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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권재 Dec 04. 2023

[도서 리뷰] 체호프 희곡선

책을 읽읍시다 13편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선, 을유문화사, 박현섭 옮김
깊숙한 마음을 비추는 거울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만족스럽게 보았다. 나는 <드라이브 마이 카>처럼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짧게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주인공 가후쿠 유스케는 배우다. 과거에 그는 충격적인 일을 겪고 상처를 받았지만 그 기억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어느 날 그는 예기치 못한 계기로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연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가후쿠는 자신의 상처를 다시 발견한다.


가후쿠는 바냐 역을 맡기 전 이렇게 말했다. “체호프는 두려워. 그의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나와. 거기에 견딜 수 없게 됐어. 난 이 역에 자신을 바칠 수 없어.” 이 문장을 읽고 체호프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감상평

<체호프 희곡선>은 갈매기, 바냐 삼촌, 세자매, 벚나무 동산 총 네 가지 희곡으로 구성된다. 체호프의 4대 희곡이라고 한다. 희곡 장르를 읽는 건 처음이고 체호프를 읽는 것도 처음이라 솔직히 작품을 분석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짧게나마 각 희곡에 감상평을 남겨보겠다. 갈매기는, 젊고 순수한 영혼이 파괴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바냐 삼촌은, 인생을 돌이켜보며 절규하는 바냐가 기억에 남는다. 세자매는, 나타샤가 시간이 갈수록 독한 인간이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벚나무 동산은, 어리석지만 그래서 인간다운 류바를 보는 게 즐거웠다.


체호프는 한 인간의 핵심을 대사에 꾹꾹 눌러 담는다. 그래서 인물이 생생하다. 대략 100년 전 작품인데도 낡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의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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