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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과 아나운서 May 28. 2022

프로방스 초원의 별지기, 어느 목동의 꽃을 위하여

라일락꽃 필 무렵

라일락꽃 향내가 봄의 체온을 느루 달아오르게 하는 때입니다.

화사함을 더해 가는 봄꽃의 릴레이는 어느새 '라일락'에게 그 바통이 닿았어요.

라일락꽃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애틋한 사랑의 설화를 품고 피어나지요.

사랑을 꽃피운 연애의 달인이든, 이루지 못한 수줍은 실패자이든, 돌아보면 푸르렀던 청춘의 언덕배기에는 '아린 사랑'의 초상이 어슴푸레 걸려 있습니다.

가장 희디흰 구름 조각을 뜰채로 건져 올린 뒤, 차반 위에서 송송 썰어 내어 햇볕에 널어 한 일주일 곱게 말린 다음, 심장의 문양으로 오롯이 엮어 낸..

프로방스 초원의 별지기, 어느 목동의 수 백 년의 기도가 해마다 봄이 되면 기어코 진귀한 꽃의 언어와 향기로 되살아나는..

아무도 몰랐던, 라일락꽃의 숨어 있는 비화(祕話)일까요?

라일락은 그 모양새도 그렇지만 특유의 그 꽃향이 발군이지요.

코 끝을 단박에 사로잡는 향기의 마력!

사뭇 심드렁해진, 비뚜름한 심상을 싱그러이 펴게 하는 묘술!

어쩌면 라일락의 향기는 세월 속에 지치고 찌든 우리들의 기억의 회로에 불쑥 스며들어, 어느 날의 삶 모퉁이에서 '따뜻한 반전'을 꿈꾸게 하는, 실낱 같은 빛살을 솔솔 퍼뜨립니다.

사람에게도 꽃의 향기와 닮아 그 행복의 전율을 전하는, 벅찬 순간이 있지요.
굳이 표현하자면 '인간 내음'이라고 빗댈 수 있는.

"우리, 더 간절히 삶을 바라봐요.
우리가 꿈꾸는 그 시간, 그 공간.. 천천히 손잡고
내디뎌 봐요.
우리의 온기가 필요한 들을 위해서.."

축 처진 어깨를 토닥여 주는 솔메이트(soulmate)의 한 편의 메시지가 문득 봄볕 내린 뜨락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재깍재깍 봄날의 시계는 더 따사롭게 흘러갑니다.
 
사람이 희망처럼 느껴질 때
별빛처럼 떠오를 때
은하수처럼 펼쳐질 때
라일락꽃의 향기는 천리만리(千里萬里)를 건너갑니다.

손 위에 손을 얹고
추억 위에 추억을 포개고
향기 위에 향기를 더하는

라일락꽃이 함초롬히 필 무렵,

그대들의 그대들이여

사랑하여라!
추억하여라!
행복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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