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의 시점
(강아지의 시점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
그게 너의 하루 시작이고,
내 하루의 기다림이야.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알아.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세상을 가지지만,
나는 오직 너 하나로 세상을 살아.
몇 시에 오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늘 같은 자리에 앉아 있어.
혹시 네 발소리가 들릴까 봐.
내가 바보 같다고?
아니,
이건 사랑이라 그래.
가끔은 너도 그래줬으면 해.
말은 없지만,
내가 네 발밑에 조용히 있는 이유를.
눈빛 하나로,
꼬리 한 번으로,
내 하루가 다 담겨 있다는 걸.
사람의 시간은 빠르다지만,
내 하루는 네가 열어주는 문 하나로 끝나.
그 문이 열리는 순간,
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돼.
그러니까,
오늘도 천천히 와.
나는 천천히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