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지연 May 08. 2019

얼렁뚱땅 아마스라 여행기 :)

터키를 여행하다

Turkey, Amasra, 190406

  매일 똑같은 일상이 오즈게도 나도 너무나도 지겨워질 때쯤, 오즈게가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아마스라(Amasra)로 떠나는 엄청나게 싼 투어를 찾게 되었다. 이건 운명 같은 거라며 신나게 예약하고 투어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전날 나는 너무 피곤해서 초저녁부터 잠이 들었고, 오즈게는 전날 늦게까지 볼일이 있어 집에 늦게 들어와서 서로 몇 시에 일어나자는 약속도 못하고 자버렸다. 나는 초저녁부터 잠들어서 새벽 5시 반에 화들짝 눈이 떠졌고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오즈게가 5시 반에 일어나자고 메시지를 남겨놨었다. 


  크즐라이에서 7시에 떠나는 일정이라, 적어도 집에서 6시 10분에는 나가야 지하철 타고 조금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부랴부랴 오즈게부터 깨우고 짐 챙기고 움직이는데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6시 10분에 나갈 수 없을 거 같아서 마음 편히 6시 40분까지 준비하고 택시를 타기로 했다. 미친 듯이 뛰어서 택시를 잡고 헐레벌떡 버스를 타기로 한 장소에 갔는데 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줄지어 있는 버스 중에 우리 투어 버스는 없었고 결국 오즈게가 투어 회사로 전화해보니 버스 운전기사님이 집에 일이 생겨서 투어가 취소되었다고 하는 거다! 오즈게는 평소에 절대 화를 내지 않는데, 이때 오즈게가 한숨 푹 쉬고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곤 나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무서워서..


  오즈게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환불해달라고 아저씨한테 똑 부러지게 말하곤 환불 그리고 택시비까지 받는 걸로 약속하고 이제 어떻게 할지 아침 7시에 시내 한복판에서 뭘 할까라고 하길래, 정말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시간을 낸 거였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하루를 망치고 싶진 않았다. 


오즈게 : 하.. 터키는 왜 이러는 거야? 왜 미리 연락을 안 준 거야? 넌 왜 터키 와서 살아 나 정말 터키 싫다..

나 : 야 너 터키 사람이잖아..ㅋㅋㅋㅋㅋㅋ 너 진짜 웃기다~ 일단 가!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에 가서 원래 가기로 했던 아마스라 가자 너 자유 여행 알아? 이게 원래 더 재밌어 가자 그냥!

오즈게 :  진짜 열 받는다. 돈 진짜 돌려주겠지?

나 : 돌려줄 거야. 근데 우리 진짜 웃기다 그치?

오즈게 : 그니까 우리 인생은 코미디야.. 거리에 아무도 없어 나 평생 앙카라 살면서 크즐라이에 이 시간에 온 거 처음이야.


  이렇게 터키 사람이 터키 싫다고 투덜거리는걸 살살 달래 가며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낄낄대다가 터미널에 갔다. 다행히 금방 아마스라로 떠나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는 한국의 우등버스보다 조금 더 좋은데 정말 특이한 건,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 중간중간 버스 승무원이 차와 간식거리를 서비스해준다는 거 그리고 장시간을 버틸 수 있는 비행기에 있는 영화, 게임, 드라마를 볼 수 있는 화면이 있다! 터키는 워낙 땅이 넓고, 비행기도 많이 보편화되어있지만 버스도 그만큼 잘되어 있어서 많이들 버스를 애용한다. 비행기가 쌀 때는 좋은 가격으로 예약할 수 있지만, 너무 비쌀 때는 버스를 애용하는 것도 방법! 하지만 당연히 비행기보다 시간은 오래 걸린다 ;)



  아마스라는 작은 도시라서 앙카라에서 바틴으로 바틴에서 서비스 버스를 타고 아마스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정말 작은 도시지만 아기자기 예쁜 구석이 많은 아마스라였다. 앙카라에서는 못 보던 바다를 볼 수 있었고, 마음이 탁 트이는 게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낮잠 자는 강아지들도 많았고, 빵집 앞에서 얌전히 빵을 기다리는 강아지, 신나게 바다에서 수영하고 온몸이 모래 투성인 강아지, 귀여운 돌고래 공중전화기, 바다가 훤히 보이는 식당에서 맛있는 생선 요리도 먹었다.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꽃들도 조용하고 아담한 동네가 참 귀여웠다. 


  물론, 앙카라에서 3시간 반, 다시 돌아올 때 3시간 반 긴 시간이 필요했고 다음 날 또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사프란볼루는 여행할 수 없었지만, 아마스라에서 보낸 짧은 시간에 비해 너무 큰 행복을 얻었다. 오즈게랑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번에 정말 좋았으니까 다음에 꼭 아마스라, 사프란볼루 여유롭게 다시 여행하자고 약속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