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건축사가 되는 첫걸음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Architect"가 되는 방법
간략히 자기소개를 하자면 필자는 영국 런던 AA School 건축학교에서 건축 학사, 석사 그리고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토지경제학 석사를 마치고 런던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런던에서 활동하지만 한국에 계신 분들한테 종종 상담 및 설계의뢰를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영국 건축학교 출신들이 활동하고는 있지만 체감상 아직 미국에 비해 영국에서 건축사 되는 길에 대한 정보가 널리 알려져 있는 것 같지 않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영국에서 건축사가 되는 길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ARB / RIBA인증 대학교 진학
건축사가 되려면 우선 Architects Registration Board (ARB - 건축가 등록 이사회) / Royal Institute of British Architects (RIBA - 영국 왕립 건축가협회) 인증이 되어 있는 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해야 한다.
ARB와 RIBA 차이점은 ARB는 법으로 건축사란 직업/이름 자체를 보호하고 있는 기관이고, RIBA는 건축가들의 활동을 좀 더 발전시키려는 단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참고로 영국에서 누군가가 건축사 자격증을 가지지 않고 본인을 Architect라고 부른다면 불법인 행동이다. RIBA 정식 멤버로 등록이 되려면 ARB에서 건축사로 먼저 등록이 되어야 한다. RIBA는 본인의 선택으로 가입 또는 무가입을 해야 하는 것이고, 영국에서 건축사 즉 Architect 라 함은 ARB 등록이 되어있는 건축사다.
건축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교나 기관으로는 영국 전국적으로 60여 개가 있는데 모든 학교에서 모든 Part가 다 인증이 되어있는 건 아니다. Part 1 인증 기관은 54개, Part 2는 48개, Part 3는 26개 의 학교에서 취득할 수가 있는데 영국 전국적으로 봤을 때 많은 학교에 건축과가 있진 않다.
사람들이 보통 말하는 손에 꼽히는 좋은 건축학교가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학교가 좋다 나쁘다 보다는 졸업 후 본인이 어떤 길을 걷고 싶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영국의 건축학교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써보겠다.
RIBA Part 1, 2, 3
영국에서 건축사가 되려면 적어도 7년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보편적인 루트로 RIBA 인증 학교/기관에 서서 RIBA part 1, RIBA part 2, RIBA part 3 세 개의 과정을 통과해야 RIBA의 Architect로 인정된다.
l RIBA Part 1 (3년) RIBA인증이 되어 있는 건축학교 학사 과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경험상 영국 건축학교 학생들은 학사를 취득하며 part 1을 같이 취득한다. 학사를 취득한다고 Part 1을 취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part 1을 취득한다고 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도 아니고 둘은 별개라고 보면 된다.
학교마다 RIBA에서 리뷰를 하는 방법이 다른데 대부분의 학교는 포트폴리오를 협회로 보내어 평가를 받고 다시 학교로 성적과 함께 보내진다. 내가 졸업한 AA School 이란 건축학교는 협회에서 외부 건축가를 보내어 실제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나의 Part 1 리뷰 때는 AA School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중 한 명인 UN Studio의 Ben van Berkel 이 들어와 인터뷰를 하였다. 그 당시 너무 바쁘셔서 핸드폰으로 이메일을 열심히 주고받고 끝에 약 10분 정도의 토론으로 끝났던 것이 기억난다. 내 작업을 안 보시는 것 같았는데 기억을 하고 있던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참고로, Ben van Berkel은 서울 갤러리아 명품관 WEST를 리노베이션 하고, 천안 갤러리아 센터시티를 디자인했다. (서울디자인에서 리뷰한 그의 갤러리아 프로젝트 http://www.seouldesign.or.kr/board/30/post/2267/detail?menuId=1088)
l RIBA Part 2 (2년) 석사 또는 동등 학위를 취득하면서 ARB/RIBA Part 2를 취득할 수가 있다. Part 1과 마찬가지의 프로세스이나, 내 경험상 실무와 학문적으로 훨씬 향상이 되어 있어야 취득 하기가 수월하다.
대부분 많은 학생들이 Part1을 마치고 1년간 year out 이란 것을 하면서 회사에서 실무경험을 쌓고 다시 석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계속 회사에 남아 본인의 커리어를 이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케이스는 상당수가 나중에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전자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봤다.
학교 학위와 RIBA 자격은 다른데 우리 학교에서는 가끔 RIBA 만 합격을 하고 학교는 졸업을 못하는 경우가 매년 한 두 명은 있었다. 대신 주변에서 학교 졸업을 하면 RIBA는 비교적 편안하게 취득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유는 학교 졸업을 하기 위한 마지막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Technical Study 과목을 통과해야 하는데 RIBA에서 평가하는 부분은 학교에서 마지막 관문까지 가기 전에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AA School의 실제 수업 활동 사진이다.
l RIBA Part 3 (2년) 건축 설계에 관한 내용보다는 Professionalism이나 건축가로서의 소양 등 실무 일을 하는 데에 있어 알아야 하는 부분, 지켜야 하는 부분, 전반적인 회사 운영 등을 배운다. 법에 관해서도 설계에 대한 규정이나 법규보다는 실제로 일을 하며 조심하고 알아 두면 좋을 법 등을 배우게 된다.
대부분 회사에 근무를 하며 Part 3 학교를 part-time으로 다닌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배우는 내용과 커리큘럼 자체가 본인의 회사 업무와 연결 지어 배우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고 있어야만 한다. 특히 Case Study 나 Final Interview의 경우에는 회사에 다니지 않고 있으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적어도 2년의 경험을 PEDR (The RIBA Professional Experience and Development Record) 웹사이트에 Record 하면 건축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Part 3는 영국에서 건축사가 되기 위한 최종 시험이며, Part 3까지 최종 통과 후에 ARB에 건축사로 등록하고 그 후에 RIBA의 정식 회원이 될 수 있다.
그럼 전 세계 학생들이 영국에서 건축 유학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영국에서 건축사로 일하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영국 건축학도를 거쳐 현재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의 시각을 차차 공유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