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와 "2/3 이상"은 엄연히 다르다. <콘클라베>에 대한 여러 신문, 매거진의 평론/ 리뷰 글에 "과반수"와 "2/3 이상"의 의미를 구분 못하고 (그리하여 심지어 영화의 스토리마저 오독해서) 쓴 글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교황은 과반수가 아니라 2/3 이상 득표시에 선출된다.
콘클라베(Conclave)는 가톨릭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열쇠로 문을 잠근 방’을 뜻하는 라틴어인 ‘cum clavis’가 어원이다.
새 교황 선출 과정은 이렇다. 전임 교황이 선종하거나 사임하면 전 세계 추기경들 가운데 80세 미만인 추기경들은 로마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인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으로도 유명한 그 성당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투표는 단 한 사람이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할 때까지, 즉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며칠이고 계속된다.
선거 기간 내내 투표에 참여하는 추기경들은 격리되어 같은 숙소에서 단체로 생활한다. 이들에게는 외부와 연결된 그 어떤 정보도, 연락도 차단된다.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없다. 매번 투표 결과가 나오면 투표용지를 태워 연기의 색깔로 결과를 알린다.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면 3분의 2 이상 득표자가 없어서 아직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흰 연기를 피워 올리면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는 의미다. 이 모든 과정, 즉 콘클라베는 종교의식과도 같아서 경건하게 행해진다.
콘클라베의 투표는 철저한 비밀 투표다. 특별히 후보자를 정하지도 않는다. 가톨릭 세례와 견진성사를 받은 “남성”이라면 누구나 교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교황은 주로 추기경들 가운데에서 선출되었다. 다시 말해 거의 대부분, 투표인단인 추기경들, 그들 중에서 누군가가 교황으로 선출되는 것이다.
단 한 사람이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만 하는 선거 과정. 개표 결과는 투표마다 발표한다. 이번에는 누가 가장 많이 득표할 것인가? 영화 ‘콘클라베’(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 2024)는 이 선거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성당 내부의 직선적인 선과 아치 구조, 거대한 배경 속의 작은 사람들, 차곡차곡 늘어선 문과 기둥,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계단, 빨간색 하얀색 진회색의 색감 대비까지. 영화의 공간은 비밀스러움을 함축하는 거대한 미장센이 된다. 영화는 콘클라베를 총괄하는 로렌스 추기경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나고 밝혀지는, 이어서 또 다른 인물들의 비밀이 생겨나고 밝혀지는 과정의 역학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 영화를 작업하는 동안 영화 ‘대부’를 반복해서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부’의 영향을 받은 듯한) 남성들이 모여 서서 나누는 비밀스러운 대화, 겹겹이 늘어서 있는 열리고 닫히는 문의 의문스러움, 인물의 얼굴 윤곽을 강조하는 조명, 그리하여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긴장감이 무척 훌륭하다.
감독은 잡지 <해머투네일>과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부장제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에 물음을 던집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영화 중반, 콘클라베 선거에서 교황이 될 것으로 유력한 추기경의 비리가 보고된 문서를 108장을 복사하는데 로렌스 추기경이 어려움을 겪자, 이 작업을 기꺼이 도와준 사람은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그림자처럼 존재하던 아그네스 수녀다. 이는 영화에서 매우 상징적이다.
로렌스 추기경은 말한다. “확신(Certain-ty)은 화합의 가장 큰 적이요, 포용의 가장 치명적인 적입니다.” 이에 화답하듯 영화의 마지막, 교황으로 선출된 추기경은 말한다. “나는 세상이 말하는 확신들, 그 사이에서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변화를 받아들이고 화합하는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제 막 교황이 된 그가 세상으로부터 불리기 원하는, 스스로 지은 교황명은 ‘인노첸시우스(Innocentius)’다. 어원은 라틴어로 ‘죄가 없는, 순수한, 무결한’이라는 뜻이다. 이 얼마나 완벽한 이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