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의 확신보다 물음표의 여백이 좋다

인생수업

by 안상현

나이가 들수록 내 주변이 단출해진다. 북적이던 모임은 줄어들고, 핸드폰 속 수많은 연락처 중 실제로 만나 마음을 나누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관계의 양보다 질을 따지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런데 이 단조로운 일상에서도 기어이 시간을 내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들은 대화 속에 마침표보다 물음표를 더 많이 담아내는 사람들이다.


마침표는 닫힌 문과 같다. "내 말이 맞아", "그건 원래 그런 거야", "나도 다 해봤는데 말이야." 마침표를 즐겨 쓰는 사람과의 대화는 늘 결론으로 치닫는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확신이라는 이름의 마침표로 찍어 누를 때, 대화의 생명력은 시들고 만다. 그들에게 대화는 내 답을 확인받는 과정일 뿐이다.


반면, 물음표는 열린 창문과 같다. "그건 어떤 마음이었어?",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너의 다음은 무엇이니?"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내 안의 생각을 깨운다. 그들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내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나를 규정짓지 않고 내 가능성을 궁금해해 주는 그 질문들 덕분에, 나는 그들과 헤어질 때마다 이전보다 조금 더 깊어진 나를 발견한다.


딸아, 너의 대화에도 기분 좋은 여백이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네 지식을 뽐내려 마침표를 찍기보다, 상대의 마음을 보듬는 다정한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되렴.


세상에는 자기 확신에 찬 마침표들이 너무나 많단다. 그런 세상에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 하나는 누군가의 꽉 막힌 숨통을 틔워주는 선물이 될 거야. 아빠 또한 네가 어떤 길을 걷든, "그 길은 어떠니?"라고 물어봐 줄 수 있는, 물음표가 많은 아빠로 네 곁에 머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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