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연하 로맨스 영화/드라마 5편 리뷰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다 시청자의 의견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인기를 얻고 있는 KBS 드라마 <기막힌 유산>에 대한 시청자의 의견이 여러 건 소개가 됐는데, 진행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의견을 읽고선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로맨스가 유행이라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요즘 들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이 연애하고 결혼하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본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5살 이상 많은 건 기본이고 배우의 실제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 나는 것도 많이 봤다. 궁금해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봤는데, 남자가 많은 사이트에선 이런 커플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많았고 나이가 얼마나 차이 나든 성인남녀가 서로에게 고백하고 사귄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했다.
이런 영화를 여러 편 감상했는데 성별에 따라 특징이 조금 달랐다. 남자가 나이가 많은 작품을 보면 남자는 40~60대, 여자는 10대~30대인 경우가 많다. 연애에 관심이 없던 여자가 어른스러워 보이는 아저씨에게 빠지고 아저씨는 주위 시선을 의식해 여자를 밀어낸다. 반대로 아저씨가 젊은 여자에게 반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은교>가 있는데, 어린 여자를 보고 감정을 느끼는 할아버지와 아저씨가 등장한다. 이런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는 여자를 많이 만나본 적 없거나 오랜 기간 혼자 지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여자가 나이가 많은 작품을 보면 여자는 30~40대, 남자는 20대인 경우가 많다. 결혼을 하고 집안일에 지친 여자의 앞에 젊은 남자가 나타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연애나 결혼을 하지 못한 여자가 젊은 남자랑 사랑에 빠지는 작품도 있다. 주제는 달라도 젊은 남자가 여자를 위로해준다는 설정은 변함이 없다.
남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젊은 여자를 위주로 촬영을 한다면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여자의 인생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 오늘은 신작을 기다리는 동안 감상했던 연상연하 로맨스 영화를 리뷰하려고 한다. 약간의 사심을 담아서 적은 글이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읽었으면 좋겠다.
미국
로맨스
1시간 37분
★★★★☆
작가 지망생인 브라이언은 길을 걷다가 운명의 여자를 만난다. 아리엘은 브라이언에게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한다. <5 to 7>은 운명처럼 반한 남자와 사랑을 알게 된 여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영화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지독한 로맨스다. 프랑스에서는 배우자가 있어도 하루에 2시간은 각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브라이언과 아리엘도 매주 데이트를 가진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취미가 달라도 이해한다. 센트럴 파크 등 뉴욕의 많은 장소를 구경할 수 있다. 이 애절한 사랑도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니다. 불륜 영화는 배우자에게 들키거나 같이 도망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작품의 경우 흔한 결말이 아니라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감상하기 전 봤던 후기대로 당신 마음을 내 마음보다 소중하게 여긴다는 대사가 여운이 남는다. 머릿속에 남을 만큼 지독한 영화다.
영국
로맨스, 코미디
6부작
★★★☆☆
남편과 이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바쁜 삶을 살던 젬마는 철없는 아들에 비해 의젓한 아들의 친구에게 매력을 느낀다. <나와 존스 부인>은 부인이자 엄마이기 전에 한 명의 여성인 젬마의 사랑 이야기로, 코미디와 로맨스가 적절히 섞인 작품이다. 아들인 알피는 여자를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는 철없는 남자로 등장하는 반면, 아들의 친구인 빌리는 반듯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빌리의 매력은 젬마의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잘생기긴 했지만. 영국 드라마 속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빌리와 엄마가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한 아들이 소리 지르는 장면이 웃겼다. 시즌 2가 캔슬되면서 빌리와 톰 사이에서 고민하는 젬마를 끝으로 허무하게 끝나서 아쉽지만 빌리 덕분에 눈 호강도 하고 재미있었다.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젬마가 사회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기 마음을 선택했으면 좋겠다. 느끼한 아저씨보다 잘생기고 반듯한 젊은 총각이 나을 테니까.
미국
로맨스
2시간 3분
★★★★★
마이클은 한나와 사랑에 빠진다. 마이클이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던 한나는 갑자기 자취를 감춘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던 소년과 감출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이야기로, 단순하게 남녀의 사랑만 다루는 로맨스가 아닌 여러 생각할 거리를 담은 가슴이 먹먹한 작품이었다. 처음엔 성에 눈을 뜬 소년의 가벼운 사랑 이야기, 남성향 로맨스인 줄 알았는데 한나가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지독한 사회에 애절한 사랑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옥에 있는 한나를 위해 책을 읽는 것을 녹음한 마이클은 반성하지 않는 한나에게 실망을 한다. 한나는 그런 마이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한나는 잔혹하고 지독한 사회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한나를 통해서 감독이 설명하려 했던 부분이 잘 와 닿았다. 이 글에 소개한 작품들에 비해 남자 주인공의 외모가 조금 아쉽지만 작품 자체는 제일 좋았다. 케이트 윈슬렛의 표정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국
로맨스
3부작
★★★★★
아론은 형의 결혼식에서 줄리를 처음 만난다.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 아론은 줄리에게 다가가고 모든 것에 지쳐있던 줄리도 그에게 마음을 연다. <리빙>은 부인이자 엄마, 그리고 부지배인으로 살아가던 여성이 젊은 남성을 만나면서 사랑을 알아가고 마음의 위로를 얻는 작품으로, 평소 불륜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말을 보고 나서 줄리를 이해하게 됐다. <나와 존스 부인>과 다르게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젊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줄리의 가족은 그럴만한 이유를 자꾸 만든다. 줄리는 지금까지 가정에 충실했지만 남편은 줄리가 있음에도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고 자식은 줄리를 무시한다.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땐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된다. 아론은 그런 줄리에게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하고 위로를 해준다. 어리기만 했던 아론도 줄리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그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을 아니까 더 마음이 아팠다.
호주
드라마
1시간 52분
★★★★☆
자매처럼 지낸 로즈와 릴, 그리고 아들인 톰과 이안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어느 날, 이안은 로즈에게 숨겨왔던 마음을 고백한다. <투 마더스>는 가족처럼 지내던 두 친구가 사랑으로 얽히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의 소설을 원작으로, 아름다운 호주의 풍경과 릴의 아들인 이안의 감정선이 기억에 남았던 작품이다. 중심인물은 로즈와 이안인데, 수영을 하던 로즈가 이안을 만나는 장면은 몇 번 돌려봤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하던 엄마의 친구에게 마음이 생겨버린 이안이 담배를 피우는 로즈를 바라보는 장면은 하이틴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슬며시 로즈를 쳐다보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는데 젊고 어린 남자의 순정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런 연출이 무색하게 결말은 막장이라서 이안과 로즈가 등장하는 부분만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자극적인 막장 사이에 놓인 풍경은 정말 완벽했고 원작인 <그랜드 마더스>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