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벽의 안녕

에든버러 마지막 날

by 첼라

에든버러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같은 날 동생은 새벽 일찍, 나는 오후에 비행기를 타고 각자의 장소로 돌아간다.


느지막이 잠들었다가 새벽 일찍 일어나 동생을 배웅했다. 얄궂게도 우리가 에든버러를 떠나는 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라니... 아니, 아니다. 날씨의 방해 없이 무사히 비행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야겠지...



동생과 헤어지던 호텔 앞


사실 너무 새벽이라 그럴듯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다. 동생이 탄 택시가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오랜만에 보는 새벽 풍경을 한참 구경했다.



동생이 떠나고 조금 더 자고 일어날까 생각도 했지만 이미 깨버린 탓에 잠은 다시 오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고 일찍 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커다란 캐리어는 호텔 데스크에 맡겨놓고 밖으로 나갔다. 오늘도 역시나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그냥 여기저기 걷다가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하고 그냥 그럴 생각이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의 에든버러도 예뻤지만, 맑고 쾌청한 날씨의 에든버러도 너무 예뻤다.

바람을 피하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도 새삼 느껴보고, 비를 피하느라 돌아서 걸었던 높은 계단도 올랐다 내리기를 반복하며 산책했다.


나도 오늘이 귀국하는 날이지만, 누군가가 떠나고 남겨진 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

누군가 매일 같이 있다가 갑자기 떠나고 난 빈자리. 지난해 내가 독일을 떠난 후 동생의 마음도 그랬겠지. 그녀와 내가 핏줄로 이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특별한 가족 같은 느낌이다 보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외로움과 긴 침묵이 마음에 한가득 찬 느낌이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이 안심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여행이란 늘 그런 것이지만... 에든버러의 주요 관광지가 있는 구 도심은 크지 않아 천천히 걸어도 몇 바퀴나 돌 수 있었다.



한참 걷다가 아무 카페나 들어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와




비바람에 사진 찍을 엄두도 못 내던 여러 곳을 찍었다. 오늘은 날이 맑아 그런지 아침부터 나 같은 관광객이 훨씬 많은 느낌이다.




오후 2시쯤에는 공항으로 출발해야 해서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셔널갤러리 1층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음식의 맛은 둘째치고 일단 에든버러 시내가 보이는 좋은 전망을 갖고 있는 곳이라 마지막 식사 장소로는 제법 괜찮은 선택이었다.



말 그대로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라 가족단위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많았다. 천천히 식사를 하고 또다시 천천히 걸어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에든버러 #영국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