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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역마살
by Architect shlee Jul 15. 2017

제주의 음식 07 죽

일곱. 하루를 열기에 그만인 단백한 제주의 죽

제주는 쌀 농사를 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래 밭작물이 주를 이룬다.

그때그때 얻을 수 있는 재료를 상황에 맞게 조리해서 먹다보니 단연 제철 식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지역적인 특징을 감안한다면 더욱 이해가 쉽다. 다양한 식재료의 대명사인 전주가 280품의 식재료를 얻을수 있는데 비해 제주는 470여 품수를 헤아린다.

여기에 사방이 바다이니 그 곳에서 얻어지는 식재료가 제주밥상의 기본이 되어 왔다.

풍족하지 못했던 제주 민초들의 삶에 음식은 단순하다. 그래야 조리를 담당했던 여성이 생업에 종사 할 수 있기때문이다.

해산물이 발달한것과 더불어 한끼 후루룩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죽은 자연스레 일상에 스며들어왔다.


춘궁기 등 식량이 부족할 때 적은 양으로 허기를 채우기 위한 주식의 대용이었던 제주의 죽은 타지역 사람들이 주로 산나물 같은 채소를 이용하여 양을 불려 먹은데 반하여 주로 해산물이나 동물성 재료, 곡류를 이용하여 오히려 영양학적으로는 양질의 영양분 공급의 원천이 되었던 고마운 음식이다.

또한 조리법이 다양하고 맛의 변화가 다양하여 근래에 별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제주의 죽의 종류로는 곤죽, 꿩죽, 콩죽, 팥죽, 녹디죽, 깅이죽, 고등어죽, 초기죽, 돗새끼보죽, 말죽, 보리죽, 쇠고기죽, 옥돔죽, 대합조개죽, 조죽, 전복죽, 지실죽, 닭쌀죽, 유죽, 콩주름죽, 깨죽, 뭉게죽, 보말죽, 오분자기죽 등이 있다.


몇가지 생소한 이름의 죽을 소개하자면…


곤죽은 말 그대로 '고운죽’으로 쌀이 귀하던 예전, 잡곡이 섞이지 않는 흰쌀죽을 말한다.

깅이는 제주 방언으로 게를 뜻하는데 제주 동쪽 지역에서는 갱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제주도 해안가는 돌을 들춰보면 깅이(방게)를 쉽게 잡을 수 있는데 깅이를 갈아 낸 육즙과 불려 놓은 쌀을 섞어 만든죽이 깅이(갱이)죽이다.

초기는 蔈蒿표고의 제주방언으로 초기죽은 쌀이나 잡곡에 표고버섯을 썰어 넣어 물을 붓고 오래 끓여 만든 죽이다.

제주 4·3사건때 산간 마을에 소개령이 내리면서 불 타 없어지고 한라산 표고밭을 일부 임산업자들이 독점하면서, 자생하는 표고로 죽을 쑤어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금은 죽 전문점에서 건표고를 물에 불려 만든 표고죽이 판매되는 정도다.

돼지새끼보(태반)을 삶아 쌀과 함께 끓인 죽이 돗새끼보죽이다.

돼지새끼보는 주로 회를 만들어 먹거나 죽을 끓여 먹었다.

4·3사건을 주제로 담아낸 지슬이라는 영화제목에도 나왔듯이 지실은 地實지실의 방언으로 감자를 의미한다

유죽은 들깨를 갈아 넣어서 만든 죽응 이야기 하는데 깻잎을 방언으로 유잎이라한다.

문어의 방언인 뭉게를 다져 넣고 쑤는 죽을 뭉게죽이라한다.

깅이죽
초기죽
뭉게죽
보말죽
유죽
전복죽
조개죽

사실, 제주의 음식점에서 위에 언급한 죽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분작이는 제주에서 사라진지 오랜지라 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뭍에서 쉬이 볼 수 있는 재료인 쇠고기, 닭, 콩, 팥, 녹두, 감자는 구태여 제주에 가서 찾지는 않는다.

그래 그 중 가장 쉽게 접하는것이 전복죽과 보말죽이다.




전복죽으로 가장 유명세를 날리던 곳은 오조리 해녀의집이다.

좀 비싼 느낌도 들지만 일단 먹어보면 그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오조리 해녀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양도 많고 전복도 많이 들어갈 뿐더러, 맛은 말할것도 없다.

이 아성에 도전장을 낸 곳이 명진전복.

주인장이 직접 양식한 전복으로 요리를 하는 집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집이다.

이미 수요미식회등에서 방송을 탄 집이라 언제가도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사실 대기표를 받고 기다려 꼭 먹어야 하는건 아닌 듯하다.

죽맛 자체로 보자면 개인적으로 탑동 유빈을 추천하고 싶다.

여의도 대여나 충무로 송죽 죽집도 있지만 전복죽만큼은 이 집이 한 수 앞서지 않을까?

어쨌든 아침 식사 대용으로 가볍게 먹는 전복죽은 제주도에서 하루 종일 돌아 다닐 있는 있 수 있는 힘이 나게 한다.

오조 해녀의 집
명진 전복
탑동 유빈


보말죽.

제주에 눈이 띄이기 시작한 25년 전 전문 식당에서 보말죽이란 제목의 음식이 있던 곳은 흔치 않았다.

2017년 현제 해안가의 해산물을 다루는 음식점에서는 너무도 흔하게 접하게되는 것이 보말죽이다.

우도엔 해광식당이 있고, 비양도에는 호돌이 식당이 있다.

서귀포에서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주향에서의 보말죽은 아무래도 다른 느낌이다.

최근엔 보말과 풍경이라는 음식점에 미슐랭 3스타 셰프인 프랑스의 엠마누엘 르노와 네덜란드의 야콥 쟝 보어마가 방문해 개선점을 이야기 나눴다고 하기도 한다.(개인적으로 이건 좀 웃기는 에피소드라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음식점에서 맞이하는 보말죽은 그냥 몇해전의 마라도 짜장이 생각나게 하는건 왜일까?

무주향
우도 해광 식당
비양도 호돌이 식당
 미슐랭 3스타 셰프인 프랑스의 엠마누엘 르노와 네덜란드의 야콥 쟝 보어마가 방문한 보말과 풍경

참 오랜동안 다녔던 섭지 해녀의 집의 깅이죽은 소울푸드다.

제주 동쪽에서 일출을 보거나 우도를 건너갔다 오면 아침을 거의 이 집에 들러 깅이죽을 먹거나, 동부 지역에서 저녁시간대에 홍삼을 먹고 싶을 때 들르는 집이 섭지 해녀의 집이다.

작은 방게를 통째로 갈아 넣고 죽을 만드는 방식이라 처음 접할경우, 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죽이 나왔을 때 죽의 색이 좀…

하지만 이것 조차 문제는 되지 않는다.

찬은 제주스러운 단촐한 반찬이지만, 깅이죽과 잘어울린다

힘든 물질을 하며 체력소모가 많았던 제주 해녀.

그들에게 딱히 보양 할 음식은 없었던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에 유일하게 힘이 될 수 있었던 음식, 깅이죽.

형체를 볼 수 있는 것도, 다른 죽처럼 입안에서 식감을 느낄 만큼 씹히는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닌 깅이죽이지만, 한번 맛보면 중독이될 만큼 매력적인 죽이다.

아이들이나, 어르신들과의 여행이라면 더욱 추천 한다.

섭지 해녀의 집

오조 해녀의집이 전복죽을, 섭지 해녀의 집이 깅이죽을, 온평리 해녀의 집이 성게 칼국수를, 동복 해녀의 집이 회국수를 한다면 시흥리 해녀의 집에선 조개죽을 맛 볼 수 있다.

둘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의 푸짐한 양에 조개의 비린 맛이 전혀 없고 고소하다.

찬 중에 특이한 건 깅이 튀김인데 엄청 고소하다.

조개잡이 체험장으로 유명한 종달리 청정 해변 모래사장에서 갓 잡아 올린 바지락 조개의 속살만으로 쑤는 조개죽 역시 드라이브가 좋은 종달 부근 해변에서 맛 볼 수 있는 음식이다.

비슷한 지역이라 그런지 조개죽으로 유명한 집이 한곳 더 있는데 제주올레 1코스의 성산갑문을 앞둔 지점, 일출봉이 가깝게 보이는 그 길가의 오른쪽에 보이는 바다의집이 그 곳이다.

이 집 조개죽의 특징은 주문을 하고 난 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미리 만들어 놓은 음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불린 쌀을 이용하여 죽을 끓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 20여분정도 지나면 구수한 냄새가 주방 안에서 새어 나와 홀안을 가득 메우면서 은근히 입맛을 돋우고 이어 은은한 색채를 띤 조개죽이 상위에 올려진다.

시흥리 해녀의집 조개죽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지만 맛은 용호상박.

이 맛집에서는 다른집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 있다.

조개죽은 2인분 이상이어야 주문을 받고 끓이는데, 두 그릇에 내어 온 나머지를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준다는 것이다.

시흥 해녀의 집
바다의 집

애월 낭푼밥상의 뭉게죽이 가끔 SNS를 타고 올라 오는데 여기 맛은 솔찍히 잘 모르겠다.

애월쪽의 음식점은 애월붐이 일어난 후에 우후죽순 만들어진 음식점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애월 낭푼밥상

언제 누가 식사에 와도 국 한 그릇만 준비하면 함께 바로 먹을 수 있고 식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거친 환경과 싸워야 했던 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는 제주의 음식 중 손 꼽을 만한 제주스러운 죽을 여행 중 한번쯤 접해보는것도 제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핞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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