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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처럼 살지 않기 위한 글쓰기

하루 5분 글쓰기

by 안상현

감정에 젖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다.

“네가 뭐 한 게 있다고 감정에 빠지냐.”


이 말은 오래도록 내 가슴에 머물렀다. 그래서 슬픔이 와도 감추고, 기쁨이 와도 조용히 넘겼다. 오버하지 말자고 되뇌며 흘려보냈다. 감정은 느끼는 게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 여기며 살았다.


이제야 조금씩 꺼내 본다. 사실 감정을 느끼는 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생각만으로 하루를 보내는 건 AI와 다를 바 없다. 글을 쓰며 조금씩 좋아졌다. 글쓰기 덕분에 감정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본다. 전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마음 한쪽은 자유롭지 않다. 오랜 시간 스스로 억눌렀던 걸 허락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감정을 돌보는 첫걸음은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오늘 나는 서운하다.”

“지금 나는 불안하다.”


짧은 문장으로라도 내 안의 감정을 정확히 불러주는 순간, 난 더 이상 그 감정에 빠져들지 않는다. 그다음엔 그 감정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불안은 나에게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껴서 그래.” 분노는 “인정받고 싶었던 내면의 욕구야.”라고.


마지막 단계는 감정을 글로 써서 외부로 꺼내 놓는다. 내가 쓴 글은 내면의 거울이 되어,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감정은 억압과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 된다. 결국 난 더 나다운 사람으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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