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아침형 인간'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몇 번 시도해도 며칠 못 가 무너지기 일쑤였습니다. 목표가 없이 그저 일찍 일어나는 것이 목표여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에 실패를 거듭하는 저 같은 인간형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어느 새 '저녁형 인간'이라는 반대말도 사용되더라고요. 일명 '올빼미형'이라고도 했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몇 차례 노력해 보았으나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그러면 차라리 올빼미가 되어 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올빼미형 인간과 함께 살고 있거든요. 요건 좀 쉬울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올빼미형 인간이 되기에도 실패. ㅎㅎㅎ 밤 12시가 넘어가면 졸고 있더라고요. 불금에는 늘 한 주를 무사히 보낸 것을 감사하며 즐기고 싶었습니다. 약속이 있으면 함께 즐기면 되는데 약속이 없어도 즐기고 싶었거든요. '나혼자산다' 프로그램을 켜 놓았는데 대부분 끝까지 보지 못하고 앞부분만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면 불금을 즐기지 못한 것이 그리 억울할 수가 없었습니다. ㅎㅎㅎ
그러고 나서는 늘 누군가 아침형이냐, 저녁형이냐 물으면 저는 늘 대답했습니다.
"응! 난 점심형이야!"
저 혼자 만들어낸 말입니다. 논리도 분명했습니다. 왜 세상의 시간을 아침 아니면 저녁, 둘로 나누냐고, 나름 항의도 했습니다. 아침과 저녁 사이에는 '점심'이 있다고, 저는 아침과 저녁 사이에 있는 '점심'이 좋다고, 저는 점심형 인간이라고 말입니다. ㅎㅎㅎㅎㅎ
그런 제가 올해 1월, 처음으로 새벽 기상을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강력한 계기가 필요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삶을 따라 살고자 하는(변화의 한가운데) 강한 마음이 일어났고 그 마음을 따랐더니 10개를 맞춰 놓아도 들리지 않던 알람 소리가 단번에 들렸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은지 어느 새 8개월이 지나 9개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1월에는 일요일은 쉬었는데,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2월에는 일요일에도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4월까지는 다이어리에 매일 매일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3월까지는 가끔 늦잠 자는 날이 있었거든요. 100일을 넘기고 나서는 새벽 독서 모임에도 합류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동그라미 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못 일어난 날에 엑스표를 치면 될 것 같은데 아직은 다행히 그런 날이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저절로 눈이 떠 진다고 했는데, 저는 그 단계는 아직도 오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다만, 알람을 딱 하나만 맞춰도 잘 들립니다. 가끔씩 알람보다 조금 일찍 눈이 떠지는 날은 선물받은 날처럼 기쁩니다. 가끔 선물도 받는다고 생각하니 좋기만 합니다. 알람 듣고 일어나든 저절로 눈이 떠지든, 앞으로 일어나든 뒤로 굴러 일어나든, 일어나면 되는 거니까요. ㅎㅎㅎ
4:50에 일어나 책상 앞에 앉으면서 늘 오늘은 꼭 해가 떠오르는 걸 봐야지, 하는데 ㅎㅎㅎ 아파트라 해가 떠오르는 게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도 환해지는 그 시점을 알아차리고 싶은데, 아직 한 번도 성공을 못 했습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새 6시가 되어 있습니다. 새벽 시간이 가장 몰입이 잘 되는 시간이라는 걸 처음으로 경험하는 중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 이후로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눈 뜨는 순간부터 오늘도 이 시간에 눈 떠서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됩니다.
오늘 하루도 성공으로 시작됩니다.
하루하루가 축복받은 날로 느껴집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것이 너무나 설렙니다.
책과 글로 여는 새벽 시간은 그 시간 이후에도 하루의 순간 순간을 충실하게 만들어 줍니다.
새벽엔 책 읽고 글 쓰고 낮엔 일하고 밤에 회의만 없다면, 또 책 읽고 글 씁니다. 몇 번은 운동도 하고요.
이런저런 고민들도 어느 새 날아가고 없어졌더라고요. 저를 성장시키기에도 바쁜 하루거든요.
어려움이 생겨도 거기에 빠져 들지 않습니다. 이제는 쉽게 빠져 나옵니다.
'아, 나 성장 영화 주인공인가 봐.' 합니다. 당연히 흘러가겠지 합니다.
제 안의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목표의 씨앗들이 새록새록 깨어나는 것을 느낍니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됩니다.
오직 하루하루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깨어 있다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이 전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집니다.
일과 삶도 더욱 하나로 통일되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아침마다 목표의 씨앗들이 깨어나는 삶입니다.
아침마다 새로운 날이 저를 초대하는 삶입니다.
이제 저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하루의 질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고귀한 예술이다" (주1)
"날마다 그대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하고, 영원히 새롭게 하라." (주2)
주1, 주2> 헨리 데이빗 소로우, 《구도자에게 보낸 편지》, 2005, 오래된미래.
표지 이미지> Image by Briam Cut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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