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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관계

인생수업

by 안상현

딸아, 젊은 시절엔 이성을 만나면 좋은 점만 보인다. 말투가 다정하고, 나와 잘 맞는 부분이 많으면 “이 사람이구나” 싶지. 그땐 닮음이 사랑의 기준인 줄 알았어. 그런데 나이가 들면 다른 점이 먼저 들어온다. 습관, 말투, 시간 감각, 생활 리듬까지. 그 차이가 거슬리고, 불편하게 느껴져.


하지만 결혼하고 나서야 알았다. 진짜 중요한 건 ‘좋은 점’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수용하는 마음이라는 걸. 나는 약속 시간에 철저하다.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음식에 진심이지만, 나는 식사보다 대화가 좋다. 난 루틴 한 삶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몰아서 한 번에 해치우는 걸 즐긴다.


예전엔 이런 차이가 불만이었다. “왜 나처럼 안 하지?” 하며 속으로 판단했지. 그런데 지금은 안다. 그 다름 덕분에 우리가 서로를 완성시킨다는 걸. 내가 각을 세울 땐 아내가 둥글게 감싸주고, 아내가 흔들릴 땐 내가 중심을 잡는다.


결혼은 결국 닮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을 배우는 과정이더라. 딸아, 나중에 네가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좋은 점만 보려고 하지 마라. 오히려 그 사람의 다름에서 네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렴.


그게 진짜 사랑의 시작이야. 사랑은 닮음이 아니라 수용이란다. 다름을 이해할 때 비로소 관계는 자라난다. 사랑은 닮아서 지속되는 게 아니라, 달라서 배우며 자라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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