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출처와 비밀

Digital Flood

by LUY 루이

목요일 오후.
메트로폴리탄 캐피털 뱅크의 30층 회의실은 유리창 너머로 석양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도슨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것처럼 의자를 정돈하고, 테이블 위에는 두 잔의 커피가 놓여 있었다.


“곧 도착합니다.”
CFO 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직접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네. 계좌 개설 이후 줄곧 온라인으로만 움직였으니까요.”


문이 열렸다.
조지 K. 그린넬.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그는 깔끔한 네이비 수트를 입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차림새였지만, 눈빛만큼은 묘하게 차가웠다. 자신감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무심했고, 무심하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또렷했다.



첫인상

도슨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어서 오시오, 그린넬 씨. 저는 메트로폴리탄 캐피털의 다니엘 도슨입니다.”


그린넬은 잠시 손을 맞잡으며 짧게 대답했다.
“조지 그린넬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소리는 낮고 안정적이었다. 떨림도 없고, 과장도 없었다.


둘은 자리에 앉았다.
도슨은 커피 잔을 밀어주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운을 뗐다.

“우리 은행에 큰 신뢰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렇게 단기간에 거액을 입금하는 개인 고객은 드뭅니다. 그래서 직접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그린넬은 미소도 짓지 않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은행이 고객의 돈을 맡는 건 당연한 일 아닙니까? 특별할 건 없지요.”



본론

도슨은 바로 화제를 꺼냈다.
“저는 금융가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그래서 직감적으로 압니다. 이번 패턴은 단순한 예금이 아닙니다. 매주 목요일 같은 시간,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의도된 흐름이죠. 그렇지 않습니까?”


그린넬은 시선을 잠시 거두더니, 창밖 석양을 바라봤다.
“도슨 회장님. 사람들은 늘 이유를 찾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이유를 말하지 않는 게 더 현명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금 출처는 설명하셔야 합니다. 규제 당국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AML 규제는 아시겠죠?”

그린넬은 테이블에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가족 사정입니다.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긴장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도슨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 사정이라니… 이건 1,500만 달러를 넘어선 자금입니다. 개인적인 이유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그린넬은 짧게 웃었다.
“은행이 고객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묻는 게 합법인지, 아마 회장님이 더 잘 아실 겁니다.”


도슨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합법을 말씀하시니 더 물을 수밖에 없군요. 만약 이 자금이 불법 거래나 자금세탁으로 연결된다면, 우리 은행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겁니다. 전… 그걸 막아야 합니다.”


그린넬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도슨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저를 의심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기억하세요. 이 자금은 이미 시스템 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들어올 겁니다.”



파문

짧은 대화였지만, 도슨에게는 천둥처럼 울렸다.
‘앞으로 더 들어온다.’


그건 경고이자 선언이었다.


“규제 당국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도슨은 마지막으로 던졌다.
“당신의 이름이 곧 기사에 오를 수도 있어요.”


그린넬은 피식 웃었다.
“사람들이 제 이름을 알아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가 중요하지, 이름은 중요하지 않지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섰다.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는 동안, 도슨은 가만히 손을 떨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혼잣말

그날 밤, 도슨은 혼자 집무실에서 불 꺼진 뉴욕 야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구지… 대체 누구야? 이 남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금,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
그린넬은 은행을 상대로 심리전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도슨은 알았다.
이건 단순히 은행의 위기가 아니라, 곧 금융 시스템 전체의 전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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