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날은 흐리고 어떤 날은 청명하다

by 아라

얼마 전 주말, 책을 빌리러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서고에 올라갔는데,


앗! 이미 불이 꺼져 있습니다.

얼른 시계를 보니 5시 2분.

주말, 서고 운영 시간이 6시까지인 줄 알았는데, 5시까지였나 봅니다.

할 수 없죠. 허탕을 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저녁 8시 온라인 회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2시간 대휴를 쓰고 조금 일찍 퇴근하던 길,

다시 도서관에 들러 무사히 책을 빌렸습니다.

오잉? 그런데 곧 도서관이 공사에 들어가

오늘 대출하면 한 달을 빌릴 수가 있네요?


10대 아이들이라면 이렇게 외쳤겠지요?

앗싸! 개이득!!

그렇습니다. "개이득"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ㅎㅎㅎ


어제의 불운이 오늘의 행운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일상에도 삶에도 이런 일들 투성이입니다.

어제 불운이라 생각했던 일이 큰 행운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행운을 기뻐했더니 큰 불운의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행운과 불운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아니, 조금 더 크게 보면,

결국 그것들은 나에게 생겨나는 작거나 큰 사건들에 불과합니다.

모든 일에 그저 태도를 정할 뿐입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변덕스럽습니다.

어떤 날은 한여름처럼 쨍하고 어떤 날은 장마처럼 비가 이어집니다.

어떤 일들은 어쩌면 매일 매일의 날씨의 변화와 같습니다.

어떤 날은 흐리고 어떤 날은 청명합니다.(주1)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종종 일희일비합니다.

그러나 괘념치 않고 일희일비를 가볍게 보내버리는 것을 배우는 중입니다.



어떤 날은 흐리고 어떤 날은 청명하다. 홍수가 지나간 다음에는 잔잔한 흐름이 이어진다. 폭우는 반드시 그치고 날이 밝아온다. 참혹한 전쟁이 끝나면 안전한 평화가 찾아온다. 그대는 다만 옹달샘을 채우는 물방울처럼 작은 행복을 받아 마시면서 살아간다. 만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주1)


'색즉시공 공즉시색'은 여전히 이원적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가르침은 여기서 '색즉시색 공즉시공' 곧 '색은 색이고 공은 공이다'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여기에는 이원성이 없습니다. (주2)




주1> 발타자르 그라시안, 《나를 아는 지혜》

주2> 스즈키 순류, 《선심초심》




오늘도 들러 주신 모든 글동무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오늘도 좋은 날, 새로운 날 되세요!


[아라 작가 연재글]

수, 일: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1 https://brunch.co.kr/brunchbook/rewrite-being20

월: 5시, 책이 나를 깨우다 https://brunch.co.kr/brunchbook/bookswakemeup

목: 어른이 다녀보았습니다. 공동육아 https://brunch.co.kr/brunchbook/communitas

금: 나의 일, 나의 삶 https://brunch.co.kr/brunchbook/workislife








keyword
월, 금 연재
이전 08화엄마의 냉장고를 정리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