을까 되내이곤 했다. 요즘 들어 인간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왜 이 땅에 태어난걸까. 난 일하려고 태어난 건가, 노동자가 필요하니까? 조금 더 그럴듯한 노동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내 모습을 보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가 싶었다. 과연 내가 그럴듯한 일을 한다고 훨씬 행복해질까 싶었다. 그래서 요즘은 진짜 내가 원하는게 뭔지 고민한다.
나는 열심히 생각 한다. 내 생각을 한다. 세상에 내 이름 한번 남겨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필요 없을 것 같다. 내가 열심히 일해낸것을 보면 뿌듯하다. 꾸준하게 무언가 해내는 것도 꽤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책이랑 저 책에 연결고리가 나타나면 진짜 기분 좋다. 누군가에게 잘 전달하고 싶지만 아직은 그런 능력은 부족한 것 같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 중에 돈을 대가로 하는 일은 몇 없다. 열심히 하다보니 소득이 생기고 찾는 사람이 생기는 건 있는 것 같다. 예고된 대가가 말하는 건 내 삶의 목적은 타인의 당근과 채찍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4. 존 로크_타불라 라사
타고난건 없다. 모든 것이 경험으로 만들어진다라는 사고는 요즘 사람들에게 비교적 당연하게 여겨질 것 같다. 나도 다년간의 경험으로 사회성을 얻었고 어색하지 않은 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낯 가리는 것 처럼 안보인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또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졌다. 자기소개서에 꽤 많이 적은 키워드로 경험을 들었다.
나는 경험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멀리서 봤을 때 이해하지 못한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같이 하고 있었을 때, 다른 사람이 받았을 상처를 허투로 보지 않게 되었을 때 그 필요성을 더 깊게 느낀다. 먹어보지 않은 음식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 있고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회피하고 싶은 욕구가 들기도 한다. 내가 한 번만 같이 해보자 해도 자신에겐 맞지 않는다고 단정해 버릴 때, 쉬운 일을 빙빙 돌아 가거나 다른 사람을 쉽게 폄하해 버릴 때도 당신이 이걸 겪어봤더라면 그러지 않을 텐데 하며 안타까워 한다.
직접 겪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접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하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책은 그 작가의 세계가 반영된 투사물 같다. 그 한 권을 집필하기 위해서 수 천, 수 만 시간을 들이기도 하며 자신들의 경험이나 가치관을 담기도 한다. 그걸 온전히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 선택이지만 어찌 되었건 그 작가 내면에 살짝 발 들이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다. 친구들, 가족들과 대화할 때 이 이야기가 책에서 봤던 이야기랑 겹쳐 들릴 때도 있다. 그러면 그게 조금 더 와닫고 직접 겪은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5. 장 폴 사르트르_앙가주망
스스로의 행동과 세계에 참여한다.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을 따른다.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는 스스로가 선천적으로 불리하게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도 당신 책임이라 말하면서 잘못과 책임을 혼용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고, 다만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어떻게 살아야 하냐는 물음(실존주의 철학)에 자신의 존재와 자유를 명확히 알고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불현듯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세상은 혼자 사는게 아니라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니 그럴 수 있는거라고. 근데 나는 그 얘기를 들으면 불편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건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다. 다른 사람은 내가 선택 가능한 범위 내에 있지 않다는 것을 매번 느끼면서 모든 사람이 내맘같진 않다고 생각해왔다.
그럼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중요해 외적인 것에 신경 쓰고 타인의 말에 영향 받는 사람은 그걸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있는 그대로 두고, 내가 나 스스로에게 잘 보이기위해 외적인 것에 신경쓰고 타인이 뭐라 하든 신경도 쓰지 않는 건 지금의 나의 선택인 것이다. 남에게 휘둘리고 실수 해왔던 과거의 나는 전자에 가까웠다. 타인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다가 왜 눈치를 주냐며(정작 본인은 그런 눈치를 주지 않았는데) 술주정을 부렸었다. 덕분에 오래된 친구랑 만나지 못한다.
과거의 내가 부끄럽다. 사과를 했지만 받아주는 사람의 마음이 풀리기 전까지는 내 마음도 그 사람의 마음도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을 깔끔하게 풀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이 무거운 짐을 받아 들고 다신 그러지 않으리라는 책임감 있는 태도로 지금을 살 것이다.
6. 에이브러햄 매슬로_자기실현적 인간
1. 현실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각한다. 예견하지 않는다. 미지의 것이나 애매한 것에 흥미로워한다.
2. 자연을 비롯해 자신과 타자를 수용. 마치 자연 그대로 무조건 받아들이듯이.
3. 행동, 사상, 욕구에 자발적이다. 행동의 특징은 단순하고 자연스럽다.
4. 과제 중심적, 철학적, 윤리적인 기본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넓은 준거기준 속에서 살아간다.
5. 초월성-프라이버시의 욕구 고독과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
6. 자율성-문화와 환경으로부터의 독립+능동적 인간
7. 언제나 새로운 인식
8. 신비로운 경험-최고의 체험
9. 공동체 의식. 동정과 애정을 느끼며 도움 주고자 한다.
10. 대인 관계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11. 민주주의적 성격 구조. 자신과 잘 맞는 성격의 사람과는 누구와도 잘 지낸다.
12. 매우 윤리적이고 확실한 도덕 기준을 갖고 있다. 수단보다 목적에 마음이 끌린다.
13. 철학적이고 악의 없는 유머감각 : 악의, 우월감, 권위의 유머에는 웃지 않는다.
14. 창조성 : 특수한 창조성, 독창성 등 발명의 재능을 갖고 있다.
15. 문화에 편승하기를 거부. 사회 규제가 아니라 스스로의 규제에 따른다.
7. 레온 페스팅거_인지 부조화
나는 내가 어딘가 속해서 일할 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 예를 들자면 나는 제품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에게 청소를 해야한다는 일을 주거나, 회계 장부를 정리해야하는 일을 준다면 그는 필수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니, 너는 사회생활 못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 회사를 들어갈 때 그런 점들을 고려해 사람을 뽑고 그에 맞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실은 이렇다. 그 친구는 본인이 입사할 때 쓴 계약과 다른 직무를 하고 있다. 사장의 개인적인 용무도 봐주고 있다. 급여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추가 근로도 예삿일이다. 그런 그에게 나의 얘기는 자신이 해온 행동과는 정 반대의 생각이었기 때문에 인지 부조화가 발생한 것이다. 더군다나 대가가 높지 않다. 인지를 바꾸려는 동기도 커졌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기 위해 나의 의견을 비난했다.
그 때는 조금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내 그가 안타까워졌다. 자신의 행동을 옹호하기 위해 사고를 바꿔버린 것이다. 어린 날에 제대로 된 일을 하며 반짝이던 그의 눈빛이 조금은 탁해진 요즘이다.
(2024년.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과 주어진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짓기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 마음이 동하고 윤리적인 일이라면 유도리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게 지금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