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코앞에 찾아온 행복을 알아볼 수 있나요
행복은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그것이 어떤 모양으로, 어떤 표정으로 다가오더라도 존재한다는 자체만 느껴도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행복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의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행복은 든든한 버팀목의 형태로 나를 찾아왔다. 누군가가 내 곁에, 내 편에 서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행복은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흔들리고 지쳐있는 나를 알아보고 손을 꼭 잡아주는 것. 행복은 나를 이렇게 찾아오곤 한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던 청소년 시기에, 첫눈이 내릴 때마다 그 하아얀 눈밭에 사랑한다는 글귀를 적어 넣고 사진에 담아 나에게 보내주던 동생이 어찌 보면 버팀목 같은 나의 행복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보이지 않더라도 멀리서 나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그렇게 나의 버팀목이자 행복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간혹 나는 이 버팀목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나를 지탱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행복이, 나를 구속하는 답답한 족쇄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때가 있다. 나만을 위한 이 버팀목이 너무 당연시되는 순간 행복이 아닌 간섭과 집착으로 보이고 만다.
행복은 또 오아시스의 모양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뜨겁고 메마른 사막에서 목이 타들어가는 듯한 극한의 고통 끝에, 눈앞에 나타나는 맑고 시원한 샘물처럼 말이다. 힘들었던 고3 생활을 마무리하고 스스로 번 돈을 모아 친구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고된 수험생활 끝에 간만에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기회도 생기고, 나를 동반해줄 친구도 곁에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오랜 시간의 길고도 험한 여정 끝에 처음으로 맛보는 시원한 물 한 모금과도 같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내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기보다 덥고 지치면서 힘든 여행길 앞에서 인상부터 찌푸렸던 기억이 난다. 목을 축일 수 있는 물가와 앉아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늘이 바로 모래언덕 하나만 넘으면 내 앞에 펼쳐질 것인데, 안타깝게도 행복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언제나 그 모래언덕의 오르막길까지 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운이 좋게 그 행복이 코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있어도 나는 그 오아시스의 모습을 한 행복을 신기루로 간주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곤 한다.
인간이란 욕심이 끝이 없는 동물이라서 그런지 행복을 바로 앞에 두고도, 도대체 나한텐 언제쯤 찾아오려나 하면서 두리번거리곤 하나보다. 지금이라도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이상 조금은 더 열린 마음으로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이 행복을 만끽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