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걸으면 보이는 것들과 아들과 함께 한 동네 저녁 레이스
2024년 10월 3일 목요일 아침
10월 3일 개천절, 공휴일이다. 이 말은 출근하지 않고 여유가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아침에는 5시가 아니라 7시 넘어서 러닝을 시작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같은 루트로 달렸다. 공휴일이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달리고 있었다. 저수지 공원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이렇게 붐빌 수 있다는 것을 달리면서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별 다른 목표가 없이 달렸다. 그래서인지 걷는 횟수가 많았다. 페이스가 보여주듯 쉽지 않은 러닝이었다. 다리는 어제보다 몇 배는 더 무거웠고 특히 골반 부위가 아팠다. 골반이 아프니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덩달아 발목에도 무리가 갔었는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끝까지 해내고 싶어서 거리를 채우는데 만족하기로 하고 걷거나 달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맨발로 다니는 분들이 눈에 띄었는데, 발이 아플 텐데... 어떻게 건강에 좋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하마터면 물어볼 뻔.
문득 이버 튀르키예 여행에서 카파도키아 지역을 여행한 것이 떠올랐다. 그린 투어를 신청하여 당일 여행을 했었는데, 그중 한 곳이 으흘라라 계곡이 있었다. 계곡이 어느 지점까지 산책했다가 되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아들과 함께 물놀이를 하다가 발이 젖어서 맨발로 30분을 걸었던 것이 기억났다. 다만 그곳은 입자가 고운 흙이라서 작은 돌들만 피해 다니면 발이 아프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서 궁금했던 것 같다.
달리지 않고 걷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별 생각이 다 났던 러닝이었다.
2024년 10월 3일 목요일 저녁
여유로운 저녁 시간, 아침 러닝의 부진을 씻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저녁에는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하고 집을 나서는데, 아들이 같이 달리자고 졸랐다. 어쩔 수 없이 함께 달렸는데, 초반 페이스는 역시 어려서인지 나보다 빨랐다. 엄청난 속도로 나를 앞서더니 저 멀리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두 바퀴를 달리고서는 자꾸 쉬자고 나를 꼬셨다. 나는 그 매력적인 꼬임에 넘어가지 않고 모른 채 하고 달렸다. 결국 아들은 출발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드디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저녁에는 왠지 아침과 달리 몸이 가벼웠다. 그래서 속도를 내고 싶었다. 오르막길도 그렇게 심하지 않아서 나의 페이스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게 신나게 달렸고 다시 아들이 합류했다. 그렇게 우리는 30분을 내달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달려보는 아들과의 레이스였다. 아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함께 진지하게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