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처

by 관지


처음 섬에 들어와서 예배당 문을 열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가지런히 놓인 낡은 실내화와 화려하고 풍성한 꽃꽂이였다. 실내는 곳곳에 페인트가 벗겨지고 그 사이로 곰팡이가 피어있었지만 방치되어 흉물스럽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가지런히 놓인 실내화와 정성스러운 꽃꽂이가 성전을 대하는 마음이 어떠한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목회자가 없이도 이 교회의 유일한 교인인 85세 된 노부부는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고 주말이면 산으로 꽃을 찾아다니며 성전을 소중히 지키고 계셨다. 그리고 지금도 성전 청소와 꽃꽂이는 하나님이 주신 소명으로 알고 나는 손도 못 대게 하신다.


"이것은 하나님이 나헌티 주신 일인께 전도사님은 전도사님헌티 주신 일하쇼. 나는 죽을 때까정 이 일을 안 놓을라요." 하시면서.

"시집올 때는 내가 몸이 약했어라. 늘 심장이 두근거리고... 약을 달고 살았제. 근디 내가 예수 믿고 건강해졌제. 배포도 생겨서 지금은 무서운 것이 없어. 우리 주님이 계신디.... 아마 나는 예수 안 믿었으면 산 등신으로 살았을 것이요."


"글고 내가 까막눈이어서 다들 성경, 찬송을 찾는디 나는 못 찾응게 챙피하고 서러워서 기도했지라. 하나님 나도 저 사람들 맹기로 성경 좀 잘 찾게 해 주세요. 그렁께 보게 해 주십디다."



꽃꽂이하시는 곁에 앉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내 연인의 과거사를 듣는 것처럼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 남자 집사님은 술고래여서 맨날 큰 독아지에 술 담는 것이 일이었는데 교회 나오고 일주일 만에 딱 술 담배를 끊으셨다고 한다. 뭐,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것도 아닌데 냄새도 맡기 싫어져서 지금껏 그 상태를 유지하고 계신다.


확실히 신앙이 그 이전과 이후의 경계가 분명하다는 것은 축복이고 은총이다. 그리고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을 넘어서는 일들이 자기 삶에 일어나는 이 신비적인 경험을 몸에 지니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오랜 세월, 목회자가 있든 없든, 교인이 있든 없든, 한결같이 신앙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 생각해 보면 역시 답은 교회다. 예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예배당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과 태도가 오히려 이분들의 신앙을 일관되게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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