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드 가드 (The Old Guard, 2020) 리뷰
미국
액션, 판타지
2시간 5분
★★★★★
매번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매번 같은 답이다
앤디를 막아서는 오토바이. 오토바이에서 내린 남자는 앤디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앤디는 남자에게 선물로 돈키호테 초판본을 준다. 남자의 이름은 부커, 앤디와 같은 불멸자다. 부커는 앤디에게 8년 전 수라바야를 기억하냐고 묻는다. 일행을 고용했었던 제임스 코플리한테 남수단에 인질 사태가 발생했다고 연락이 왔다. 부커는 재의뢰를 거절하려는 앤디를 설득한다. 뉴스를 보던 앤디는 관광객이 찍은 사진에 자신이 나오자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폰을 받아서 사진을 삭제한다. 앤디를 환영하던 니키는 터키의 디저트인 바클라바를 건넨다. 그리고 부커에게 내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재료를 맞춘 앤디는 기뻐하는 부커와 절망한 니키를 보고 즐거워한다.
의뢰를 수락할지 고민하던 앤디는 부커와 함께 코플리를 만나러 간다. 장소에 도착하자 코플리가 앤디를 반갑게 맞이한다. 앤디가 CIA를 그만둔 이유를 물어보자 코플리는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방황했다고 한다. 부커와 농담을 하던 코플리는 신문을 보여준다. 학교에 반군이 들이닥쳤고 교사를 살해하고 학생을 납치했다. CIA는 옛 동료였던 코플리를 찾았고 코플리는 앤디 일행에게 연락을 했다고 한다. 기회를 놓치면 평생 찾지 못할 거란 말에 의뢰를 수락하고 자리를 떠난다. 부커도 떠나고 코플리는 멀리서 지켜보는 니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장비를 챙기고 건물로 진입한 일행은 두 명씩 팀을 이뤄 반군을 제거하고 폭탄을 설치해 문을 연다. 반군과 납치당한 학생들이 있어야 할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건물에 불이 켜지고 반군의 함정인 것을 깨닫자마자 총알이 날아온다. 그리고 숨어있던 반군이 나타나 일행에게 총을 쏘기 시작한다.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공격을 받은 일행은 자리에 쓰러지고 반군은 생사를 확인한다.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한 반군은 총을 내리고 상황을 정리한다. 총에 맞은 상처가 회복되면서 정신을 차린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모습을 본 반군은 다시 총을 쏘려고 하지만 일행이 반격을 하면서 하나 둘 목숨을 잃는다.
반군을 순식간에 제거한 일행은 납치당한 학생들을 찾는다. 건물 안에 CCTV가 있는 것을 본 앤디는 처음부터 학생들은 없었으며 이 의뢰는 함정이라고 말한다. 알고 보니 반군이 학생들을 납치한 사건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의뢰는 코플리가 불멸자들을 시험하기 위해 만든 함정이었다. 앤디는 CCTV를 도끼로 부순다. 신호가 끊기자 코플리는 영상을 확인하고 누군가에게 연락을 한다. 사무실에는 1864년 6월에 찍힌 일행의 사진이 있었다. 일행은 건물에서 나와 입었던 옷을 묻어버린다. 조는 건물 앞에 있던 신발 더미가 소름 돋는다고 한다. 앤디는 옳은 일을 했다는 니키에게 세상은 나아지지 않고 나빠지기만 한다며 화를 낸다. 부커는 코플리를 조사했지만 의심할 구석이 없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앤디는 놈들은 우리가 누군지 알기 때문에 코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짐을 채기고 먼저 길을 나선다.
그 시각 아프가니스탄, 동료와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간 나일은 주민들에게 예의를 갖춘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많은 사람을 죽였고 혹시 본 사람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가족을 배신하는 게 아니라고 설득하고, 노인은 나일에게 여기는 남자가 없고 여자를 방패막이로 쓴다면 진짜 남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노인의 말을 이해한 나일과 동료들은 집을 수색한다. 숨어있던 남자를 총으로 제압했지만 남자와 가까이 있던 나일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목을 다치고 쓰러진다. 기차 안에서 잠이 든 앤디 일행은 나일이 사망하는 악몽을 꾸고 일어난다. 모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사망한 줄 알았던 나일도 침대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올드 가드>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세계를 수호하는 불멸의 존재들이 새로운 멤버와 힘을 합쳐 다시 한번 어둠에서 모두를 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의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으면서 제작까지 참여했다. 감독은 마블 드라마 <클록 앤 대거>의 지나 프린스 바이스우드가 맡았다.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실사화된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 <워킹데드>나 DC 코믹스를 제외하고 본 적이 없어서 작품을 감상할 때마다 새로운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알아간다. 시간이 된다면 원작도 감상해보고 싶다.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영화의 주요 장면은 원작에서 그대로 옮겨 담았다고 한다. 원작을 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픽 노블에서 자주 등장하는 클리셰가 몇 개 보였다. 앤디 일행이 몇백 년 전부터 살아왔던 불멸자이기 때문에 나일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과거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현대 옷을 입고 총을 쏘던 앤디가 갑옷을 입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만화에선 현재에서 과거로 전환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영화로 제작하면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든다.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다. 이미 앤디의 현재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원작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마녀로 몰려서 사형을 당하는 장면부터 위화감을 사라지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치하기는 커녕 잔혹한 동화책을 읽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다.
액션이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불멸자들이 보여주는 액션은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액션 장면은 정적이지 않고 숨 가쁘게 흘러가면서도 자신이 가진 무기를 잘 사용한다. 현재의 총과 과거의 칼이 어울릴 줄은 몰랐다. 사람을 죽이면서 피 튀기는 장면보다 여러 번 죽어도 살아나는 불멸자의 모습이 더 잔인했다. 총을 맞고 쓰러진 앤디 일행의 모습이나 앤디에게 총을 맞아 쓰러진 나일이나 진짜 시체 같았다. 시체 연기를 너무 잘한다. 반군에게 총알을 맞고 쓰러졌을 때, 상처를 회복하고 다 같이 반군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배경 음악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다. 작품에 삽입된 배경 음악이 모두 진지하거나 웅장하지 않아서 트렌디하다.
샤를리즈 테론은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기로 유명하다. <몬스터>에서 남성을 살해한 살인마 아일린 역을 위해 14kg를 찌웠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미국 최초로 승소한 성희롱 사건을 다룬 <노스 컨츄리>,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룬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육아에 지친 여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툴리>, 폭스 뉴스 스캔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었다. <툴리>, <프라이빗 워>, <밤쉘> 등 영화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여성 주연 위주로 많이 제작했다. 주연을 맡은 <올드 가드> 역시 샤를리즈가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다. 샤를리즈가 맡은 앤디는 <매드맥스>의 퓨리오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더 절제되어 있다. 액션을 시작하면 퓨리오사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퓨리오사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감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앤디가 숙소에서 일행과 떠드는 장면을 보면, 여러 근심 걱정 없이 웃는다. 그것도 잠시 진지하고 복잡한 얼굴로 돌아간다. 오랜 시간을 죽지 않고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조절하게 된 것 같다.
<올드 가드>에 등장하는 불멸자들은 답답한 구석 없이 각자 매력이 있다. 앤디가 처음으로 만난 꾸인은 사막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자포자기 상태였던 꾸인을 살려내 같이 적군도 물리쳤으나 마녀로 오해받고 여러 번 사형을 당한다. 사형을 시켜도 죽지 않자 사람들은 꾸인을 철로 만든 관에 집어넣고 물속에 수장시켰다. 앤디의 과거 속에 등장한 꾸인의 모습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조와 니키는 장난기 많은 커플이다. 창문을 뚫고 들어와서 니키를 쏜 남자를 한 번에 죽이는 조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조는 앤디를 제외하고 액션을 화려하게 뽐냈는데, 업어치기 한방에 목이 부러지고 지쳐서 쉬는 모습이 현실적이라서 매력 있었다. 니키는 장난기가 많고 귀엽다. 그리고 다정하다. 오랜만에 만난 앤디가 정답을 맞히자 당황하는 모습도 귀여웠다.
부커는 능글맞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느끼함 밖에 없을 것 같았는데 조언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마티아스 스후나르츠를 좋아해서 그가 등장한 작품을 다 감상했는데, 니키가 귀여워서 니키 나오는 부분을 몇 번 돌려봤다. 나일은 총을 맞아도 살아나는 자신을 보고 놀란다. 처음엔 소극적이었던 그가 시간이 흐를수록 팀에 도움이 될만한 존재로 성장한다. 앤디도 나일을 만나면서 많은 감정을 느끼고 팀 전체가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일행에게 상처를 준 부커에게 내려진 벌은 100년이 지날 때까지 혼자서 지내는 것이다. 죽음을 경험할 수 있는 일반 사람에겐 어떻게 보면 짧은 벌이지만 혼자 남겨짐을 여러 번 경험해봤던, 다른 사람처럼 죽을 수 없는 불멸자에겐 고독하고 잔혹한 벌 일수도 있다.
두 달 넘게 개봉을 기다렸다. 업로드 예정이 올라오자마자 가족과 지인에게 꼭 봐야 한다고 추천했다. 원작을 본 적 없고 비슷한 작품이 있음에도 <올드 가드>가 기대됐던 이유는 뭘까. 이런 감정을 처음 느낀 건 아니다. 극장에서 <원더 우먼>, <캡틴 마블>, <아이 엠 마더>를 감상하러 갔을 때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나를 이렇게 만든 까닭엔 감독의 설명이 한몫했다. 정보를 찾아보다가 지나 프린스 바이스우드 감독이 여성이 전사로 활약하는 모습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보여주고 싶었으며, 진정한 용기는 남녀를 따지지 않으며 용기는 용기, 영웅은 영웅일 뿐이라고 설명한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키키 레인은 여성 캐릭터들이 훌륭한 작품에 위대한 배우이자 여성을 끌어주는 샤를리즈 테론과 함께 할 수 있어 힘을 느꼈다고 한다.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액션, 슈퍼 히어로 장르에서 여성의 위치가 높아질수록 내 마음이 기대로 가득 찼다.
<올드 가드>는 내 마음에 불을 지르기 충분하다. 유명한 배우와 처음 보는 배우가 섞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누가 하나 어색하지 않았다. 잠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죽음에서 돌아온 나일을 반겨주지 않는 동료 군인은 과거 즐겨봤던 미국 드라마 <더 브레이브>에 등장했던 나타샤 카람이다. 짧게라도 만나서 좋았다. 감독이 액션 영화를 제작해본 적 없는 여성 감독이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몇 번 봤다. 누구나 처음 시작은 완벽하지 않다.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면서 여러 경험이 쌓이고 그걸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처음인데도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냈다. 액션신은 생각날 때마다 다시 돌려볼 것 같다.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난 감독님이지만 앞으로 제작할 작품도 기대된다. 샤를리즈 테론 너무 멋있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Netfli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