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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선생 Oct 03. 2023

매력 없는 인간의 대처법

무미건조한 위로 


 인터넷에서 ‘매력 있는 사람의 특징’ ‘인기인이 되는 방법’ 따위의 게시 글을 종종 발견한다. ‘전 매력도 없고 인기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그런 걸 갖출 수 있을까요’ 란 고민을 담은 게시 글도 보인다. 글에 달리는 결론이나 댓글은 대체로 비슷하다. 잘 웃고 타인을 존중하며, 적절한 선을 지키며 긍정적인 사람을 매력 있고 인기 있는 유형으로 꼽는 경우가 대다수다. ('인기'와 '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테지만)  


  생각해 보니 ‘매력 있는 사람의 특징’을 알려주고 그런 인간이 되라 권유하는 글은 세상에 넘치도록 많다. 그러나 내가 매력 없고 인기 없는 걸 알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얘기는 드물다. 다소 불친절한 일이다.   

   

 이런 종류의 게시물은 부작용을 불러오기도 한다. 인기인의 특징을 내 특성과 견주어 보다가 '해당 사항 없음'을 깨닫고 되려 좌절감에 빠질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열등감이 찾아오는 경우도 생긴다. 몇몇 이들은 인기와 매력을 얻기 위해 애쓰면서 어색한 연기를 펼칠 수도 있겠지. 

       

 나도 한 때 인기인이 되고 싶어 노력한 적이 있다. 학창 시절의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 생일 파티에 꼬박꼬박 초대받거나 놀이에 참여를 권유받는 어린이는 아니었다. 학급의 변두리 좌석에 앉아 그림 그리는 아이인 경우가 많았다. 아닌 척했지만 학급 무리의 중심에 서 있는 애들을 흘긋흘긋 쳐다보며 질투도 조금씩 했다. 



 청소년기가 되자 매력 넘치는 인간까지 바라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호감형으로는 보이고 싶단 욕구가 솟았다. 지금 생각하면 실소가 나오는 일이지만, 중학교 시절에는 캔디캔디 류의 순정만화를 즐겨 봤고, 그런 만화의 여주인공의 특성을 롤모델 삼아 분석해 봤다. 호감형으로 보이려면 일단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여야 할 것 같았다. 잘 웃고 덤벙대고 적당히 빈 구석도 있는. 빈 구석은 이미 많았으니 딱히 연기가 필요하진 않았다. 그러나 다른 분야는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했고 적절한 연기도 필수였다.  




 대략 십 년 후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비슷한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교사로서 내가 인기나 매력이 없다는 의구심이 솟을 때였다. 늘 그렇듯 나는 ‘충실’과 ‘성실’, ‘책임감’이라는 덕목 아래 제 몫은 해내는 구성원이었다. 그러나 인기 있는 교사는 아니었다. 반면 동종업계에 있는 몇몇 이들은 학생들의 호감을 절로 이끌어내는 듯보였다. 아이들 대다수가 그를 떠올리면서 “그 선생님 너무 좋아요!”를 밝은 얼굴로 외치곤 했다.  


 지금의 나라면 인기가 다 무슨 소용이며 직업의 본분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외칠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이십 대 중반의 젊은이였다.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서성대는 인간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내가 인기 있는 교사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러기 힘들다는 걸 온전히 인정하기까지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만인에게 인기 있는 교사’는 거의 불가능하단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인기 없음’에는 갖가지 이유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외모 지상주의 부추기는 얘긴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면 얘기가 좀 달랐을 수 있었겠지.-한시적인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도 대체로 근사한 외모의 선생님을 좋아한다 - 감정 표현에 서툰 성격이나 로봇 같은 리액션이 한몫했을 수도 있고. 아무튼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에는 성실이나 친절, 책임감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친밀함, 명쾌함, 자기 확신 같은 요소가 필요할 때가 있다. 고백건대 나는 그 부분에 다소 취약한 인간이었다.   

 




  그때부터 내 인간적인 매력과 인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다. 대처 방법도 따져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특별한 방도가 없었다. 그저 인정하는 게 최선이었다. 아, 내가 이 작은 세상에서 인기도, 매력도 없을 수 있구나. 천성적으로 매력이나 능력이라는 게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배분되는 게 아닐 수도 있겠군.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에도 감정은 어쩔 수 없이 샘솟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인기 많고 매력 넘치는 이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때도 별 수 없이 재인정의 수순을 밟았다. 지금 나에게 질투란 감정이 찾아왔군. 인기 많은 사람이 되고픈 데 그게 안 되니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건가 보다. 사실을 인정하니 마음속에 흘러넘치던 오만가지 감정이 조금 걷혔다. 


 내가 몸담고 있는 세계의 넓이도 헤아려봤다. 내가 매력이나 능력이 없다고 느끼는 그 분야가 세상의 전부일까 따져봤다. 내가 이 쪽 분야에선 인기가 없을 수 있지만, 미지의 분야에선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인기인은 아닐지라도 누군가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정신승리라 할 수 있지만, 정신승리도 중요한 삶의 기술이다)


물론 어떤 그룹에 가도, 어떤 상황에 놓여도 무리 한가운데 둘러싸여 파티를 즐기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런 이들의 상기된 표정, 해사한 웃음은 유독 눈에 띄게 마련이고, 사고의 기준점이 되기 쉽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 보면 모든 분야에서 늘 인기 있는 인간은 극소수다. ‘인기인’의 데칼코마니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단 사실을 깨달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뻔뻔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데' 정도의 질문도 던져봤다. ‘매력이 대체 뭔데’ ‘인기 없으면 어쩔 건데’ 정도의 질문이 적절했다. 매력이 대체 뭔지, 인기의 정의가 뭔지, 애당초 ‘인싸’라는 단어가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긴 시간 묻고 관찰해 보니, ‘모든 이에게 통용되는 매력’은 부재한단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외향형 인간이나 감정 공감형 사람들에게 좀 더 호의적이다. 머뭇거림 없이 무리의 한가운데 서서 유쾌한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이 눈길을 끄는 편이고. 그러나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개인의 성향에 우열이나 등급을 매길 필요는 없는 거였다. 성향은 올림픽에서 우승자 가려서 메달 주듯 1,2위를 다툴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개개인의 취향은 다수의 취향과 별개란 사실도 깨달았다. 어떤 이들은 밝은 사람을 좋아하지만, 어떤 이는 적당히 어둡고 진중한 이를 좋아한다. 적극적인 유형의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관조적인 유형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다수의 취향'이란 것에도 가변성이나 상대성이 있었다. 한껏 사랑받던 누군가도 어느 날은 미움이나 무관심의 세례를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특별히 변덕스럽거나 유난스러워 벌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세상 모든 게 그렇듯 다수의 마음도 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절대다수라는 개념도, 절대다수의 취향이라는 것도 허상에 불과한 거였다.      


 아무튼 생각해 보면 내가 인기 없거나 매력 없는 게 그리 애달픈 일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세상이 내게 호의적이지 않은 듯 느껴져도 반드시 슬픈 일은 아니니까. 대체로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 경우도 많다. (냉정한 얘기지만 세상이 유독 내게만 호의적이고 친절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도 딱히 없고) 날 둘러싼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이해하고 인정하는 게, 자존감 회복과 매력 찾기의 첫걸음일 수 있다.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브런치에 글을 쓴 지가 오래되었어요. 원래 제가 쓰는 글과 방향도 결도 많이 다르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글을 발행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시시껄렁한 글이라도 일단 안부인사처럼 써서 발행합니다. 평소 브런치에 정제되지 않은 글 올리는 걸 (진심으로) 꺼리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아서 이 글은 되는대로 쓰고 다듬어 올립니다. 매거진 제목도 그냥 즉흥적으로 지어 만들었어요.


 저는 복직해서 정신없이 학교 적응 중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가서 신입 사원이 된 것처럼 바싹 엎드려(?) 지내고 있어요. 매뉴얼도 모르고, 실수도 연발하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직장이니까 (놀이공원 그런 게 아니고 교육의 현장이고, 밥벌이의 현장이니까) 가끔은 쉽지 않고 고달픈 일도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식으로는 이 공간에 영영 아무 글도 못 올리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성격의 매거진이든 간에(명화에 관한 것이든, 책 쓰기나 글쓰기에 관한 것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11월 중순쯤부터는 매주 또는 격주로 연재를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그전까지는 안부 인사처럼 생각이 나면 다시 글을 올릴게요. 남은 연휴 단 하루지만 즐겁게 보내시길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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