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미씨의 문화생활 Oct 09. 2022

[Review] 친애하는 라이카에게

뮤지컬 디어 마이 라이카 (Dear. My Laika)


라이카, 꿈을 꾼다.


어떤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고, 무엇인가 상실했다는 느낌에 눈물만 흐른다.


꿈에서 깬 라이카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K박사에 의해 자신이 우주비행사이며 동면 상태로 지구와 닮은 별 야사B 행성을 탐사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드디어 도착한 야사B 행성.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인류의 흔적이 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온 거지?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되었다. KT&G 상상마당 대치 아트홀에서 진행하는 뮤지컬로서 <디어 마이 라이카>라는 제목으로 우주를 배경으로 제작된 창작 뮤지컬이다. 2021년 한국 콘텐츠 진흥원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 스토리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 한 작품이라 이야기적으로 무척 기대가 되었던 작품이기도 했다. 특히나 공상과학이나 SF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과연 이 우주라는 배경을 어떻게 뮤지컬 안으로 풀어낼지에 관해 기대와 궁금증을 가지도 있었다. 사실 후기까지 찾아보긴 했지만 후기에서는 공간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한 후기를 보게 되어 너무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하기로 했다.


공연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완전히 금지가 되어 있지만 스테이지를 기준으로 해서 맨 위에는 곡선 형식의 대형 스크린이 있었으며 내부는 조금 썰렁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우주라는 제한적 배경을 생각하기에는 조금은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나에겐 관람객의 상상력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배경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배경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좀 더 집중적으로 바라보고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배경이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공간에 아쉬움이 분명 있지만 최선을 다해 연출을 표현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뮤지컬에는 세 명의 캐릭터가 있는데 지구를 닮은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탐사를 떠나는 대한민국 공군 우주정 소속 엔지니어인 라이카, 인류 최초로 웜홀을 통과한 미션 스페셜리스트인 벨카, 라이카와 함께 우주선에 올라탄 신경학 전문의 출신의 파일럿인 K박사 이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뮤지컬에 방문했을 때 캐스트는 라이카로 강정우 배우님, 벨카는 김지훈 배우님, 그리고 K박사는 류채윤 배우님이 맡아주셨다.



1. 라이카


기억을 잃은 라이카는 우주선에서 우주 탐사를 떠나는 중이며 조금씩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보와 지식을 떠올리고 있지만 계속해서 꿈속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로 인한 궁금증과 답답함으로 괴로워하며 뮤지컬이 시작한다.


이 둘은 우주여행의 본래 목적을 위해 고장 난 우주선을 고치고 미래의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야사B 행성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인류가 다녀온 흔적이 있었으며 높은 방사능으로 인하여 인간이 살기 부족했던 행성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주 탐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특이하게도 행성에 지어진 기지를 발견하게 되고 라이카는 이곳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먼저 자신에게 계속 들려왔던 노랫소리와 그토록 기억하고 싶어 했던 건 바로 사랑하는 자신의 어린 아들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이 기지 또한 자신의 아들이 남겨 놓은 기지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기억해 내고 다시 지구로 돌아가고자 희망찬 마음으로 궤도를 계산하였지만 돌았는데 20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됨으로써 돌아가더라도 가족 모두가 죽고 없는 시대로 가게 되면서 절망하게 된다.


추가적으로 이 우주여행은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는 순수한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냉동인간의 수명을 연장 시키고 그 상태에서 인간의 기억과 감정에 관해 실험을 하는 목적이 숨어 있다는 점 또한 알게 되었고 자신의 동의 없이 사랑하는 가족과 아들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에 K박사에게 분노했지만 이 또한 자신의 호기심과 가족을 두고 떠났다는 죄책감으로 기억과 감정을 스스로 지웠다고 하는 박사의 말에 괴로워한다.


결국 그는 지구로 돌아가더라도 가족을 볼 수 없으며, 아들이 남겨 둔 이 기지나 아들의 추억 또한 버릴 수 없어 홀로 야사B 행성에 남는 것을 택하게 된다.



2. K박사


그는 어릴 때부터 박사는 감정에 대해 잘 몰랐다. 다른 사람을 따라 하고 모방을 하며 사회생활을 하던 인물이다.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나 인간성의 부족으로 버림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바램을 가지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나마 기록되고자 감정에 대한 실험체로서 우주선에 올라탄 인물이다. 어떻게 본다면 감정에 관한 부분을 사회적 실험을 통해 증명해 내면 자신에 대해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겨 이 실험을 진행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에게 있던 단편적인 인간성을 하나 찾아본다면 우주여행을 할 때 챙길 수 있는 1kg 정도의 물건을 챙겨 올 수 있는데 가족들과의 기억을 담은 물건을 가지고 온 라이카에 비해 그는 빗소리를 담은 녹음기 하나만을 챙겨 온 부분이다. 빗소리 라는 건 별게 아닐 수 있지지만 나중에 독백을 들어보니 그가 버림받았을 때 날씨가 비가 오는 날씨였던 것이다. 감정이 부족했던 그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단지 그냥 기억만이 아니라, 그에게 있어 조금의 상처가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로 인해 생긴 동기 또한 누군가의 기억에 남고 싶어 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자 목표가 되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라이카가 기억을 모두 되찾고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박사는 라이카에게 자신의 가설이 성공했다고 말하지만 여기지만 반대로 라이카는 자신이 기억해 냄으로써 이 실험은 실패라고 말하며 논쟁을 하게 된다. 무의미한 논쟁 끝에 박사는 현실을 직시하고 라이카에게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가자고 설득했지만 라이카는 야사B 행성에 남는 것을 택하게 되고 결국 박사 혼자만 행성에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설이 실패했음을 결국 인정하며 인간의 감정은 과학적으로 조절하지 못함을 깨닫고 마무리한다.


누군가에 기억에 남고 싶던 k박사와 끊임없이 아버지를 기억하고자 했던 벨카, 그리고 누군가가 끊임없이 기억해 주는 라이카를 통해 박사의 이루어지지 못한 바램이 더욱 대비되어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3. 벨카


벨카는 어린 시절 우주여행을 떠난 아버지를 보며 왜 가족들을 버리고 떠났는지에 대한 원망과 아버지에 대한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탔던 우주선이 충돌로 인해 폭파되어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흔적만이라도 찾고자 아버지와 똑같은 길을 택하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기밀 자료를 통해 아버지의 행방을 알게 되었고 그 결과로 아직 아버지는 우주에 머무르고 있으며 200년이 지난 후 야사B 행성에 도착하게 됨을 알게 된다.


그는 아버지보다 먼저 그곳에 도착하기 위해 인류 최초로 웜홀을 통과하여 4년 만에 야사B 도착하였고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임을 알게 되자 200년 후에 오게 될 아버지를 위해서 기지 건설을 요청하였고 그곳에 자신의 추억과 기록, 그리고 진실을 남겨 놓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왜 우주로 떠났는지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되는 인물이다.


먼 미래에 지구는 결국 환경오염으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자 새로이 찾은 행성으로 사람들이 이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벨카는 지구에 홀로 남는 것을 택한다. 먼 미래에 도착하게 될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일까? 그가 지구에 남은 이유는 알 수 없다.


추가적으로 실제 우주에서 돌아오지 못한 우주견 라이카와 귀환에 성공한 벨카를 차용해서 이름을 지었다는 디테일 또한 너무 소름이었다.



4. 후기


디어 마이 라이카는 한국말로 직역하자면 친애하는 라이카에게 하고도 해석할 수 있는데 이 뮤지컬의 주인공은 바로 라이카지만, 어째서 라이카에게는 제목일까?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뮤지컬을 다 보고 나서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사실 뮤지컬을 보는 중간까지 주인공인 라이카의 '부성애'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뮤지컬이 끝나고 나니 부성애보다는 벨카의 부모님을 향한 '자식의 사랑'이 더욱 빛난다고 생각한다.


벨카는 아버지를 이해하고자 고된 훈련을 통해 우주비 행가 되었어 아버지의 흔적을 찾고자 기밀문서를 찾아냈고, 아버지가 살아있음을 알자 아버지 보다 더 빠르게 행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죽을 고비를 넘어가며 웜홀을 통과하였으며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임을 알게 되어 아버지를 위해 기지를 만들었지 않은가. 박사의 독백으로 공연이 마무리되고 커튼콜 인사까지 끝난 뒤 집에 가고자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는 가운데 기지에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일생을 음성 기록을 남겨 둔 벨카의 음성 기록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자녀를 낳게 되고 대안 행성으로 이주하는 자신의 삶의 과정 모두를 편지처럼 음성으로 남긴 것이다. [DEAR MY ~]이라는 영어는 [친애하는 ~에게]라는 의미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낼 때 많이 사용하곤 한다. 이를 차용하여 디어 마이 라이카는 벨카가 라이카를 위해 기지에 자신의 기록을 담은 편지를 써왔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달하는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아버지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벨카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이 뮤지컬의 제목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전시 리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결정적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