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
아반떼 N 신형 장기렌트를 탄지 4년이 되었다.
프리랜서로 지내던 시절, 활동 반경이 넓고 짐이 많은 나에게 어느 날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유진이는 차가 꼭 필요하겠다. 하나님이 주실거야. 차를 탄다면 어떤 걸 타고 싶어?"
"음.. 모닝이요?"
"구할 때는 가장 좋은 걸 구하면 좋겠어. 하나님은 좋은 걸 주시는 분이시니까."
"그럼 저 아반떼요.."
그렇게 몇 달 후, 선생님은 1년간 매달 30만원씩 후원을 해줄 분이 계시니 장기렌트를 하자고 말씀 하셨다. 물론 나머지 3년은 내가 지불해야했고 한 달 렌트비도 45만원이었지만 나는 장기렌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 고정지출에 대한 감과 겁이 없기도 했고, 이동을 위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반짝 반짝 새 차가 탑차에서 내리고 눈 앞에 놓이던 날 어쩔줄 몰라 당황하던 날이 생생하다. 내가 이렇게 귀한 걸 타고 다녀도 되는 건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름도 지어주었다.
모카 = 모유진 car..
먼저 이 차에 대한 첫 시간을 하나님께 내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청년들과 함께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했다. 새벽에 집앞으로 태우러 가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끝나고 난 뒤에는 호수공원에 가서 러닝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 시간은 정말 후회가 없었다. 당시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 예민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들을 데려다주는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처음의 감격과 감사를 나는 잊어버렸지만 분명 하나님은 이 시간을 기억하셨다.
제대로 된 직업 하나 없이 그때 그때 채워지는대로 살면서도 4년간 렌트비를 밀리지 않고 냈기 때문이다.
모카는 새벽 어스름을 뚫고 교회를 지나, 많은 곳에서 추억들을 함께 쌓아주었다.
소중한 친구의 생일에 함께 하기도 하고
사랑스러운 자립준비청년 동생의 운전 연수도 시켜주었다.
시리게 추운 겨울에도 하얀 눈을 맞아가며 나를 기다려주기도 하고
예쁜 하늘이 보이는 곳으로 데리고 가주기도 했다.
식사할 시간도 없이 바쁜 날에는 차 안에서 끼니를 때운 적도 많았다. 모카는 나를 닮아 배가 고프면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에 나도 때가 되면 모카의 식사를(?) 챙겨주었다 ㅋㅋㅋ
(모카는 나와 다르게 연비가 아주 좋았다.)
게다가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 여행을 갈 때면,
모카는 대형 이동장이 되어주었다.
모카는 추억과 헌신, 사람들과의 시간들이 실려있는 공간이었다.
모카는 단순히 나를 어디론가 데려다준 게 아니라,
나를 나 자신에게 더 가까이 데려다 준 차였다.
4년.
만기를 한 달 남겨둔 지금, 그동안 나의 다리가 되어준 모카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있다.
..
아니, 사실 준비하고 있지 않다.
내 마음으로는 무사히 잔금을 치르고 모카를 인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동안 내 가난한 재정상태로 차를 타고 다닌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이것을 너무 잘 알지만..
사실은 또 한번의 기적이 왔으면 좋겠다.
왜냐면 모카를 통해 내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장기렌트를 했을 때, "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하고 불안했지만 어느새 모카를 타고 대중교통으로 쉽게 갈 수 없는 곳들을 다니며 누군가를 의지 하지 않아도, 원하는 곳으로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었다.
단순히 운전을 하는 것을 넘어
삶에 대한 자율성을 회복하는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모카는 '함께'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친구들을 태우고 새벽기도에 가고, 함께 바람을 쐬러 다녔다.
대중교통으로는 날을 잡고 떠나야하는 곳을 차로는 쉽게 닿을 수 있었다.
길 위에서 나눈 대화들과 모카 안에서 흐르던 찬양.
사람들을 실어 나르면서 사실은 나도 사랑받는 사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용히 확인했었다.
오늘부터 2025년 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가 시작했다.
나는 처음 모카를 받았을 그 시작처럼, 감사함으로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새벽에 이동이 필요한 청년들과 함께 새벽기도를 함께 나가고 있다.
모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오늘은 모카와 처음으로 영상도 찍었다.
그동안 나의 침묵과 눈물, 고민들 듣고도 묵묵히 지켜주는 공간이었던 모카와 함께.
얼마 전, 한 청년이 운전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아버지가 타던 차를 물려 받았다는 말과 함께.
그 말을 듣고 조용히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제 아빠는 하나님이시잖아요.
혹시 저에게 정말 정말 필요하다면..
저 모카 하나님이 주시면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