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마지막 화폐일까

돈의 진화

by LUY 루이

새벽, 다니엘은 창문을 열었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깜빡였고, 도로 위 전광판에는 오늘도 ‘USDC accepted here’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택시는 QR 코드를 붙였고, 노점상마저 휴대폰을 흔들며 거래를 마쳤다. 더 이상 동전이 굴러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세상은 안정의 껍질을 두른 스테이블코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다니엘의 가슴 속은 잔잔하지 않았다. 어느 날 회의에서 그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이제 화폐는 끝난 걸까요? 더 발전할 게 있을까요?” 그는 대답을 망설였다. 끝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일까? 조개에서 금으로, 금에서 종이로, 종이에서 달러로, 그리고 전자와 암호로. 매번 끝이라고 했지만, 그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날 밤, 그는 오래된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조개껍데기 하나, 낡은 금화 한 닢, 해진 지폐, 달러 지폐 묶음, 리암이 남긴 플라스틱 카드, 그리고 낡은 하드 드라이브가 들어 있었다. 세대를 거쳐 쌓인 돈의 잔해들이었다. 다니엘은 하나씩 꺼내어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각 물건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얼굴이 겹쳤다. 무카가 바닷가에서 조개를 손에 움켜쥐던 모습, 라모가 금덩어리를 두드리며 웃던 얼굴, 카엘이 종이를 흔들며 믿음을 설득하던 목소리, 에이든이 달러의 숫자를 바라보던 눈빛, 리암이 컴퓨터 앞에서 손가락을 떨던 손. 그리고 지금,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열어 보이는 자신. 모든 세대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다니엘은 노트북을 켰다. 전 세계의 거래가 초 단위로 기록되고 있었다. 숫자는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었고, 변동은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드디어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알았다. 안정은 달콤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구속일 수 있다는 것을. 담보를 쥔 회사가 무너지면, 알고리즘이 삐끗하면, 이 거대한 안정의 탑은 무너질 수 있었다. 믿음은 언제나 취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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