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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도 우울할 때가 있어요?




 카페에 올 때마다 뻥튀기, 딸기, 컵밥과 같은 간식을 사다주시는 단골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오실 때면 나도모르게 "오셨어요~?!"하고 반가운 마음을 따라 목소리도 올라간다.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때면 그 손님과 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같이 새벽이랑 산책도 다녀온다. 새벽이가 1살을 맞은 생일날에는 케이크도 사다주셨다. 물론 새벽이는 먹을 수 없으니 집사가 좋아하는 딸기 케이크로 축하해주셨다. (ㅋㅋㅋ)



 단골손님은 처음 카페에 왔을 때 나를 보고 '왜 이렇게 잘 웃고 친절하지? 나한테 사기 치려고 그러나?'하고 의심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에게 잘 웃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고 얘기해주셨다. 내 얼굴에 그늘이 없고 밝아 보였다니 참 감사했다. 그러면서 '늘 밝아보이는 사람들도 사실 안고 있는 그늘이 있을 수 있겠구나.'싶은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주말마다 오시는 커플 손님이 있었는데, 새벽이를 무척 예뻐하시는 밝은 손님들이셨다. 하루는 여성분 혼자 오셔서 커피를 드셨다. 책을 읽으면서 내게 "저 사장님 우울증 관련 릴스 올리신 거 봤어요."하고 말을 건네셨다. 자신도 우울증을 겪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고 얘기하셨다. 의외였다. 우리는 그렇게 우울증을 겪은 이야기들을 조금씩 풀어냈다. 다시 병원을 예약했다는 손님의 말에 나도 진료 예약을 잡았다.

점점 벼랑 끝에서는 내 마음이 언제 떨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왜 금방이라도 떠날 사람처럼 글을 썼어



 최근 수기공모전에 낼 글을 한편 썼다. 제출하기 전에 남자친구에게 읽어봐달라고 이야기 했다. 글을 읽어내려가던 남자친구의 표정이 울망울망해졌다. 삶의 미련이 없어보인다고, 글의 마지막 부분을 여러번 읽었다고 말했다.


 열아홉의 내가 그랬듯, 여전히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오늘 내가 침대에서 박차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찾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두려움이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망할 것 같다는 불안함이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지금은 ‘오늘이 기대되는 이유’를 찾는다. 가령, ‘어제 운동을 했으니 오늘은 몸이 좀 가볍겠다. 옷이 좀 맞으려나?’ 하는 작은 기대일지라도 나를 눈 뜨게 하는 이유가 어둡지 않기를 매일 노력한다. 여전히 살아간다는 게 무겁고 언제쯤 내게 안식이 찾아올까 생각하는 날들이 있다 할지라도, 오늘을 살아가는 내가 기특하다. 대단한 걸 이루지 않아도 쓸모있는 하루를 살지 않아도 내가 나여서 행복한 하루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충분하다.     
 새로 생긴 소망을 그려본다면 언젠가 내가 아빠 곁으로 가는 날, 마당 있는 집에서 눈을 감았으면 좋겠다. 내가 떠나는 날 나무를 한 그루 심어 그 밑에 뿌려지고 싶다.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나로 인해 삶이 좀 더 나아졌다는 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참 배울만한 사람이었다고, 유진 씨와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뭐든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고 추억하는 이들이 종종 찾아와 쉬고 갈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 

 


 현재 내가 좁고 긴 터널에 있어서 삶의 미련이 없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울증은 휘어진 터널이라고 한다. 회복이 눈 앞에 있어도 당장은 아무런 빛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래도 오늘 아침에 눈을 뜨기로 결심하고 씻고 출근을 한 것은 우울증이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 일상이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회복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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