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의지로 되는 거면 내가 왜 이러고 살겠소, 의사양반
2024년 2월 27일에 포스타입에 올렸던 글을 브런치에 재업하였습니다.
뭐 평생 수면 패턴으로 고생을 해왔지만 이게 나이가 들면서 심장에 무리 가는 느낌을 해가 뜬 중천에도 아이고 심장이 개같이 쫄릿하네요라는 느낌을 자주 받아서 GP에게 상담을 받았다.
한국은 멜라토닌 자체가 아예 수입 금지된 걸로 알고 있다. 아님 죄송.
호주도 멜라토닌을 시중에서 막 구할 수 있지 않다. 문제는 나는 선천적으로 기관지나 호흡기도 좀 약하고, 어릴 때부터 앓아온 비염 때문에 비강으로 숨 쉬는 것도 힘들다. 밤 되면 히스타민 레벨이 더 올라가 시도 때도 없는 알레르기 반응이 더욱 심해진다. 멜라토닌은 혈액에 이런 히스타민 혈류 이동을 더욱 증가시켜서 밤 되면 알레르기성 호흡곤란이 생긴다.
그래서 자주 이용하던 게 독시밀린-이른바 1세대 안티히스타민인데... 이것도 호주에선 되게 처방을 안 해주려는 거 같더라고. 가끔 코스트코(미국)에서 파는 슬립핑 에이드 보틀을 이베이에서 구할 수 있긴 한데... 이베이다 보니까 이게 진짜인지 짭인지 구별을 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조금의 희망을 갖고 GP에게 상담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독시밀린은 처방 안 해주고 가장 최소한의 처방인 멜라토닌 2mg만 해주더라고. 이메일로 처방전과 함께 ADHD 수면장애 관리 요법의 브로슈어가 PDF로 날라왔다...
잠시...
그걸 제가 모를까요?!?! 그게 의지로 되는 거였으면 제가 이렇게 인생을 허비하고 살고 있겠슈?!?!
하고 사자후를 질러보지만 이러나 저런 어쩌겠나. 내 몸과 인생을 관리하고 살아가는 건 나 혼자인 것을.
그래서..마, 수면 장애 가이드 이왕 받은 김에 그 내용이나 죽죽 적어보려고 합니다.
버크셔 헬스케어 NHS Foundation Trust에서 나온 ADHD와 수면 건강 브로셔의 내용입니다.
일일이 모든 문장을 다 구술하기엔 아주 귀찮으므로 대충 요약한 내용만 서술하겠습니다.
이 브로슈어에 적힌 내용을 따르면 얼추 5-75%의 성인 ADHD가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고 함. 아예 불면증을 앓고 있기도 하고 기면증이나, 딥 슬립을 못하거나 자다깨거나 입면이 어렵다던가 뭐 다양하다. 뭐 엣치디 아동들이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건 아주 흔하기도 한데 이때 관리를 잘 하지 못해 청소년기, 더 나아가 성인기로 들어가면 이런 문제들이 더욱 심각해진다. 나이 먹고 어른이 되어갈수록 여러 다른 건강상의 문제와 엣치디가 유발한 다른 신경계 문제로 수면부족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ㅅㅂ 늙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 잠 자는 것도 힘들다니...)
엣치디의 타입에 따라 수면장애의 요소도 다른데 이게 뭐 딱 이렇다!라고 규정지을 순 없지만 얼추 분류되는 바로는 Inattentive Type(이른바 공상형, 멍 때리는 시간이 많은 타입)의 엣치디러는 남들보다 훨씬 늦게서야 잠이 드는 타입이 많다고 한다. 충동형, 과행동형은 수면시간지연장애보다는 아예 입면을 못하는 불면증이 많다고 함.
나는 그날 낮과 저녁에 뭔가 많이 하고 하루종일 활동을 많이 하면 불면증에 빼박 당첨이고, 그날 잔잔히 지내면 새벽 2시에 자는 듯. 안타깝게도 이런 나의 수면패턴에 맞는 직종을 찾아 경제생활을 하는 건 현재로서는 힘들고 일단은 밤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려고 노력은 하...지만 실패했다. 아이고 젠장할.
어떤 수면장애를 갖고 있던지 간에...뭐 정 안되겠으면 신경정신과에 입원해서 수면패턴을 모니터링 받고 개선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의료수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지 않은 나는 집에서 최대한 관리하는 수 밖에
.
사족을 달자면...내 질환에 대해 공부하고 내 몸에 대해서 알면 알 수록 와...
나는 내 가족과 살면 단명할 수 밖에 없구나라는 확신이 든다.
가족들은 내 신체 리듬과 질환 등 컨디션에 맞춰 관리해야 할 그 모든 요소의 반대되는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다. 그 악영향을 부모님은 고대로 나에게 풀어대는 분들이었거든. 자신들의 생활 패턴에 반하는 걸 내가 요청하면 서로 득달같이 싸웠었다. 그 분들이 딱히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악패턴을 담습하는 게 인생에 베인 분들이고 자식인 내가 그 관습에 반하는 모든 걸 자기 관리라고 하고 있으니 반항으로 보이는 것이다...어떤 의미로는 그래서 참 최악의 상성이다. 그러니 같이 살면 살 수록 서로에게 악순환일 수 밖에.
수명연장을 위해서라도 독립은 정말 만만세였다. 이렇게 말하면 부모님과 같이 오래 산 것 같지만. 10대 후반은 기숙사, 20대는 고시원, 기숙사, 셋방 살이로 떠돌면 전전한 대부분이다. 그럼에도...간간히 무직기간이 생긴 갭타임이나 방학 등의 이유로...몇일 때로는 몇달 부모님 댁에서 머무는 때는 주기적으로 왔다. 그럴 땐 어김없이 수면장애와 호르몬/영양/신경안정 문제로 몸과 정신이 힘들었다.
몸과 마음은 나 혼자 기숙사 독방에서 살았던 미국에서의 시간들, 그리고 호주로 이주하면서 좀 더 나아졌다.
호주에서의 이주생활도 만만찮은 것은 아니었고, 이민 온 뒤로도 혼자서 오롯이 살 여건은 안되었기에 잔잔하게 생활...특히 혼자 안정감을 채울 나만의 조용한 시공간을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과활성된 정신을 누를 수 없어 불안장애는 몇년간 지속되었다. 진정한 의미로서의 독립은 혼자 무턱대고 이민을 가고 몇년이 지나 나 혼자 조그만한 거실과 주방,침실이 따로 달린 플랫으로 이주하면서 달성했다.
요즘은 Hyper Focus모드 및 운동 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시간대가 7시 이후면 그날 숙면은 글러먹었다고 보고 있다...인간 참 High maintenance이다...어이고.
...이게 가능하면 나는 이미 갓생살고 있을 거 같지만 말입니다...
이미 과활성된 뇌를 엣치디러가 쉽게 진정시킬 수 있을리 만무하다. 게임이나 재밌는 쇼 등등을 특정 시간 이후에는 시청을 안 하고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차와 따뜻한 우유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한다.
여기서부터 뼈 때리는 말이 나오는데...
Many people with ADHD are 'on the go' for much of the day - including up till the bedtime. They think they will sleep instantly as a result.
항상 내가 뭔가 발동되면 바로 즉흥적으로 해버리니까 본인들이 자러가고 싶다고 바로 잘 수 있을거라 착각을 한다. 아닌 걸 경험으로 알면서 말이다. 남 얘기가 아니라 당연히 내 이야기다...ㅋㅋㅋㅋㅋ 젠장
잠을 시도 했는데 잠을 잘 수 없다면 좀 있다가 한동안 일어나라. 일어나서 차를 마시던가 긴장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을 하거나 잠시 따수운 물로 샤워를 하던가...그러고 다시 잠을 시도해봐라. 계속 누워있는 다고 딱히 잠이 더 오진 않더라 나는. 그날 화가 난 일이나 내일 일에 대한 걱정은 일단 침대에 들어가는 순간 다 잊어라. 잊으면 안 될거 같으면 메모를 팍 해버리고 침대에 들어간 순간은 잊어라.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책상 위 스탠드에도 민감해져서 소형 스탠드 불빛도 이젠 꺼버리게 됬다. 나중에 침실과 작업실 위치도 바꿀까 생각중이다. 조명등이 다르더라고, 지금 사는 플랫이...
엣치디러들은 특정 작업에 엄청난 집중을 요하거나 과활성되는 경우도 있다. 엣치디러들은 자신들의 집중력을 시기적절하게 관리가 안되는 게 문제인 사람들이지 집중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12시에 수면을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왠만한 일들은 10시 이전에 다 끝내버리고 그 뒤로는 혼자 안정을 취하는 시간을 갖는게 중요하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나는 11시부터는 데스크 스탠드 하나만 키고 책을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오디오북을 들으며 아이패드로는 수면을 돕는 영상 10시간짜리 틀어놓고 잔다. 책을 읽으며 일부러 가슴 흉통을 벌려서 숨을 쉬며 다리나 관절을 무슨 연체동물같이 그냥 땡기는데로 틀고 피고, 스트레칭하며 몸의 뻣뻣한 신경줄을 좀 안정시키고 괄사로 목 뒤를 주무르다가 잔다.
물론 요즘 포트폴리오 빌딩하는 거랑 밀린 인생잡무들 처리하다가 자꾸 이런 의식을 시작하는 시간이 1시가 넘어가서 현재 수면패턴은 여전히 9-5의 직장인에서 멀어져있다. 그래도 입면은 늦어도 숙면은 가능하니 그게 어디야...예전엔 숙면도 전혀 못했거든.
아니 이보쇼. 경제적 활동을 해야하는 성인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은 아무리 늦어도 9시는 되어야 끝난단 말이오ㅠㅠㅠ ...여기서부터 일단 텃다, 텄어...
이게 사실 제일 지키기 힘들다. 낮에 잠이 맨날 오는 건 평생 그래왔고...이때 잠을 자지 않으면 나는 두뇌가 바로 셧다운되서 십중팔구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도...알람을 맞추고 일어나는 건 괜찮은데...문제는 눈 뜨자마자 몸이 피곤해서 못 일어나겠고...알람을...꺼버린다.
진짜 핸드폰을 방안에 두고 들어가지 말고 거실에 두고 알람 최대로 맞춰야할까봐...그래야 침대에서 기어나오기라도 하지.
수면을 취하는 공간은 항상 조용하고 차분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끼거나, 두꺼운 커튼을 설치하던가, 백색소음기계를 틀어 놓는 것도 고려해보라.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고작 멜라토닌 2mg 처방 받았지...이거 처방전 없어도 아이허브로 주문하면 그만인데 말이야...
수면장애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수면치료클리닉을 내원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항상 정해진 시간에 수면시간을 따르도록 할 것. 주말에도 예외없이.
네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은 일단 잠자리로 들어가는 순간 접기.
20분이 지나도 잠을 잘 수 없으면 그냥 일어나서 날 안정시키는 여러 것들을 해보기.
과수면도 피해야한다 (뜨끔)
낮잠도 피해라. 정 자야겠다면 정말 졸린 오후에 15-30분 자는 것으로 제한둬라.
밤 되면 밝은 불빛에 노출을 피해라. 모니터나 폰 화면 포함.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밝은 빛에 노출시키려고 노력해라.
잠들기 3시간 전엔 너무 과하게 먹지 마라.
정기적으로 운동해라. 다만 잠들기 3시간 전에는 과한 운동은 하지마라.
조용하고 시원(아주 중요...)하고 어두운 방을 침실로 정해라.
폰이나 노트북 등 전자제품을 들고 침대로 가지마라(뜨끔)
침구가 불편하다면 편한 침구를 알아봐라.
할일이나 걱정거리를 남길 일들은 잠자기 3시간 전에 다 끝내라(근데 이게 되면 내가 갓생살지 왜 이렇...)
오후가 지나면 카페인이 들어간 건 섭취하지 마라.
과한 알콜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저녁엔 담배를 피지 마라.
잠들기 전 배가 고플 거 같으면 아주 가볍게 배를 채울만한 간식과 따뜻한 우유를 마셔라. (장트레볼타가 있는 사람이면 락토프리로)
잠들기 전 뜨신 물로 샤워를 시도해보라.
...뭐 그렇다고 합니다.
여러분 중 저처럼 수면지연위상증후군이나 불면증, 혹은 둘다 갖고 있어 고생하시는 분들...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