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짜피 다 의미없잖아

by 사월

요즘들어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무얼 해도 의미없게 느껴만 진다.


나에게는 시간이 정해져있는 것 같다. 당장 빠른시일 내에 세상에서 없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모든 걸 잃고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닌 것 처럼 살아갈 것 같다. 이게 점점 느껴지다보니 나는 행복을 쌓아올리길 포기했다. 점점 행복해지다 가장 행복할 때 모든 걸 잃어버릴까봐. 그게 나는 무섭다.


그래서 나는 모든 행위의 의미를 없앴다.

어릴 땐 사소한 것 하나에도 행복했다. 그 행복이 많아 터져버려서, 이젠 웬만한 것에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나 보다.


그렇게 좋아하던 만화영화를 볼 때도, 맛있는 음식을 보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도. 귀여운 인형을 살 때도. 좋아하는 스티커를 사서 택배를 깔 때도.


돈을 모으는 행위에도 의미가 사라졌다. 언제 어디가 잘못될 지 모르는데, 돈을 모으는 의미가 있나 싶어졌다. 하루라도 더 멀쩡하고 건강할 때, 모아놓은 걸 다 쓰고 싶어졌다. 그래서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고, 별 감흥 없이 택배를 뜯는다. 배송온 물건을 쳐다보는 것도 잠시 뿐이고, 결국 서랍 안으로 넣어버린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목표가 있는 사람이었다. 복학할 때, 더 좋은 실력을 가지고 복학해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그램도 열심히 배우고, 남는 시간에 공부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것이 의미없이 느껴진다. 내가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공부하는 이유가 뭘까. 좋은 회사에 취직해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돈을 모으는 의미도 사라졌다. 나는 자연스레 목표를 세우는 의미도 없앴다.


내게 마지막으로 남은 의미는 이제 글을 쓰는 것 뿐이다. 내 생각을 그대로 남기는 건, 그간 내가 느낀 감정들을 같이 느끼며 위로를 얻을 사람이 한 명 쯤은 있을거라는 알 수 없는 믿음 탓이다. 내가 모든 걸 잃고 사라져도 내 글은 남을테니.


글을 얼마나 더 오래, 자주, 많이 쓸 수 있을 지는 모른다. 아마 글을 쓰는 것도 내게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내게 의미가 있을 때, 더 많은 글을 남길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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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