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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미씨의 문화생활 May 30. 2022

[전시 리뷰]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통과 틀을 부숴버린 작가



2022년 4월 29일, 마이아트 뮤지엄에서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회가 열렸다. 호안 미로는 바야흐로 6년 전인 2016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친구의 초대를 받아 방문해서 관람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화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이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였을까, 다시 한번 호안 미로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예전에 방문했던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려보았으나 어떤 작가였는지, 또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머릿속에서 많이 지워진 상태였다. 그래서 오히려 전시회를 다시 방문해서 호안 미로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이번 기회에 호안 미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좀 더 깊이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마이아트 뮤지엄에 방문하게 되었다.



호안 미로


Joan Miro, 1944, ⓒ Hereus de Joaquim Gomis. Fundació Joan Miró, Barcelona.jpg


스페인 하면 생각나는 여러 예술 작가들이 있지만 호안 미로는 살바도르 달리, 그리고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스페인 사람들이 존경하는, 그리고 스페인을 대표하는 3대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세기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거장이다. 그는 스페인 출생의 화가로서 그는 1893년 스페인 북동부의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호안 미로는 원래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경영학을 공부하였고 사업가의 길로 가려고 했다. 졸업 후 취직을 하였지만 건강과 심리적 문제로 인해 퇴직하게 되었고 결국 진로를 결국 변경하게 된다. 부모님 또한 결국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던 아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길을 가기 시작하게 된다.


호안 미로 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의 동시대 예술가들과 함께 활동하던 시기였기에 야수파와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 모든 미술사조에 영향을 받아게 되었고 여러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작품 속에 녹여 호안 미로만의 개성이 넘치는 새롭고 창의적은 작품 세계를 만들어내게 된다.


특히 초현실주의자와 들 과 함께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게 되며 자동기술법이라는 작업을 도입하게 된다. 최근에 갔던 살바도르 달리 전시회에서도 이런 자동기술법을 적용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조금 다른 점이라면 호안 미로는 회화 작품에 시와 추상을 결합하면서 시와 회화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점이다. 시와 회화의 만남을 통해 전혀 연관이 없는, 비논리적이면서 비개연적인 새로운 화면들 만들어낸다.


호안 미로 작품의 특징으로는 환상적이고 밝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색채, 추상적 요소들과 더불어 생기발랄하고 독창적으로 표현된 다양한 형태의 상징적인 기호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이 주는 리듬감이 있다. 얼핏 보면 그의 작품은 어린아이의 낙서 같기도 하고 모양이나 형태를 전혀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 굉장히 원시적인 형태로서 처음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겐 조금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관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형태의 방식으로서 고정적인 전통 회화 방식의 틀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회화의 암살(Assassination of Painting)'을 선언하며 원대하고 창의적인 자유를 그려냄으로써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후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시의 부제목에서는 여인, 새, 별 뿐만 아니라 태양이나 달, 별자리, 사다리 등의 모티프는 호안 미로의 상상력을 종합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호안 미로의 작품 활동의 후반기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으며 40년 동안에 걸쳐서 집성화된 예술적 모티프와 뚜렷한 화풍의 발전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약 70여 점의 오리지널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유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작품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기에 회화를 넘어선 그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은 총 4개로 나누어져 있다. 기호의 언어, 그리고 해방된 기호, 오브제와 검은 인물까지 나누어서 호안 미로의 후기 작품 세계를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기호의 언어


1부_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첫 공간에서는 기호의 언어라 하여 호안 미로만의 예술 세계가 드러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호안 미로의 그림은 일반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어렵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그림의 해석이 필요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석을 듣기 전 이 작품이 무엇일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미로는 자신을 표현할 시적 기호를 만들어내는데 이 기호는 명확하고 눈에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를 다시 나란히 늘어놓아 중국어처럼 표의문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의 소제목에도 여인, 새, 별이 있듯 호안 미로의 작품에도 이를 상징하는 기호들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정신을 뜻하는 별, 우주를 뜻하는 여인,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매개 채인 새, 지상 또는 속세의 상징인 뱀, 미래를 상징하는 해, 과거를 상징하는 달, 현재를 상징하는 사람의 눈, 천국으로 가는 표현은 사다리, 반복되는 우리의 삶은 원으로 표현한다. 거대한 흑색으로 표현되는 무의 상태, 그리고 직선과 점으로 표현하는 수수께끼 등 기호가 가진 뜻을 생각하면서 한번 작품을 바라본다면 조금은 그림의 해석이 달라질 것이다.


그렇기에 미로의 작품은 좀 더 우주론적인 시야로 넓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러한 특징은 또 원근법, 중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마지 우주 위를 떠다니는 것처럼 그림이 표현된다. 이런 자유로운 방식으로 인해서 그의 그림은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해방된 기호


2부_여인 III


조금 전에 보았던 기호들은 조금씩 변형되기도, 아니면 혼합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다시 재창조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추상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더욱 대담하게 직관적인 표현을 그려내는 과정이 된다. 즉흥적이지만 정밀하다는 말은 정말 모순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모순을 극복하여 즉흥적인 방식과 정교한 방식을 결합하는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방식은 호안 미로에게 예술적인 해방감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주로 이곳에서는 불규칙한 붓 터치, 흐릿한 점과 흘러내리거나 사방으로 튄 페인트 방울 자국, 손자국이나 손가락으로 칠한 물감의 모습 등으로 자유롭게 표현된다. 하지만 이런 기법은 아주 치밀하게 계획하여 표현된 방법이라면 믿어지겠는가? 여러 방향으로 물감을 사용해서 우연한 효과를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들, 마치 잭슨 폴락처럼 직관적인 추상표현주의법 같지 않은가?


오브제



3부_소브라테이심 6
3부_탈출하는 소녀


호안 미로는 페인팅만으로 작품을 국한시키지 않는다. 이미지 말고 물질을 통한 표현도 하기 시작하는데 실제 사물을 작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조각 말고도 다양한 물질을 활용하여 제작하기에 매우 이색적이기도 하다. 실용적으로 사용하던 물건은 예술로서 들어가는 순간 그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면서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면서 물체 간의 관계를 정의해 보고 조립하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기도 한다.


호안 미로만의 특유의 언어인 기호를 이제 오브제로 대체하며 가장 단순한 것에 아이디어를 얻고 그 순수함을 핵심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 속에서 특별하지 않았던 물건은 특별함을 얻게 되고 특별했던 물건은 특별함을 잃기도 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검은 인물


4부_여인과 새 I


1940년대에는 호안 미로만의 스타일이 확실하게 잡히게 되는 시기이다. 이곳은 미로의 가장 특징적인 화풍 발전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공간으로 볼 수 있다. 특히나 그림 속에 나타나는 건 검은 인물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섹션이다.


이 검은 인물은 아주 단순화되어 윤곽을 만들어낸다. 아니면 반대로 강화 시키기도 하고 간결히 표현하기도 한다. 뚜렷하게 표현된 이 인물은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여기에 인물은 초상화가 아니다. 인물은 인물의 특징을 잃어가고 남아있는 잔해들만 검은 형상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물은 결국 또 하나의 기호로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전통과 틀을 깨부수다


호안 미로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느끼는 건 정말 자유롭다. 기존의 전통적인 회화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사물을 온전한 모습으로 그려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단순화 시킨다. 그마저도 사물이 제 의미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지도 않는다. 이런 기호의 의미는 기호를 해방시킴으로서 또다시 그 의미를 파괴시킨다. 동시에 이런 기호를 그려왔던 방식조차 바꾼다. 붓이 아닌 손으로, 아니면 의식적으로 그리는 게 아닌 무의식으로, 불규칙하게, 또는 즉흥적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틀로 바라본 것일까? 화화라는 틀에서 벗어나 태피스트리, 조각, 세라믹, 오브제 등을 활용해 재료의 본연과 질감, 매체를 통해 또다시 틀에서 탈피한다.



미로는 계속해서 전통 또는 고정관념과 끊임없이 싸운다. 기존에 알던 상식과는 전혀 다르게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 틀을 깨부수는 건 쉽지 않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상식을 타파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타내는 그의 작품들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예술이라는 틀 또한 조금 변화되는 느낌이다. 그가 원했던 원대한 자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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