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하다보면 가끔 느끼는 것이 사람들은 쉽고 빠른 답을 원한다는 것이다. 내 스타일을 뿅 하고 제안받고 싶고 옷장 속 실패는 돌아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모든 컨설팅은 그래서 매력적이다. 나에게 맞는 답을 내려주기 때문이다. 나 또한 솔루션을 주는 코칭을 진행하고 있지만 내 아이덴티티는 컨설턴트보다는 자립을 도와주는 코치에 가깝다. 학습을 통해 깨닫게 하고 실패의 기록을 통해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
하지만 평생 컨설팅을 받을 것이 아니고 본인의 옷문제 해결에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자립을 위해 스스로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이 스타일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패션 유튜브를 백번 보는 것보다 옷장 속 좋아하는 옷과 자주 입는 옷, 거의 안 입는 옷을 분석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패션 유튜브의 영상을 내 삶에 적용시킬만한 적극성의 소유자라면 패션 유튜브 역시 도움이 된다.
내가 생각보다 많은 옷을 사고 있었구나라는 인식은 내가 가진 옷을 돌아보지 않으면 쉽게 느낄 수 없다. 왜냐하면 평소대로 늘 하던대로 옷을 구매하고 입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계절 아이템을 세어보라고 하면 본인이 생각했던(세어보기 전에 몇 가지 일 것 같냐고 질문을 하면) 개수보다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막연히 이 정도겠지 생각했던 것이 60가지라는 숫자로 와닿으면 소비의 과함이 피부로 와닿는 것이다. 세 끼를 먹지 않아도 된다고 1일 1식이 유행한 것도 우리가 먹는 량이 적정 기준보다 많다는 조사에 있다. 하루 칼로리를 생각하면 세 끼를 다 먹지 않아도 되는데 언젠가부터 삼시세끼를 먹으며 과한 영양분을 섭취하고 그로 인해 다이어트를 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옷생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가 가져야 하는 적정 아이템의 개수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고 입어왔다. 그리고 옷은 많으면 많을 수록 잘 입는 것 아니냐며 유행도 챙기고 싸서 사고 기분이 안 좋으니까 쇼핑하는 것으로 옷장의 볼륨을 늘려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너무 많은 옷이 일으키는 환경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문제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것으로 나에게 맞는 적정 볼륨이 어느 정도인지 고민하며 입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한 계절이 3개월(대략 90일)이라고 했을 때 아이템의 개수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아이템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이다. 요즘은 패션 어플, 코디 어플이 나 대신 코디 조합을 만들어 추천해준다. 그것만 잘 활용해도 생각지 못한 조합을 발견할 수 있다.
옷장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답이 있다. 내가 안 입는 옷, 잘 입는 옷, 좋아하는 옷 등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요소를 기록해본다면 나에 대해 의외의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좋아하는 옷이어서 자주 입는 줄 알았지만 그저 편해서 자주 입었다는 것, 덥고 추울 때는 디자인보다 기능성에 가치를 둔다는 점, 정체된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분석해보니 계속 비슷한 옷을 구매하고 있었던 점 등은 옷장을 분석해보지 않으면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옷장 안에 답이 있다고 믿고 현명한 쇼핑을 위해 나다운 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옷장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많은 옷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많은 옷 중에 대부분은 유행이 지나면 선택하지 않을 옷들, 오래 전에 샀지만 그냥 쟁여두고 있던 옷들, 왜 샀는지 모르지만 아까워서 한두 번 입은 옷들, 누군가에게 선물받았지만 내 취향이 아니어서 갖고만 있던 옷들일 뿐이다. 그런 옷들은 재활용(바꿔 입다 캠페인)이나 리사이클을 통해 다시 발견되어야 한다. 내가 살릴 수는 없지만 버려지기에는 아까운 자원이기에 이런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되어야 할 것이다. 기준없이 채우기만 하는 소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죽을 때 바리바리 싸들고 갈 것이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옷생활을 조금씩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글쓴이 이문연
행복한 옷입기 코치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