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았던 댓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마음 근육은 꼭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나의 연약한 마음에 대해 쓴 글에서였다.
사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조금 부끄러웠다. 마치 근력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나의 맨 몸뚱이를 사람들 앞에서 들킨 것처럼, 불순물로 가득하고 연약한 내 마음에 대해 완전히 들킨 느낌이었다. 답을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말은 내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근육이 하나도 없는 몸으로 근력운동에 도전한다. 온몸이 덜덜 떨린다. 주체가 되지 않을 만큼 떨리고 어려운데, 사람들은 왜 이걸 쉽게만 버티는 건지. 이건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이성적인 척하는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음도 똑같다. 나조차 주체가 되지 않는 불안정함에 '전 안 맞나봐요'라는 말로 그냥 내빼고 싶어진다. 이렇게 어렵고 꾸준해야만 하는 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일단은 지금 상황에서 도망갈 수 없을까 싶다.
하지만 매번 새해마다의 운동 결심을 미룬 결과가 그렇듯이, 미룸 끝에는 더 혹독한 과제가 남는다. 조금 더 많아진 나이와 겁, 조금 더 물렁물렁해진 나. 미룬다고 일이 사라지는 것도 쉬워지는 것은 아님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마음 근육도 필요하다면 빨리 키워놓는 게 나을 것이다. 근육을 키워놓지 않으면 근육이 필요한 순간마다, 내 근육이 부족함을 아는 순간마다 나는 도망가야 할 것이다. 사실 도망보다 더 무서운 것은 도망가는 나를 봐야 하는 일이다. 계속해서 도망만 다니는 나를 보는 일. 그것이 나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이 될까.
대신 근육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도망가지 않고 해낸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나를 덜덜 떨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날이 올 것이다. 그럼 나는 더 어려운 것도, 더 무거운 일도 버틸 수 있는 내력이 생기는 것이다.
요즘도 모든 게 부담스럽게만 느껴질 때, 마음 근육이라는 말을 계속하여 곱씹는다. 부끄러움이 아닌 용기가 된다. 지금 도전이라고 느껴지는 일들은 다른 게 아니라 나의 근육을 기르는 일이다. 근육이 길러지면 지금보다 많이 아주 많이 괜찮아질 것이다. 그렇게 쌓인 근육이 나의 말과 행동, 꿈을 더 자유롭게 할 것이다.
그때의 그 말을 남겨주신 분께 감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