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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우리집 막내딸입니다
by 사월 Mar 09. 2018

다음 생에도 우리 가족으로 태어나줘

너와 우리는 정말 보통 인연이 아니야

 개에게 말을 걸어주는 것이 정서에 좋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 더 의식적으로 감자에게 말을 걸으려고 한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왠지 계속 말을 걸어주면 내 말을 알아들을 것 같아 말을 걸어보곤 한다. '감자, 오늘은 언니가 어디 갔다가 몇 시쯤 올 거야', '감자, 언니 없는 동안 뭐했어? 엄마랑 놀았어?'. 감자는 내가 말을 걸 때마다 눈을 피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곤 한다. 마치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으려는 듯 빤히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감자.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감자에게 더 말을 걸으며, 몸을 쓰다듬어준다. '감자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이뻐'.






붉은 혀와 똘망한 눈이 매력 포인트인 감자의 미소

 

 엄마와 TV를 보고 있던 중, 한 채널에서 강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TV 속에서 어떤 내용이 나오고 있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방송을 한참 보고 있던 엄마가 감자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감자, 다음 생에도 우리 가족으로 태어나줘



 엄마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었겠지만 감자는 엄마의 말을 듣고 배를 만지라는 듯 배를 보여줬다. 감자의 배를 쓰다듬던 내가 말을 덧붙였다. '그럼 감자랑 엄마랑 나랑 한가족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감자가 엄마하고, 엄마가 딸을 하고, 내가 개를 할게'. 다음 생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그렇다면 무조건 다시 가족으로 만나는 거야, 우리.


애교쟁이 감자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가끔 감자를 부러워했다. 아니, 사실은 자주 부러움을 느끼곤 했다. 특히나 삶이 고달프다 느껴질 때마다 침대에 곤히 자고 있는 감자를 몹시 부러워하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쁘다고 뽀뽀해주고, 밥 먹으면 잘 먹었다고 간식 주고, 응가하면 잘 쌌다고 칭찬해주고, 잠자고 있으면 어떻게 자는 모습도 이리 사랑스럽냐고 한없이 감자의 매력에 빠져버리니 말이다. 물론, 감자 나름의 고충은 있을 것이다. 말을 못 하니 몹시 답답할 테지.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니 원하지 않은 것을 당해야 할 때도 있을 거고, 무엇보다 내가 이쁘다는 핑계로 이쁨 아닌 괴롭힘을 주기 했으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다음 생에 또 만나게 되면 감자가 엄마로 태어나서 엄마가 감자를 사랑해줬던 만큼 사랑을 되돌려주고, 내가 개로 태어나서 내가 이쁘다는 핑계로 괴롭혔던 만큼 복수해주면 아주 깔끔한 관계가 되지 않을까.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감자


나를 마구 괴롭혀도 좋으니 우리 꼭 다음 생에도 만나자



 내가 이쁘다는 핑계로 자주 귀찮게 한 것을 모두 돌려준다 해도 아니, 더 나를 괴롭힌다 해도 우리 다음에도 꼭 가족으로 다시 만나서 행복하게 살자고 조용히 소원을 빌어본다. 이렇게 어여쁜 너를 만난 것은 무척이나 행운이었으니 다음 생애도 그런 행운이 또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효리네 민박집 2>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가족으로 만나서 살게 되는 것도, 생판 모르던 사람과 부부가 되는 것도 보통 인연이 아닐 거라는 말.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가족들과의 관계보다 감자와의 관계가 더 떠올랐다. 정말 생각해보니 감자와 우리의 인연은 보통 인연이 아니겠구나.



 그 수많은 강아지들 중, 그 수많은 장소들 중, 그 수많은 사람들 중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아이, 감자. 항상 내 옆을 따스히 데워주는 이 아이는 항상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쩌면 그리 질리지도 않는지. 매일,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기는커녕 매력이 더욱 뿜뿜하다. 특히 요즘엔 미모가 나날이 상승 중이시다. 그래서 나는 아마 감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더라도 이 인연을 내 생이 다할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누군가와 나누었던 말보다 감자의 눈빛이, 누군가와 나누었던 따스함보다 감자의 체온이, 누군가의 인연보다 감자와의 인연을 축복이라 여기며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엄마의 팔에 기대어 곤히 자고 있는 감자를 한없이 바라본다. 숨만 쉬어도 이쁜 존재. 오랫동안 우리 가족으로 남아 주렴. 이 생이 다 할 때까지 좋은 추억 많이 만들자. 그리고 정말 진짜 꼭 우리 다음 생에도 만나자.


언니, 우리 저기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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