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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정 Oct 09. 2020

조지아 - #1. 트빌리시 Tbilisi

루스타벨리 대로 - 자유 광장

트빌리시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색다른 즐거움이 가득한 문화예술 거리가 있다. 자유의 광장에서 시작되는 '루스타벨리 대로(Rustaveli Avenue)'는 이 도시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트빌리시의 샹젤리제 거리'쯤으로 소개할 수 있겠다. 1.5km 길이의 대로에는 정부 청사와 박물관, 공연장,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데 특히 미술관이 밀집해있어 미술 애호가라면 필수로 방문해야 한다.


루스타벨리 대로는 조지아에서 가장 위대한 문학가로 불리는 '쇼타 루스타벨리(Shota Rustaveli)'의 이름에서 유래다. 루스타벨리는 조지아의 황금기로 불리는 12세기에 활동했던 작가로 그의 대표작 '호랑이 가죽을 두른 용사'는 중세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2017년 국내에서도 같은 이름의 책이 출간되었으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찾아봐도 좋을 것 같다.



자유 광장(Freedom Square)

구시가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루스타벨리 대로 초입에 있는 루스타벨리 역이다. 그래서 지하철로 트빌리시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 이곳 자유의 광장을 지나게 된다. 이 광장은 레닌 광장으로도 불리는데, 한때 광장 중심에 렌닌 동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련이 붕괴되며 레닌 동상은 철거되었고 지금은 그 자리를 조지아 수호성인 '게오르기우스' 기념비가 대신하고 있다.


옛 트빌리시 자유 광장에 있던 레닌 동상 © Pinterest

기둥 높이가 35m에 이르는 기념비의 꼭대기에는 황금빛 성 게오르기우스 동상이 있다. 멀리서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쨍한 햇빛이 내리쬘 때면 동상에서 신비로운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다.


성 게오르기우스는 중세 기독교인들이 고난을 마주했을 때 찾았던 14 구난 성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서기 303년 로마의 박해로 순교했다고 알려진다. 성 게오르기우스를 영어식으로 부르면 세인트 조지(St George)가 되는데 영어식 이름은 친숙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던 악한 용을 무찔렀다는 전설 때문에 성화 속에서 백마를 타고 용과 싸우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동화 같은 전설과 함께 게오르기우스를 상징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하얀 바탕 위에 그려진 붉은 십자, 일명 '성 게오르기우스 십자(Saint George's Cross)'이다. 성 게오르기우스 십자는 조지아와 잉글랜드의 국기는 물론 바르셀로나, 제노바, 밀라노시의 기에 새겨져 있다. 또한 십자군의 깃발과 방패, 쉬르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십자군은 게오르기우스를 수호성인으로 여겼는데, 동방 원정길에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자 게오르기우스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 십자를 새겨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자유광장은 2003년 '장미 혁명'의 중심지였다. 성 게오르기우스의 십자는 장미혁명 이후 조지아의 국기로 지정되었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조지아는 장기 집권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무능과 부정부패로 경제 발전이 더뎠다.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지만 집권층은 개의치 않았고, 장기집권을 위해 2003년 10월에 열린 총선의 투표 결과까지 조작한다. 부정선거 의혹이 촉발되며 민심이 크게 폭발해 11월 3일, 장미를 손에 쥔 시민들이 하나 둘 광장으로 모여들어 장기 독재와 부정선거에 대항하는 평화시위를 벌였다. 이십여 일간 이어진 시위 끝에 셰바르드나제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고, 이듬해 1월 열린 재투표에서 36살의 젊은 정치인 사카쉬빌리가 96%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성공적인 무혈혁명으로 꼽히는 '장미혁명'은 소련 붕괴 후 혼란을 겪던 주변국에도 영향을 주어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2005년 키르기스스탄 튤립 혁명 등으로 이어졌다. 오늘날 무혈 시민혁명을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사례인 만큼 자유 광장 중심에서 조지아 인들이 손수 일군 민주화의 역사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갤러리아 트빌리시(Galleria Tbilisi)

갤러리아 트빌리시는 트빌리시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지하철 역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상점과 극장이 있어 저녁과 주말이면 늘 인파로 북적인다. 유럽과 미국 브랜드 상점이 다수 입점해 있 푸드 코트가 있어 쇼핑과 식사를 목적으로 찾기에 좋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천국과 같은데 유명 브랜드의 신발, 잡화류가 국내에 수입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 삼매경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1층에는 환전소, 4층에는 전망 좋은 야외 테라스가 있어 여행 중 방문하기 좋다. 4층 푸드 코트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는데, '게오르기우스 기념비'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백화점답게 시즌에 따라 쇼윈도가 변하는데 계절에 따라 인테리어가 바뀌어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journey tips
자유 광장과 근처에 있는 푸쉬킨 공원에서는 매일 한 두 차례 무료 워킹투어가 진행된다. 무료 워킹 투어는 말 그대로 무료로 가이드와 함께 도시의 유명 관광지를 가볍게 둘러보는 투어로 그 나라 문화와 도시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 현지인만 아는 맛집 등 여러 가지 팁을 얻을 수 있는 매력만점 프로그램이다. 유럽으로 출장을 갔을 때 종종 참여했는데 트빌리시에서 참여했던 투어도 제법 만족스러웠다. 무료라고는 하지만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에게 센스 있게 약간의 팁을 주는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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