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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취향을 존중한다

인생수업

by 안상현

"싫어. 안 먹어. 그건 마음이 안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야."


우리 딸아이는 취향이 분명하다. 라면은 건더기 스프 없이, 달걀도 넣지 않고 오로지 면만 넣는다. 김밥은 밥과 햄만 있으면 된다. 계란 볶음밥은 달걀이 전부다.


처음엔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니 그건 자기만의 기준이 확실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기에, 오히려 그런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기 취향을 당당히 드러내는 태도가 참 멋지다.


음식뿐만 아니라 옷을 고를 때도, 과자를 살 때도, 선물을 고를 때도 딸아이는 늘 똑같다. “나는 이게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지녔다. 그 기준이 남이 아닌 자기 안에서 나온다는 게 기특하다.


물론 번거로울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니 더 신경 써야 할 때가 많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너의 취향을 존중한다. 네가 원하는 걸 선택하고, 네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유라야, 세상은 자꾸만 사람들을 평균으로 만들려 한다. 남들과 똑같아야 안전하고, 똑같아야 인정받는다고 떠들며 너를 유혹할 거야.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거다. 너의 취향은 네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자기다움이니 계속 그렇게 살아라.”


라면을 어떻게 먹든, 김밥에 뭘 넣든, 남들이 뭐라 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네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선택할 줄 아는 용기다. 아빠는 그게 참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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