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초대

부자들의 시스템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돈의 규칙

by LUY 루이

목요일 저녁,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회사에서 퇴근하려다, 거래처 부장과 마주쳤다. 그는 축축한 우산을 접으며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


“이봐, 오늘 저녁 시간 있나?”


“글쎄요… 뭐, 큰 약속은 없습니다만.”


그는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좋은 데 구경이나 가자고. 평생 공부해도 못 배우는 얘기를 해줄 사람들이 있어.”


평생 못 배우는 얘기라니. 처음엔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나를 데려간 곳은, 상상 이상이었다.


도착한 건 번화가 한복판, 10층짜리 낡은 빌딩. 외벽엔 오래된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간판 하나 없었다.


그는 9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멈추더니, 금속문 앞에서 주머니에서 나온 작은 열쇠를 꽂았다.


“여긴 회원제야. 문만 열리면, 네 세상이 좀 바뀔 거다.”


문이 열리자 공기가 달라졌다. 밖의 눅눅한 냄새는 사라지고, 묵직한 가죽과 위스키 향이 코를 찔렀다. 안에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둥근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양복 깃이 반듯한 중년 남자, 금테 안경을 쓴 노인, 그리고 진주 목걸이를 걸친 50대 여인.
그들의 표정에는 여유와 확신이 섞여 있었다.


“신입인가?” 금테 안경 노인이 물었다.


“네. 오늘 처음 뵙습니다.”


그는 나를 한 번 쓱 훑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좋아. 그럼 우리 얘기, 귀 잘 열고 들게.”


그들의 대화는 처음부터 낯설었다.

“이번 분기 현금흐름이 예상보다 부드럽게 돌아가네.”


“레버리지를 좀 더 태워도 되겠어. 세법 바뀌기 전까지는.”


“차등의결권, 이제는 자녀한테 물려줄 때 쓰는 게 표준이야.”


나는 어리둥절했다. 레버리지? 차등의결권? 회사에서 배우는 경영 지식과는 전혀 다른, 실전에서 쓰는 언어였다.

참다 못해 물었다.


“이런 건... 왜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죠?”


노인이 피식 웃었다.


“그래야 일꾼이 생기지. 다들 경제를 알면 누가 일하나?”


옆에 있던 여인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린 자녀가 어릴 때부터 법인 통장을 써요. 배당금으로 용돈을 주고, 등기부등본을 같이 봐요. 부동산, 주식, 채권… 이게 진짜 교육이죠.”


나는 순간, 학교에서 배웠던 GDP 그래프와 물가상승률 계산이 떠올랐다. 그건 여기서 아무 쓸모없는 이야기 같았다.


부장이 나를 보며 위스키를 따라줬다.


“자네, 월급 말고 다른 소득원 있나?”


“없습니다. 뭐, 투자도 조금 해봤지만 성과는…”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내밀었다.


“그게 문제야. 월급만으로는 부자 못 돼. 부자는 돈이 돈을 버는 구조에 살고, 그 구조는 이렇게 닫힌 방 안에서 배워.”


그 순간, 창밖에서 번개가 번쩍였다. 유리창 너머 비가 빗줄기로 떨어졌지만, 이 방 안은 전혀 다른 세계였다.
나는 마음 한켠이 묘하게 불편했다.
마치 이 사람들은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전혀 다른 ‘규칙’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규칙은, 결코 교과서에 적히지 않는 것들이었다.


자정이 다 되어 모임이 끝날 무렵, 금테 안경 노인이 내게 다가왔다.
“다음 주에도 와. 그땐 세금을 줄이는 법을 얘기해주지.”
그의 목소리는 낮지만 단단했다.
“정보를 모르는 건 죄가 아니야. 하지만 그 대가를 평생 내야 하지.”


나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다른 이유로 젖어 있었다.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그 법을 절대 알리지 않는 시스템.
그리고 나는, 방금 그 시스템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