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아라 Jun 07. 2022

휴식에 어울리는 음식

번아웃으로 가지 않기 위한 브레이크 페달

안녕하세요. 홈그라운드의 안아라입니다.

지난 뉴스레터를 보니, 5월 초네요. 도장깨기 하듯 정신없이 일하며 보내니, 또 잠시 숨 돌리는 월 초가 되어야 뉴스레터를 쓰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6월 초까지 5월을 마무리하며, 3, 4, 5일은 반드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보내겠다 마음먹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고, 먹고 자고 산책하다 보니, 벌써 마지막 날이네요. 바쁘면, 베 부장은 아주 조용히 지루함을 견디는 시간을 보내는 터라 휴일에 실컷 다닐 수 있도록 걸어 다녔습니다. 그럼에도 잠이 하염없이 쏟아집니다.


완수해야 하는 일이 차곡차곡 있을 때는 긴장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편인데, 아침형 생활로 바꾼 뒤로는 밤에 잠은 잘 들지만 새벽같이 눈이 뜨입니다. 사실 이쪽도 피로하긴 매한가지지만, 일찍부터 일을 착착 마쳐갈 수 있어 마냥 불안한 불면의 밤보다는 훨씬 생산적인 것 같습니다. 조금 여유가 있을 때에 가만히 있지 않고, 잠을 잘 자고, 운동을 부지런히 한 것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되어 참 잘한 일 같습니다. 막판에는 새벽까지 일을 마무리하게 되었는데, 일중독과 번아웃이 아주 밀접하게 붙어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일 생각으로 가득 차면 자연스레 생활의 많은 부분이 해결해야 하는 일로서 다가오고, 쉴 수 있을 때에도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나머지 일들까지 찾아내 해결하게 되어요. 일중독의 상태로 성큼성큼 가는 단계인데요. 햇수가 늘어나다 보니, 이러한 상태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생산적으로 일하려면 일과 일 사이의 공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래야, 그저 단순히 경주마처럼 경직된 자세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계 인간이 아닌,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든 양질의 노동을 할 수 있거든요. 쌓인 일을 해결하고 마치는 쾌감도 있지만, 계속해서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멈출 줄을 모르는 상태로 변하고, 어느 정도 쌓이면 아무것도 못하는 '번아웃'이라는 것이 오지요. 많은 분들이 겪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번아웃'은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일중독의 상태로 자신을 몰아가지 않으려면 반드시 잠시 멈추는 브레이크 페달 하나쯤은 잡고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가 없을 때는 주로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도망갔던 것 같아요. 서울의 제 집 안에서는 도무지 해야 할 일과 저를 끊어낼 수 없었거든요. 다른 공기와 풍경, 헐거움을 눈앞에 마주하면 그제야 '오늘은 이렇게 느슨하게 있어도 돼, 좀 지루해도 되고, 천천히 가도 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득문득 남은 일이 생각나도 다른 장소의 내게는 돌아가서 하면 되는 것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죠.


요즘은 다시 산으로, 들로 주말과 연휴를 이용해 다니는 분이 늘어났지만, 코로나 등장 이후, 모이지도 가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앞을 모르는 상황에 많은 분들이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그러는 한편, 여행과 음주가무가 아닌 자신만의 다른 브레이크 페달을 고안하셨으리라 예상합니다. ㅎㅎ) 저는 코로나 시기에 16년을 함께했던 고양이 '이안'을 보내고, 후에 '베라(베부장)'와(과) 함께 살게 되면서, 맘 편히 떠나지 못하는 날에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이른 아침, 집 주변의 산을 오르내리며 보냈습니다. 그 시간이 저희를 건강하게 만들고, 다독였던 것 같아요. 산책을 거르지 않고, 집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고, 이번 휴일에는 오랜만에 바깥에서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었습니다. 오랜만의 외식은 참 꿀맛이었습니다. 너무 많이 먹었다 싶을 때는 집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며, 위에도 휴식시간을 줍니다. 가면 갈수록 균형감을 유지하는 일이 자신을 유지하는 일과 같은 것임을 느껴요. 마음은 이렇지만, 후훗, 휴식에 한강 치맥, 피자, 바비큐 등등 가끔 과하게 먹고 마시는 일도 빼먹지 않고 하는 건 먹고사는 일의 지루함때문일까 생각해봅니다.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진짜 휴식에 가까운 음식을 생각하자면, 부드러운 수프입니다.  죽에 가까운 담백하고 속이 든든한 수프 말여요. 이런 온순한 음식이 생각난다는 , 놀이를 겸한 휴식에서 휴식이 아닌 과한 음식을 먹고 나서 일지도 모릅니다. 허허허^^; 이상적인 휴식을 위해 위장이 편안할  아니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은 쉽고 가벼운 음식으로서 부드러운 채소 수프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콜리플라워로 만드는  채소 수프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 아주 부드럽고 온순한 맛의 수프로 차게 먹어도, 따뜻하게 먹어도 맛있는 수프입니다. 콜리플라워는 지중해에서 기원한 채소이지만, 이제는 강원도, 경상도, 제주도에서도 재배를 하기에 사시사철 맛볼  있는, 건강식품으로 자리하고 있죠. 제철은 겨울에서 봄까지라고 합니다.


2021년도까지 홈그라운드에서 일한 엄호상 요리사 님이 홈그라운드 델리숍에서 선보인 레시피를 조금 더 간단하게 변주했습니다.


콜리플라워 수프


콜리플라워 500g(대략 1송이)

양파 채 썬 것 250g(대략 큰 양파 1/2개)

마늘 1알

코코넛 오일 1T

아몬드파우더 3T

소금 2T

월계수 잎 1장

물 1L

통후추 5알

올리브유 2T

무첨가 두유 300mL

홈그라운드의 콜리플라워수프는 오븐에서 콜리플라워를 부드럽게 구워놓고, 양파, 마늘, 아몬드파우더를 월계수잎과 함께 볶다 물을 자작하게 넣고 끓인 것과 합치고,
여기에 두유를 넣어 아주 곱게 간 수프입니다. 아몬드파우더와 코코넛오일이 이 수프의 킥 재료입니다. 잣죽같기도하고 가벼운 감자수프 같기도 한 고소한 수프를 만들어 저장하세요

1. 콜리플라워는 한입 크기로 잘라 종이 포일을 깐 오븐 팬에 놓고 소금을 골고루 뿌려 버무리고, 윗면을 은박 포일로 덮어 포일 봉지를 만든 다음, 20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 정도 부드럽게 익힌다.

2. 콜리플라워에서 수분이 나오며 부드럽게 익으면, 은박 포일을 벗기로, 올리브 오일을 넉넉히 둘러 200도에서 10분 더 굽는다.

3. 바닥에 두꺼운 냄비에 올리브유, 채 썬 양파, 슬라이스 한 마늘, 소금 한 꼬집, 월계수 잎을 넣고 잘 버무려 중불에 올린다.

4. 모든 재료가 따뜻해지며 익기 시작하면, 코코넛 오일을 1 수저 넣고, 중 약불에서 냄비의 뚜껑을 닫았다 중간중간 열어 양파의 색을 확인하며, 양파 자체의 수분으로 천천히 익힌다. 양파에서 옅은 갈색이 날 정도로 볶는다.

5. 양파가 옅은 갈색을 띠면, 아몬드 가루를 넣고 날가루 냄새가 없어질 정도까지만 빠르게 볶고, 분량의 물을 넣고, 가루가 뭉치지 않게 잘 푼 다음, 통후추를 넣는다.

6. 끓어오르면, 약불에서 뚜껑을 닫고 15분 정도 부드럽게 익힌다.

7. 월계수 잎을 건지고, 오븐에서 익힌 콜리플라워와 함께 믹서기에 넣는다.

8. 곱게 갈고 두유를 넣어 한번 더 간다.

9. 곱게 갈리 수프의 간을 보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한다.


*1~2인분만큼 소분해 저장해두면 나중에 해동해 먹기 좋습니다. 바로 먹을 분량은 냉장보관으로 5일 이내에 먹고, 나머지는 냉동하여 보관하면 4주 이상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냉동한 수프는 냉장 해동 후, 무첨가 두유를 조금 넣어 따뜻하게 혹은 차게 먹습니다. 냉동 후 해동하면 살짝 분리가 되나, 잘 섞어마시면 됩니다. 후후.


아래는 지난 5월의 홈그라운드 사진입니다. 어찌 지냈는지 사진으로나마 전해요.

2021년 1월부터 함께 주방을 지키던 에이코상이 삶을 재정비하고자 홈그라운드에서는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에이코상에게 이것저것 확인하고 묻고 싶고, 보고 싶지만 언니의 단단한 발걸음에 응원을 보내고자 해요. 베부장과는 헤어질 수 없는 분이라 산책 파트너로 뵐 것이고, 새로운 분이 오셨지만, 빈자리가 자못 허전합니다.  

(에이코 상,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노고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6월, 여름으로 진입했습니다. 여름은 매번 새롭습니다. '아! 이렇게 더웠었지?!' 하는 새삼스러움이 있습니다. 기왕이면 반갑게 맞이하고 싶어요. 6월 셋째 주 목금토요일 <2022 여름의 맛>으로 #반짝식당 을 운영할 예정이니, 공지 기다려주셔요. 그럼 시원한 음식과 함께 6월 반짝식당에서 뵈어요!


홈그라운드에서 안아라 드림

3, 4, 5월을 갈아 넣어 개발과 교육을 마친 <미지의> 공간 맞춤 메뉴, 물, 나무, 돌 테린 3종입니다.
섬세한 로스팅을 거쳐 맛있는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디카프워크룸과 함께 <미지의>테린을 주제로 #홈그라운드x디카프워크룸_5월반짝식당을 운영했습니다.
반짝식당 기간동안 부지런히 도시락도 만들고요. 끝나가는 막바지 금귤도 주문해서 정과와 시럽도 만들어두었습니다.
메뉴 개발하며 재료가 많아서 #보스밀 도 부지런히 만들어먹었습니다. (청국장 덮밥, 나폴리탄, 홍고추 토마토 참치 파스타입니다)
바쁜 와중에 아픈 새끼고양이를 구조하게되어, 급히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뽀식이살리기 곶감말이 판매를 했습니다. 열심히 먹고 살아난 뽀식은 베부장을 괴롭히며 자라는 중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