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색 인간

by 아리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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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떤 색이냐고 물으면
보통 한 가지 색을 말한다.

청량한 느낌이 좋아서 파랑이라든지, 활발한 느낌이 좋아서 노랑이라든지.


나는 조금 다르다. 스스로를 투명한 색이라고 말한다.

주위에 어떤 색의 사람이 있느냐에 따라 금방 그 빛깔로 물들기 때문이다.


오랜 회사 생활을 완전히 그만둔 뒤부터는 단기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느 날 짝꿍이 말했다.


“어디서 누구랑 일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네.”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아, 나는 투명한 색이구나.


그 걸 안 뒤로는 너무 진지하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의 장소에는 발길을 두지 않게 됐다. 내가 얼마나 쉽게 타인의 색에 물드는 사람인지 이제는 잘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그런 내가 싫은 적도 있었다.
어떤 뚜렷한 색 하나쯤 가져야 온전한 존재가 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요즘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투명하다는 것은 아무 색도 없다는 텅 빈 공허함이 아니라, 어떤 색이든 품을 수 있는 너른 바탕일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더 신중하게 내가 머물 자리를 고른다.


어차피 물들 거라면
가능하면 다정한 색으로 물들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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