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친구
내겐 적은 친구가 있다. 성격 탓이겠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은 채 지나온 세월. 뒤 돌아볼 틈이 생긴 요즘 그나마 몇 안 되는 오래된 친구를 떠올려본다. 특별히 어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잠시 만나 시간을 나누고 나면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있다. 사람마다 유형이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엔 관계를 맺는 것보다 유지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처음 만난 사람과 지속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해 가는 사람에게 대체로 매력을 느낀다. 그들의 태도와 생각을 동경하며 그들을 흉내 내 보지만 실천하며 지속시키기 까지는 생각만큼 쉽지 않은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자기중심적인 성향 탓에 건강한 관계를 지속시킬 수 있는 무형의 힘을 유년시절 길러내지 못했던 스스로를 돌아본다. 자기중심적인 성향 탓에 고집은 세고 자존감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그래서 때때로 남을 쉽게 부러워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서 칭찬을 갈구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한없이 작아지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한다.
오래된 친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아끼고 사랑해준다는 데 특별함이 있다. 오래된 친구란 기준이 모호하고 상대적이지만, 단순한 시간의 누적으로 오래된 것과 새것을 구분 짓기엔 그들과의 만남은 늘 새롭고 반갑다. 오래된 친구와 나누는 시간은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과 생각 그리고 관계를 잠시 청산하고 귀와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시간이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 귀중한 시간에는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이전의 나에겐 무리였을 그러한 시간과 태도는 나를 나로서 받아주고 인정해준 몇몇의 좋은 사람 덕분에 가능해졌다.
우리는 성장하며 친구를 얻고 때론 잃는다. 그리고 예상컨대 그러한 성장은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지속될 것이다. 초등학교, 청소년 아이들을 만나 그들이 하는 또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하는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고 부모님께서 친구 문제로 서운해하시는 모습 또한 이와 유사했으니 말이다. 결국 모든 것은 오래될 것이다. 새로운 것은 찰나이며, 오래된 것은 빛나던 찰나의 순간을 뒤덮고 더욱더 오래된 것으로 변해간다.
바라건대 오래된 것들이 주변에 많아 새로움에 쉬이 갈등하고 취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바라건대 오래된 것들이 주는 지혜와 깊이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삶을 살고 싶다.
바라건대 누군가에게 나 또한 오래된 무언가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오래된 친구로부터 배운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