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마음
새끼손가락 골절을 입었다. 태어나서 골절이란 것을 처음 경험했다.
대부분은 다리에 깁스를 하거나 팔에 붕대를 하거나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나도 아닌 사람 중에 한명이었다.
지금까지 큰 사고나 수술 없이 잘 살아왔다. 기껏해야 어릴 적 다리를 헛디뎌 인대가 늘어나서 발목과 무릎에 손상이 가서 조금 불편함을 겪었지만,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적은 없었다. 인대가 늘어나 어려움을 겪었던 것도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이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로는 그러한 불편함을 잊고 살아왔다.
성인이 되고 나서도 신체에 큰 불편함 없이 살아왔기에, 온전한 신체의 건강은 나에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오히려 그 온전한 건강은 나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아니, 건강하기만 한데 왜 갑자기 부정적이란 말인가? 오히려 반대로 좋은 거 아닐까?
맞다. 누군가가 보기엔 그냥 좋아 보이기 만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건강하다는 것은 나에게 당연하기에 그 감사함을 모르고 살아왔다. 감사함을 느껴도 잠시 뿐이었다. 신체적으로 어딘가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을 접할 때, 나를 바라보며, "아! 나는 참 감사하게도 건강을 갖고 있네, 감사하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고, 계속해서 이런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그러는 중에, 나에게도 골절이란 것이 찾아왔다. 새끼손가락 골절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계곡 초입에서 그냥 물에 손을 담가보려는 찰나 사고는 벌어졌다. 미끄러운 바위를 차마 생각 못하고, 그냥 발을 헛 딛었고, 설상가상으로 미끄러운 신발은 사고의 가능성을 가중시켜고 결국 사고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왼손은 조금 까졌지만 통증은 덜했지만 오른쪽 새끼손가락 쪽의 통증은 심했다. 시간이 지나자 붓기 시작하며 통증은 더해갔다.
불길한 예감에 바로 그다음 날 정형외과를 찾아갔고 엑스레이를 찍었다. 결과는 골절상. 의사 선생님 왈 "심하진 않지만 골절은 맞아요" 살짝 금이 갔었다. 심하진 않다고는 하지만 바로 불편함을 겪었다. 그나마 머리가 다치거나, 더 자주 사용하는 손가락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곤 하지만 새끼손가락 골절 하나로, 씻을 때, 옷을 입을 때, 밥 먹을 때, 키보드를 칠 때 등등 생활 전반적으로 불편함이 찾아왔다.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해오던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어려웠다.
"오히려 감사하다. 차라리 이 고통 하나는 계속 느끼며 살아가는 건 어떨까? 그럼 감사한 마음을 매번 느끼지 않을까?" 급기야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내가 그토록 신체가 건강하다며 떵떵거리며 지내왔을 때는 몰랐는데, 새끼손가락 하나의 통증으로 인해 그동안 내가 얼마나 불편함 없이 살 수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주가량 지났고, 아직도 통증이 느껴지긴 하지만, 고통을 느낄 때마다 나는 다른 신체부위는 아프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새끼손가락 골절은 나에게 필요했던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더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